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팬스타그룹 고문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8월 22일 출항 목표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이달 초 시범 운항 시점을 8월 또는 9월로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출항일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팬스타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으로부터 매입한 2758TEU급 컨테이너선 ‘HMM 몸바사’를 시범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선박명은 ‘팬스타 아크로’로 변경된다.
매매 계약은 마무리됐지만 선박의 실제 인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HMM이 마지막 상업 운항에서 실은 화물을 모두 하역한 뒤 팬스타에 선박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선박을 인수한 뒤에는 조선소에 입고해 선명을 바꾸고 북극해 운항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보강한다. 관련 작업은 출항 직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로테르담까지 운항한 뒤 함부르크와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돌아오는 전체 일정은 약 40~45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선사가 맡을 사업이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팬스타는 정부가 지원하는 이번 시범 운항 사업에 단독으로 신청했다. 정부는 이번 운항을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 정기 특송 노선 구축의 첫 단계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4월 27일 사업자 모집을 시작해 5월 11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팬스타라인닷컴은 유일한 신청자로, 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5월 15일 예비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팬스타가 처음부터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아니라고 이 고문은 설명했다.
이 고문은 “우리가 특별히 하고 싶어서 먼저 손을 든 것은 아니다”며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하면 원래는 대형 컨테이너 선사가 맡는 것이 맞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형 선사들이 참여하지 않은 배경에는 대러 제재에 따른 지정학적·상업적 위험이 자리 잡고 있다.
북극항로 대부분은 러시아가 관할하는 해역을 지난다. 운항 과정에서 러시아 측의 허가와 항로 정보, 기상 정보, 쇄빙선 지원 등이 필요할 수 있어 관련 비용 지급이 서방의 대러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항만을 정기적으로 기항하는 대형 선사들은 제재 위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요 고객인 다국적 화주들도 엄격한 제재 준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 문제도 또 다른 부담이다.
나이키와 국제 환경단체 오션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2019년 기업들이 제품을 북극항로로 운송하지 않도록 하는 ‘북극 기업 해운 서약(Arctic Corporate Shipping Pledge)’을 출범시켰다. H&M그룹과 갭, 케어링, 랄프로렌, 푸마, 인디텍스 등이 참여했으며 물류기업 DHL도 서명했다.
CMA CGM과 하팍로이드,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도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MSC는 지난해 9월 북극항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취약한 북극 생태계와 빙하, 현지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들었다.
이 고문은 “제재와 국제 규제, 화주들의 요구 등 여러 제약 때문에 대형 선사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았다”며 “결국 나서겠다는 선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해운협회가 팬스타에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팬스타는 미국 노선보다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새로운 항로와 해운 서비스를 개척해온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부산항이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팬스타는 내부 논의 끝에 사업을 맡기로 결정했다.
이 고문은 “회장께서 국가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힘들더라도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운협회가 지원하지만 정부 예산이 팬스타에 직접 지급되는 구조는 아니다.
해수부가 관련 예산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국해운협회가 업계 기금을 활용해 최대 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도 선박 개조나 화물 확보 등 운항 준비 단계에서 먼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운항을 마친 뒤 사후 정산된다.
지원 조건에 따르면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경우 30억원이 지급되며, 왕복 물동량이 2000TEU 이상이면 추가로 1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고문은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돈은 전혀 없다”며 “북극항로 운항을 무사히 마친 뒤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고, 최대 금액을 모두 받아도 4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팬스타는 현재 자동차 부품과 합성수지, 중고차, 식품, 액체 화물, 화장품, 철강 제품 등의 운송을 확보했거나 화주들과 협의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출발하는 환적 화물에 대한 문의와 예약도 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출항식 개최나 출항 전 선박의 언론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팬스타는 해수부와 관련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북극항로 운항이 성공하면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 거리를 약 8000㎞, 36%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팬스타의 시범 운항 준비 과정은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와 상업적 현실 사이의 간극도 보여준다.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러시아 관할 해역에 대한 의존, 제재 불확실성, 환경단체와 화주들의 반대, 제한적인 화물 수요 등이 여전히 대형 선사들의 참여를 막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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