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10일 19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궁동에 위치한 미로극장에서 개최된 ‘2026 광주 퀴어 인권 포럼’에 윤동욱 크루가 다녀왔습니다. 포럼 주제는 <광주와 퀴어>입니다. 윤동욱 크루가 현장 취재를 해온 걸 토대로 박효영 기자가 두 편에 걸쳐 기획 시리즈 기사를 작성합니다. 이번 기사는 1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취재: 윤동욱 크루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김올튼 교수(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는 5.18 민주화운동을 퀴어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현대적 맥락으로 확장하는 언어와 실천들이 제시했다.
5.18을 기억한다는 것은 5.18을 행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고 이는 5월 항쟁을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규정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치 형식으로 지속해서 위치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5.18을 퀴어링한다는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발제를 하고 있는 김올튼 교수의 모습. <사진=윤동욱 크루>
먼저 ‘퀴어링’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퀴어링은 “자명한 것 당연한 것에 관하여 비판적으로 질문하고 이성의 규범성 그리고 이원화된 성체계가 작동하는 구조를 폭로하는 것”이다.
이러한 폭로 과정을 통해서 그동안 권력구조가 제한하거나 차단해왔던 살만한 삶의 조건을 점차적으로 넓혀가는 과정이 바로 퀴어링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시스젠더(출생시 지정된 성별과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중심적·이성애 규범적인 주류 질서 뿐만 아니라 퀴어 문화 내부의 주류 권력에서도 빗겨난 존재들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퀴어링이다. 불투명한 것은 인위적으로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내가 생각했을 때 퀴어링은 기존 질서에 미순응한 존재를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이전과 다르게 변태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현실에서 이해불가능한 지점이나 정체성을 차별과 배제로 귀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현실을 인정하는 열린 결말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것을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불투명한대로 설명할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들. 도무지 맞출 수 없는 현재의 틀을 주어진 조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신문의 대상으로 삼는 과정들 그리고 확신에 찬 아주 단단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꿔 나가는 운동에 합류하기 어려운 그런 제언들이나 실천들의 자리를 동시에 마련해 가는 과정들이 퀴어링이다.
지난 2018년 10월 광주에서 최초로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는데 당시 광주권 기독교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퀴어 축제의 퇴폐성이 기독교 정신과 5.18 정신 나아가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김 교수는 광주 시민사회단체가 5.18을 퀴어링하는 과정이 진공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반성소수자 운동을 펼치는 보수 개신교 단체들과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전개됐다고 진단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2010년대 중반 광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운동 당시부터 5.18 정신을 이성애 규범성과 결합시키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5.18’이라는 기호를 전략적으로 자원화하여, 성소수자 인권 제정을 ‘자랑스러운 유산을 훼손하는 것’으로 프레이밍했다. 2018년 제1회 광주 퀴어문화축제 때는 항쟁을 ‘성스러운 것’으로, 퀴어 축제를 ‘낙인화된 패배적 문화’로 대립시키는 담론을 재생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결합이 보수 개신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5.18의 주류 서사 자체에 누적되어온 남성 중심적 토양에서 비롯되었다고 꼬집었다.
5.18을 재현하거나 5.18 주류 서사에서 지배적인 성 규범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 왔다는 점을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굉장히 항쟁에 대한 남성 중심적이고 젠더화된 재현이 이루어져왔다. 5.18 담론과 지배적인 성 규범 사이의 결합이 의도적이거나 명시적인 프레이밍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신문되지 않을 때 질문되지 않을 때 반복된다는 걸 좀 강조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5월 정신을 퀴어링하려는 광주 시민사회의 실천은 언제부터 본격화되었을까. 김 교수는 공식 기록을 기준으로 2017년 국민의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동성애 집회 참석을 비판했던 성명서를 그 출발점으로 꼽았다. 당시 성명서는 성별 이분법에 미순응적이라는 이유로 취약한 삶에 놓인 성소수자와, 군부 독재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폭도’로 몰렸던 5.18 광주 시민 사이의 교차점에 주목했다. 이후 2018년 광주 퀴어문화축제에서 ‘무지개 횃불’이라는 상징으로 발화됐다. 5.18과 퀴어는 ‘폭력과 저항’의 관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5.18 정신이라는 것을, 퀴어한 존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체제와 질서를 넘어서서 대안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가는 정신으로 재정의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담론적인 실천에서 내가 중요하게 포착했던 지점은 5월의 당사자를 새롭게 규정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열린 제4회 광주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이었던 ‘모두 무지갯빛 절대 평등’에 대해, 김 교수는 퀴어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문장과 세계 인권선언의 조항을 인용해서 재해석했다.
버틀러에 따르면 평등이라는 것이 모두가 동일한 위치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지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게 살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규정을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무지갯빛 절대 평등이라는 것이 누구나 평등하게 살만한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1948년도에 발표한 세계 인권선언이 있는데 그중에 내가 가장 중요한 조항을 하나 뽑자면 28항이다. 28항의 내용은 여기 열거된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국제 체제와 사회 체제를 향유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돼 있다. 구체적인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권리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토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교수는 5.18 항쟁 당시의 시민군이나 직접 경험자에만 국한되던 ‘5월의 당사자’ 개념이, 현재의 억압과 차별이라는 장벽에 저항하는 모든 주체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의 퀴어 영화 상영, 차별 철폐 대행진, 모두의 화장실 의제화, 지역 라디오 방송 등 광주 시민사회의 꾸준한 실천들은 5.18 정신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퀴어하고 무등(無等)한 5월의 토양을 단단하게 일궈내는 활동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런 활동들이 5.18 정신을 굳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퀴어한 오월 정신, 무등한 오월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토양들을 읽어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발제문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대동 세상’, ‘절대 공동체’, ‘모두의 오월’과 같은 이상적인 구호들이 매끄럽게 유지되는 과정에서 도리어 침묵당하고 탈락하는 몸들이 없는지 끊임없이 폭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두의 오월이라는 포용적 메시지나 오늘의 정의라는 이상화된 용어 속에서, 어떤 몸들이 탈락하고 어떤 정의들이 침묵되면서 이러한 이상화된 용어들이 매끄럽게 유지되는지를 폭로해 가는 실천이 필요하다. 이런 게 바로 5.18을 다시 쓰는 퀴어링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실천이자 과정이 바로 5월 정신의 퀴어링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겠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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