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혐오 확산하는 교육현장…학생·교사·학부모가 제시한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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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현장] 혐오 확산하는 교육현장…학생·교사·학부모가 제시한 해법은

투데이신문 2026-08-05 18:23: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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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문고 박범철 교사가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교내 혐오표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는 기본소득 반대, 흑형, 부정선거 OUT 등의 낙서가 적혀 있다. ⓒ투데이신문<br>
경문고 박범철 교사가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교내 혐오표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는 기본소득 반대, 흑형, 부정선거 OUT 등의 낙서가 적혀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최근 교육현장에서 역사 왜곡과 혐오표현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단순히 학생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보다 학교와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혐오·차별 표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나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서울특별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배재고  사례 등을 계기로 교육현장에서 불거진 역사 왜곡과 혐오·차별 표현 문제를 진단하고 학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현장 종사자와 학부모, 학생 당사자, 정책 관계자 등이 참여해 혐오표현이 확산하는 구조적 원인과 교육적 대응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먼저 현직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아동·청소년의 혐오표현을 지도하는 데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었다. 서울미동초 홍승희 교사는 아동·청소년의 혐오표현이 특정 온라인 문화와 결합하면서 이를 인지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교사는 “조롱과 비하의 의미를 담은 표현들은 같은 하위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만 눈치챌 수 있는 암호처럼 코드화돼 일상생활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지도의 첫 단계인 인지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죽음이나 역사적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세대는 일베 등에서 파생된 문화를 소비하는 청년과 아동·청소년이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이해하거나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혐오표현이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재생산하고 강화한다는 사실을 교육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 경험이 비교적 제한적인 아동·청소년에게 구조적 차별의 개념과 그 심각성을 이해시키는 과정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문고 박범철 교사가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교내 혐오표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표현이 다수 적혀 있다. ⓒ투데이신문<br>
경문고 박범철 교사가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교내 혐오표현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표현이 다수 적혀 있다. ⓒ투데이신문

경문고 박범철 교사는 혐오와 차별을 줄이기 위한 교육적 대안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청소년 사회참여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사는 동작·관악 지역에서 학생들이 관악기후정의행동, 세계여성의날, 학생의날 등 다양한 지역사회 행사에 참여한 사례를 설명하며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할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패널로 참여한 여미애씨는 배재고 사건을 개별 학생의 일탈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용되는 ‘청소년 극우화’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문제의 원인을 청소년 개인이나 세대의 성향으로 돌릴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여씨는 “알고리즘도, 수익화 구조도, 혐오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공론장도 문장 밖으로 밀려나고 남는 것은 ‘요즘 애들은 왜 저러느냐’는 낙인뿐”이라면서 “이 같은 낙인은 청소년에게 없던 진영을 만들어주고 낙인찍힌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대화의 문을 차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래문화와 학교의 대응 체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법을 제시했다. 또래집단에서 영향력이 큰 학생의 한마디가 외부의 훈계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 스스로 혐오표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원을 우려해 교사가 혐오표현을 제지하지 못할 경우 학생들은 이를 ‘교사가 반박할 논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만큼, 교육청 차원의 명확한 대응 절차와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조백기 학생인권옹호관 역시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조롱과 낙인의 언어, 특정 지역·세대·집단을 향한 비하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학습되고 있다”면서 “어른 사회가 아이들에게 물려준 이 문화 속에서 학생들만을 희생양 삼는 접근으로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조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이 어느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혐오·차별표현에 대한 예방과 대응, 보호 수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면서 “학생인권조례의 시행 여부와 적용 범위가 지역마다 다른 현실은 교육청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전경. <br>
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 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 전경.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국가에 입을 모아 요청한 제도적 장치는 ‘교사 보호’였다. 교사가 혐오·차별과 논쟁적 주제에 교육적으로 개입할 때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학생(서울시 학생참여단 소속)도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 학생은 “선생님들은 해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민원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혐오표현이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지도하기 어렵다”며 “부담감을 해소하지 않고 정책만 만들어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교사들의 교육권 문제를 해소해 달라”고 호소했다. 

차별과 혐오를 판단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토론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학부모 여씨는 “개별적인 혐오표현을 그때그때 판별하는 소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이 선을 넘는 차별인지 사회 공통의 좌표를 법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서울미동초 홍 교사는 “법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드러내는 상징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생 토론자 패널로 참가한 공항고 신지혜 학생은 “학생으로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말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의 사회는 지금 우리가 어떤 말을 배우고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앞으로의 학교와 사회가 혐오보다 존중이 먼저 떠오르고 다름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변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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