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유치전과 금융권의 저지전이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시가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유치를 공식화한 가운데 국책은행 노조는 오는 11일 공동집회를 예고했고 NH농협노조도 연대에 나섰다. 1차 이전에서 비용 증가와 정착 한계가 확인된 가운데 정책금융기관 분산이 지역균형발전과 금융 효율성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 TF 가동…전국 지자체 유치 경쟁 가열
부산시는 지난 3일 전재수 시장 주재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TF’ 회의를 열고 정부의 2차 이전 계획에 대응할 유치 전략을 논의했다. 금융과 해양, 첨단산업·연구개발(R&D), 영화·영상 등 4대 특화 기능군을 중심으로 40개 기관을 검토했다.
금융 분야 핵심 유치 대상에는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이름을 올렸다. 부산시는 올해 2월 국토교통부에 이들 기관의 이전을 요청한 뒤 입주 공간과 정주 환경을 점검했다. 기존 금융 공공기관과 해양산업을 연계해 금융중심지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 외 지역도 유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은 에너지·인공지능(AI)·농수산 분야, 나주는 빛가람혁신도시와 연계한 에너지·농생명 분야 기관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 내포혁신도시와 공주 등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도 수도권 공공기관을 분석하며 유치 대상을 추리고 있다.
각 지역이 주력산업과 연계할 기관을 찾는 가운데 부산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들 기관은 각각 산업·중소기업·수출 금융을 담당한다. 본점 이전이 기업 지원과 정책 집행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반 공공기관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산은·기은·수은 노조 공동집회…농협노조도 연대
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조는 오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지방이전 반대 공동집회를 연다. 정부가 집회 전까지 이전 대상 기관이나 세부 일정을 발표하지 않아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NH농협노조도 이날 집회에 참여해 국책은행 노조와 연대한다. 농협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방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당초 2000명 규모로 준비했지만 참여 인원이 늘면서 약 4000명이 모였다. 최근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본점이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자 선제 대응에 나섰다.
농협노조의 합류로 지방이전 반대 움직임은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상호금융까지 확대됐다. 금융노조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저지 TF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으며 정부 발표 이후 추가 집회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생활 기반 변화와 함께 전문인력 이탈, 정책금융 기능 저하를 우려한다. 기업과 금융당국, 국회 등 주요 정책 수요자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본점을 옮기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서울 조직과 출장 수요가 다시 늘 수 있어서다.
◇1차 이전 정착 한계…정책금융은 집적 효과도 변수
2차 이전의 실효성을 가늠할 기준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와 비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차 이전은 혁신도시 인구와 지방세 수입을 늘렸지만 총이전비용이 계획보다 6456억원 증가했고 사업기간도 평균 28.6개월 늦어졌다. 가족동반 이주율은 71%, 정주여건 만족도는 69.4점에 그쳤다.
정책금융기관 이전에는 금융산업의 집적성이 추가 변수로 작용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기업·금융당국·국회와 수시로 정책을 조율한다. 기관을 여러 지역으로 나누면 서울 조직과 수도권 출장이 다시 늘어 업무 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산업은 지역적으로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강화하기보다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기관을 지역별로 안배하기보다 주력산업과 금융 기능을 한 지역에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경제가 성장하려면 서울에서 하기 어렵거나 서울이 하지 못하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서울이 강점을 지닌 산업 일부를 가져오는 방식으로는 서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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