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지상과 가까워 작은 위성으로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초저궤도(Very Low Earth Orbit, VLEO) 위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시에 손실된 위성을 보충하기 위해 단기간 사용할 초저궤도 위성을 신속히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소형 위성을 반복 생산·교체하는 운용방식이 현실화할 경우 관련 우주 부품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저궤도 위성은 일반적으로 지상 500~2000㎞에서 운용되는 저궤도(LEO) 위성보다 낮은 곳을 도는 위성을 말한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통상 지상 150~450㎞ 안팎의 궤도를 뜻한다.
위성이 지상에 가까워지면 같은 크기의 카메라로 더 선명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전파가 이동하는 거리도 짧아져 통신 지연시간과 필요한 송신 전력을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미국에서는 초저궤도를 지구관측과 광대역 통신, 미사일 방어 등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향후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초저궤도 위성시장 2026~2031’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초저궤도 위성 투자액은 올해 52억달러에서 2031년 약 10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선명한 위성영상에 대한 수요가 늘고 위성의 궤도를 유지하는 추진장치와 컴퓨터,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낮게 비행하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 200~400㎞에도 희박한 대기가 존재해 위성은 계속 공기 저항을 받는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추진기관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궤도를 높이지 않으면 위성의 고도가 계속 낮아져 결국 대기층에서 타버리게 된다.
초저궤도에는 위성 표면을 부식시키는 반응성이 강한 산소 입자인 ‘원자 산소’도 존재한다. 이 입자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위성 외부와 태양전지판 등이 손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초저궤도 위성을 장기간 운용하려면 공기 저항을 줄이는 납작한 위성체와 내구성이 높은 외부 소재, 위성의 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추진기관이 필요하다. 기존 저궤도 위성과 다른 설계와 부품이 요구되는 이유다.
초저궤도가 국방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지상과 가까워 비교적 작은 관측장비로 선명한 정찰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을 작고 가볍게 만들면 한 발사체에 여러 기를 함께 실을 수 있어 다수의 위성을 배치하는 데도 유리하다.
미국은 전시에 정찰·통신위성을 대거 잃는 상황에 대비해 초저궤도 위성을 신속히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학회(AIAA)가 지난 5월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우주군은 다수의 초저궤도 위성을 미리 준비했다가 필요할 때 빠르게 발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미 우주군은 이를 ‘의도적으로 버릴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으로 표현하며, 30일이나 60일, 90일 동안 이어지는 분쟁에 맞춰 필요한 위성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 아직 개념을 검토하는 단계로, 미 우주군은 2027회계연도에 초저궤도 위성의 적정 고도와 필요한 기술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미국은 초저궤도에서 위성을 장기간 운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 중인 ‘오터(Otter)’ 사업은 주변의 희박한 공기를 추진제로 활용해 위성의 고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우주에서 시험하는 것이 목표다. 미 우주군도 이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이 모든 초저궤도 위성을 한 번 쓰고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추진기관을 갖춘 초저궤도 위성은 수년 동안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전시에는 필요한 기간만 임무를 수행할 위성을 미리 준비하고, 손실된 정찰·통신 기능을 빠르게 복구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는 것이다.
이러한 운용방식이 현실화하면 위성을 한 번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명이 끝나거나 손실된 위성을 계속 보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위성 본체뿐 아니라 추진기관과 관측장비 등 주요 부품을 반복 생산할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초저궤도 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구 상공 400km 이하 초저궤도에서 15cm급 해상도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영상레이더 ‘VLEO UHR SAR’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텔레픽스도 인도 위성기업 벨라트릭스 에어로스페이스와 초저궤도 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텔레픽스에 따르면, 양사는 150~250㎞ 고도에서 운용할 지구관측위성을 공동 개발해 2028년 발사할 계획이다.
벨라트릭스는 주변의 희박한 공기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공기흡입식 전기추진기관과 위성 본체를 제공하고, 텔레픽스는 고해상도 광학카메라 ‘슈에뜨’를 공급한다. 양사는 실제 우주에서 대기 저항을 이겨내며 고도를 유지하고 고해상도 영상을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초저궤도 위성에 활용할 수 있는 부품 개발이 시작됐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6월 17일 코스모비가 개발한 ‘저궤도 소형위성용 10mN급 홀추력기 및 할로우 음극’을 우주신기술로 선정됐다. 우주항공청은 이 기술을 초저궤도 위성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고효율 전기추진 기술로 평가했다.
다만 우주신기술 선정이 곧 실제 위성 탑재와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개발한 부품이 발사 충격과 우주의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디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산화가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주에서의 검증 실적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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