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오전,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같은 날 미국·남미 순방에서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은 7시간 30분짜리 회의를 열어 공급 대책 점검회의를 하루빨리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태릉 골프장과 과천 경마장의 착공 일정도 "최대한 앞당기라"고 했다. 하루 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 5만호 이상 신규 공급 방안을 준비 중이며 공급 준비가 90% 정도 마무리됐다고 확인했다.
다만 청와대는 8월 5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공급대책의 내용이나 발표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대통령은 7일 부동산 점검 2차 회의를 연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오찬 회동을 갖고 서울 내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부인과 회동이 동시에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많은 것을 말한다.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발표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서울시와의 조율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제와 공급이 따로 움직인 게 아니다. 하나의 결정이 두 개의 발표로 나뉜 것이다. 1·29 대책의 6만호에 신규 5만호를 더해 11만호, 여기에 지난해 9·7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5년간 135만호 골격까지 얹으면 이 정부의 추는 세제보다 공급에 훨씬 무겁게 걸려 있다. 이유는 셋이다.
첫째, 언론의 수렴
논조가 갈린 언론들이 마지막 문장에서 도달한 곳은 같았다.
개편에 우호적인 쪽조차 단서를 달았다. 거주용과 비거주용의 세 부담에 차등을 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세제개편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아니라 공정 과세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제의 정당성은 인정하되, 세제를 시장 안정의 도구로 쓰는 발상은 경계한 셈이다. 같은 진영에서 더 직설적인 지적도 나왔다. 세제 강화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보조수단일 뿐이며, 주택시장 불안을 푸는 근본 열쇠는 시장 선호에 부합하는 공급이라는 것이다.
비판적인 쪽은 숫자를 들이밀었다.
-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100을 넘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내놓는 물량보다 많다는 뜻)는 6월 둘째 주(15일 기준) 122.5까지 올라 2021년 2월 셋째 주(122.8) 이후 5년 반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 KB부동산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월 13일 기준 7억458만원으로,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7억원을 넘었다.
- 서울시가 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6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의 월세 비중은 54.1%였다.
-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로도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의 월세 비중은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43.9%)보다 8포인트 넘게 뛰었고, 비아파트는 78.1%에 달했다.
초고가 주택을 겨눈 화살이 세입자에게 꽂힌다면 그것이 곧 정책의 실패라는 것이다. 실거주 의무와 토지거래허가제,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2억원 한도를 근거로, 팔 수도 살 수도 없게 만든 구조를 겨눈 사설도 있었다.
출발점은 정반대였다. 그러나 도착점은 같았다. 세제 단독으로는 어느 진영의 논리로도 방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둘째, 대통령의 자기부정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과거 민주당 정권의 수요 억제와 세금 부과를 시장이 이겨냈다고 진단하며,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개편안의 명분이 '집값 안정'이 아니라 '과세 정상화'로 설계된 이유가 여기 있다. 앞서 확인했듯 세수 규모도 그 명분에 부합한다. 연 GDP 0.1% 안팎의 조정으로 집값을 움직이겠다는 계획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은 명분이 아니라 효과로 읽었다. 종부세를 올렸으니 집값을 잡으려는 것이고, 그렇다면 노무현·문재인의 궤적과 비교된다.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한 공식을 시장이 대통령에게 되돌려준 셈이다. 이 자기모순에서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구가 공급이다.
셋째, 세제가 만든 부작용은 세제로 못 막는다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 비거주 1주택자는 들어가 살거나 팔아야 하고, 어느 쪽이든 전월세 매물은 줄어든다. 등록임대 아파트의 중과 배제 시한과 상생임대 특례 요건 강화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다. 실거주도 매도도 불가능한 집주인은 늘어난 부담을 임대료에 떠넘긴다. 국토연구원이 경고한 연쇄가 그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세제를 먼저 발표한 이상, 공급은 '빠를수록 좋은' 카드가 아니라 '늦으면 죽는' 카드였다.
5만호의 정치학… 착공은 되돌릴 수 없다
여기서 앞의 명제가 되살아난다. 시장은 세금의 크기가 아니라 세제의 수명을 계산한다. 세금은 정권이 바뀌면 뒤집힌다. 28번 개정된 종부세법과, 재개 석 달 만에 완화된 양도세 중과가 증명한다.
그러나 착공은 되돌리기 어렵다. 땅을 팔고, 설계를 하고, 삽을 뜬 택지는 다음 정권도 되감기 어려운 물리적 사실이다.
