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선] ‘폐업 100만 시대’ 노란우산 재가입 19만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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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선] ‘폐업 100만 시대’ 노란우산 재가입 19만명의 의미

경기일보 2026-08-05 19:21: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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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홍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재물을 우물에 비유했다. 퍼서 쓸수록 채워지고 아껴두면 오히려 말라 버린다는 것이다. 순환성의 관점에서 소상공인 경제 활동 흐름도 유사하다. 문을 닫는 이가 있으면 다시 여는 이가 있으니 적절한 순환이 멈추지 않는 한 골목의 우물은 마르지 않는다.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다수이자 삶의 현장이다. 2024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는 613만여 개, 종사자는 961만명에 이른다. 사업체 수로는 국내 기업의 절대다수를 종사자 수로는 우리나라 취업자의 약 3분의 1을 품는 규모다. 대기업이 경제의 대동맥이라면 소상공인은 도시 구석구석에 산소를 나르는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막히면 몸 전체가 병든다.

 

그 실핏줄에 경고등이 켜진 지는 오래다. 국세청 통계로 본 폐업 신고 사업자는 2019년 92만명에서 2022년 86만명까지 줄어드는 듯했으나 2023년 98만명으로 반등한 뒤 2024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첫 연간 폐업 100만명 시대가 된 것이다. 폐업 사유 절반 이상이 사업 부진이었고 소매업과 음식점업 등 내수업종에 집중됐다. 우리나라는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024년 1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할 만큼 자영업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소상공인의 위기는 곧바로 민생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그런데 통념을 흔드는 데이터가 최근 발표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제도인 ‘노란우산’에서 폐업 공제금을 받은 뒤 다시 창업해 재가입한 사람이 올해 6월 말 기준 18만8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19만명에 육박하는 이 숫자는 폐업이 단순한 퇴장과 골목상권의 위험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일 수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재창업자들의 판단이다. 재가입 후 월 부금은 30만3천원으로 8%를 늘렸고 월 최대 부금(100만원) 가입자는 27% 증가했다. 위기를 겪어 본 사장님들이 노란우산이 가진 안전망의 가치를 더 절실히 체감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기에 민감한 음식점업·숙박업의 재가입자가 전체 재가입자의 26.3%로, 전체 가입자의 비중(17.7%)보다 약 9%p나 높은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런 흐름의 바탕에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 제도 운영에 대한 신뢰가 있다.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은 현재 국내 소기업·소상공인 4명 중 1명 정도가 가입해 올해 6월 기준 전체 재적 가입자가 190만명을 넘어섰다. 중앙회는 2024년 공제금 지급 사유를 4개에서 8개로 넓혀 재난·질병까지 아우르는 등 제도를 꾸준히 보강해 왔다. 사회안전망 기능에 대한 믿음이 쌓인 결과, 폐업을 겪은 이들이 주저 없이 다시 노란우산 아래로 모이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다(多)폐업, 다(多)창업의 상황을 검증된 재도전의 선순환으로 바꾸는 일이다. 정부는 희망리턴패키지로 폐업 지원부터 재창업 교육, 재기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고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노란우산 가입 희망장려금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제도를 폐업 또는 재창업한 노란우산 가입자에게 시기적절하게 안내·제공될 수 있도록 중앙회와 협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 사람의 재기는 개인의 사연이지만, 19만명의 재기는 경제의 복원력이다. 폐업을 위기로만 셈하는 회계에서 벗어나 재기가 예정된 다음 장(章)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다. 퍼낼수록 채워지는 우물처럼, 잘 설계된 순환 시스템은 골목경제를 마르지 않게 한다. 노란우산 아래 다시 모인 19만명이 그 답을 건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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