[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땅속에 잠들어 있던 백제의 시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충남 서산시 부성산성 발굴조사에서 고대 백제의 계획적인 산성 축조 기술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흔적과 유물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부성산성이 백제 서해안 거점 유적으로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서산시는 지곡면에 위치한 부성산성에서 백제 시대 산성 운영 방식과 공간 활용 체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발굴 성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성산성은 백제 시대 군현의 행정 중심지인 ‘치소(治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서해를 통한 대중국 교류의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시는 유적의 전체적인 현황과 성 내부 건물지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부성산성 일원 1만7617㎡를 대상으로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는 성 내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토목 공정 흔적이다.
발굴단은 산성 내부 지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소 4단 이상의 계단식 대지를 조성한 흔적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자연 지형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성 안의 공간을 체계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백제의 계획적인 축조 기술이 적용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풍화암반 지반을 L자 형태로 깎은 뒤 흙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확인되면서, 백제 산성 건설 과정에서 실제 어떤 토목 기술이 활용됐는지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 백제인의 삶과 기술 담긴 유물 출토
이번 조사에서는 고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출토된 ‘말 모양 토우(마형 토우)’는 당시 사람들의 정신문화와 조형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삼족기편과 각종 토기편 등이 확인되면서 부성산성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장기간 활용된 공간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백제 사비기 전후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下(하)’자 도장이 찍힌 기와 조각은 백제의 기와 생산과 유통 체계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와는 특정 제작 집단이나 생산 관리 방식, 공급 체계 등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로, 백제의 지방 행정과 물자 관리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 "부성산성의 진짜 모습 밝힌다"…현장 공개
서산시는 오는 7일 오전 10시 지곡면 산성리 산86-3번지 일원에서 발굴 현장 설명회를 개최하고, 조사 성과와 출토 유물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현장 설명회는 일반 시민들도 직접 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백제 역사의 흔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국가유산청의 '역사문화권 중요 유적 발굴조사 지원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부성산성이 가진 독보적인 학술 가치와 역사적 위상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부성산성이 백제 서해안 방어체계와 지방 통치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유적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이번 발굴조사는 부성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새롭게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앞으로 추가 정밀 발굴을 통해 학술적 의미를 높이고 국가유산 지정과 체계적인 보존·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산 부성산성이 품고 있던 1,500년 전 백제의 흔적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역 대표 역사문화 자원으로의 도약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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