신규 5만호의 후보지를 보라.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강남구 수서 차량기지 일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그린벨트 일부 해제, 국가 보유 군 시설. 전부 국가가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땅이다. 민간의 협조 없이 정부 의지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물량을 골랐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계산이 있다. 세제는 국회 문턱에서 전면전을 만나지만, 국유지 활용 공급은 입법 리스크가 낮다. 시장이 "이 세금은 언제 뒤집힐까"를 계산하는 동안, 정부는 "이 택지는 이미 파였다"는 사실을 쌓아 올리겠다는 것이다. 세제로는 살 수 없는 신뢰를, 공급의 물리성으로 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전략에도 문턱이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서울 시내 부지 활용은 국토교통부 고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권한과 협의가 필요하다. 8월 5일 김용범 정책실장과 오세훈 시장의 오찬 회동은 그 협의의 시작이자, 이 전략이 '입법 리스크는 낮지만 정치 리스크는 남아 있다'는 증거다. 야당 소속 시장이 관할하는 땅에 여당 정부가 삽을 뜨는 일이다.
세 갈래 전망… 8·3의 종착지
첫째, 기획된 매물 출회
종부세 부담 급증과 2027~2028년 양도세 중과 차등 인하가 맞물려 집을 처분할 이유가 극대화되는 경로다. 정부가 그리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늦게 팔수록 불리한 계단식 설계는 이 시나리오를 위한 것이다. 관건은 2년이라는 짧은 창구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쏟아지느냐다.
둘째, 문턱 아래로의 이동
앞서 그린 지도가 그대로 작동하는 경로다. 지방과 외곽을 정리한 자금이 강남·용산 초고가 1주택으로 압축되거나, 반대로 세율 인상선인 시세 32억원 아래에서 새로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한강벨트로 이동한다. 서울 아파트의 95.3%가 40억원 이하에 있고, 20억~30억원 구간에만 19만9606채가 대기하고 있다. 과세 대상 자체도 12만호 줄어든다. 정부가 그은 선이 정확할수록, 그 선 바로 아래가 붐빈다.
셋째, 학습된 회피
가장 뼈아픈 시나리오다. 다주택자들이 다시 버티기를 택하면 종부세 인상은 조세 저항만 남긴 채 흩어진다. 28차례 개정의 이력과, 재개 석 달 만에 소급 환급까지 붙여 완화된 양도세 중과의 기억이 이 학습을 이미 완성해두었다.
셋 중 무엇이 실현되든,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수 효과는 공통이다. 비거주 주택을 압박하는 설계와 등록임대의 퇴출 시한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은 세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발생할 전월세 충격에 대한 대응이다.
검증의 시간표… 세제는 선언, 공급은 증명
숫자는 냉정하다. 신규 5만호와 1·29 대책 6만호를 합한 11만호는 연 27만호 착공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년 앞당긴 태릉 골프장 착공은 2029년, 아직 3년 뒤다. 그 사이 전셋값은 지금 이 속도로 오르고 있다. 공급은 세제와 달리 선언과 효과 사이에 반드시 3~5년의 시차를 품는다.
여기에 국토연구원의 마지막 경고가 겹친다. 보유세 강화는 그 자체로 신규공급을 위축시킨다. 8·3 세제개편안이 성공하려면 세제가 만들어낼 공급 위축을 상쇄하고도 남을 확대가 같은 기간에 진행돼야 한다. 세제와 공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연립방정식이다.
귀국 당일 밤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 시차에 대한 공포의 표현이었는지 모른다. 문제는 공포가 집을 짓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시장은 지금도 세금의 수명을 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옳은 문장이다. 그러나 그 문장을 세율표로 옮기는 순간 문턱이 생기고, 문턱이 생기는 순간 시장은 그 아래를 계산한다.
8·3 세제개편안의 규모는 실효세율을 정상화하기에는 작고, 회피의 지도를 그리기에는 충분히 정밀하다. 20년의 반복이 남긴 교훈은 하나로 모인다. 세금은 시장을 이길 수 없지만, 신뢰는 이길 수 있다. 정교한 세율표가 아니라 그 세율표가 얼마나 오래 서 있을 것인가가 시장의 판단을 결정한다.
8·3 세제개편은 세금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삽을 뜨는 순간부터 진짜 검증이 시작된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