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열풍이 유통가를 휩쓸면서 관련 상품의 가격에도 적지 않은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밤식빵 한 봉지가 1만2000원, 팬케이크 한 접시가 2만원에 판매되는가 하면 일부 캐릭터 인형은 동일한 제품임에도 일본 현지보다 1만원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유하고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이른바 '캐릭터 프리미엄' 소비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밤식빵 1만2000원·팬케이크 2만원…일본 현지보다 비싼 캐릭터 상품
최근 캐릭터를 활용한 소비 공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 스위트파크에는 지난달 28일 일본 산리오의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폼폼푸린 베이커리 카페'가 첫선을 보였다. 인기 캐릭터 폼폼푸린을 형상화한 빵과 디저트, 굿즈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일본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의 굿즈를 상시 판매하는 치이카와샵이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캐릭터 산업이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 식음료와 상설 매장 등 다양한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은 일반 제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빵이나 디저트처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품부터 인형 등 굿즈까지 캐릭터가 더해진 상품에는 적게는 수천원에서 많게는 1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일부 해외 제품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동일 상품보다도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폼폼푸린 베이커리 카페에서 판매하는 밤식빵 가격은 1만2000원이다. 해당 상품에는 캐릭터가 별도로 새겨져 있지 않지만 캐릭터 테마 매장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되면서 비교적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같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입점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의 시그니처 통밤식빵 가격인 8900원과 비교해도 3100원 비싸다.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는 폼폼푸린 관련 상품과 비교해도 국내 가격은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에서 지난 3월부터 운영된 폼폼푸린 테마 카페에서는 캐릭터를 활용한 팬케이크를 1690엔(약 1만5200원)에 판매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폼폼푸린 베이커리 카페의 팬케이크 가격은 2만원으로 일본 현지보다 약 4800원 비쌌다.
캐릭터 굿즈에서도 국내외 가격 차이가 확인됐다. 치이카와 일본 공식 굿즈숍인 '치이카와마켓'에 따르면 '포동포동 손바닥 인형'의 일본 판매가격은 개당 2640엔(약 2만3800원)이다. 반면 동일한 제품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치이카와샵에서 개당 3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 공식 판매가격과 비교하면 국내 가격이 약 1만2200원 높은 수준이다.
기간 한정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굿즈도 비슷한 가격 차이를 보였다. 지난 1일부터 서울 성수에서 열린 '치이카와 스시' 팝업스토어에서는 캐릭터 마스코트 인형을 개당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동일 제품의 일본 공식 판매가격은 1870엔(약 1만6900원)으로 국내 판매가격이 약 8100원 비쌌다.
고가에도 소비자 반응은 "만족스럽다"…소장 욕구·특별한 경험에 매장 북적
높은 가격에도 캐릭터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르데스크가 5일 오후 찾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폼폼푸린 베이커리 카페는 평일임에도 입장까지 약 2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볐다. 현장에서 커피나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는 4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었으며 폼폼푸린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거나 캐릭터 머리띠를 착용한 모습도 포착됐다.
현장에서 만난 노은서 씨(28·여)는 "평소 캐릭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공간 자체가 잘 조성돼 있어 가격대가 있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됐다"며 "인형뿐 아니라 머그컵처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김고예 양(17·여)은 "평소 친언니와 폼폼푸린 캐릭터 관련 굿즈를 자주 구매하는 편이라 망설임 없이 찾아왔다"며 "이곳에 와서 특별한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캐릭터를 향한 소비 열기는 상설 매장에서도 확인됐다. 용산 아이파크몰 치이카와샵은 방학을 맞아 방문한 학생부터 휴가철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몰리며 북적였다. 매장에서는 4만원이 넘는 인형을 집어 들거나 여러 종류의 캐릭터 상품을 장바구니에 한꺼번에 담는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 박지안 양(19·여)은 "대형 쿠션 인형 하나만 담아도 4만원이 훌쩍 넘지만 해외 배송으로 주문해도 가격은 비슷할 것 같다"며 "좋아하는 캐릭터에 돈을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캐릭터 상품을 찾는 배경에는 제품 자체의 효용을 넘어 캐릭터가 제공하는 감정적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소장 욕구, 특정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소비를 이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일반 제품과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유하고 경험하는 데 별도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고가 상품에 대한 가격 저항도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한정판이나 팝업스토어는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는 희소성과 SNS 공유 욕구를 자극해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캐릭터 상품에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도 제품뿐 아니라 캐릭터가 주는 감정적 만족과 추억, 희소한 경험까지 함께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캐릭터의 인기만으로 프리미엄이 지속되기는 어렵고 제품의 품질과 소비 경험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눈에 띄는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이 결국 '캐릭터 값만 비싸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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