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던졌으면 좋겠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의 한마디가 후반기 흐름을 바꿨다.
올해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SSG의 고민 중 하나는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이었다. 애초 후반기 첫 경기인 7월 16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 선발 투수는 토마스 해치가 유력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와의 막판 논의 끝에 계획을 수정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돼 아직 KBO리그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페드로 아빌라(29)에게 후반기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이숭용 감독은 "반전이 필요할 때는 새로운 얼굴이 와야 한다. 그 친구(아빌라)가 잘 던져주면 분위기가 바뀌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빌라는 경헌호 투수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면담을 거친 뒤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빌라는 KIA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KBO리그 데뷔전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새 얼굴'의 호투는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선발진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SSG의 전반기 선발 평균자책점은 6.28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후반기 첫 1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하며 리그 3위로 올라섰다. 아빌라를 중심으로 해치, 아시아쿼터 타케다 쇼타, 신인 김민준까지 꾸준한 투구를 이어가면서 선발진 전체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비록 팀 순위는 9위까지 내려앉아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은 낮으 상황. 다만 아빌라의 합류를 시작으로 선발진의 방향성을 찾았다는 점은 수확이다. 이숭용 감독은 "전반기에 계속 무너졌던 것도 결국 선발 야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후반기에는 아빌라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5일 기준으로 아빌라의 성적은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45이다.
동료들의 신뢰도 점점 쌓인다. 투수조 주장 김민은 "아빌라가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한 것 같다. 평소에는 수더분하고 성격이 참 좋은데,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경기 중에 기복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를 빨리 되찾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특히 선발로서 이닝 소화능력이 뛰어나서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올해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 거둬서, 내년에도 꼭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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