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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터 양산까지 최단 3개월
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114억 1757만달러(약 16조 3385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107억달러·약 15조 3117억원)을 처음으로 제치고 프랑스에 이은 세계 2위 수출대국이 됐다. 생산액도 17조 9382억원으로 2년 연속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해 수출액 1위는 프랑스(242억달러·약 34조 6302억원)가 차지했으며, 중국(72억달러·약 10조 3032억원)과 일본(38억달러·약 5조 4378억원)은 각각 7위와 8위에 위치했다.
닛케이는 ‘K뷰티’의 성과 배경으로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성장을 꼽았다. 1990년 창업한 한국 최초의 ODM 기업 한국콜마는 자체 브랜드 없이 연구개발과 위탁생산에만 집중해 1992년 창업한 코스맥스와 함께 업계 양대 산맥으로 컸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속도다. 한국콜마는 2024년 도입한 시스템으로 고객사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 양산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최단 3개월로 줄였다. 일반적인 화장품 개발에 9~12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반제품 패키지 150종류를 목록으로 갖춰두고 고객사가 원하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되도록 했고, 안전성 평가와 인증도 대행한다. 원재료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만큼 고객사는 가격도 낮출 수 있다.
ODM에 생산을 맡기는 쪽은 이른바 ‘팹리스’, 공장 없이 기획과 판매만 하는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2011년 화장품법 개정으로 제조설비가 없어도 화장품 판매업자로 인정받는 제도가 도입됐고, 생산을 받아줄 ODM이 성장하면서 팹리스가 함께 늘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팹리스 기업은 지난해 2만 8412개사로 10년 전보다 4.4배 증가했다.
이렇게 쏟아진 상품은 대부분 짧은 기간에 사라지고 히트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래도 많이 만들고 많이 사라지는 순환을 빠르게 돌리는 속도감이 지금 K뷰티의 기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보습력으로 이름난 ‘마데카크림’이나 천연 유래 성분을 내세운 ‘마녀공장’처럼 수년째 개량을 이어가는 스테디셀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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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걸어간 길”…일본의 자성
한국도 과거에는 일본의 시세이도나 가오처럼 개발부터 제조까지 한 회사가 도맡는 수직통합형이 주류였다. 그러나 수평분업형이 퍼지면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기존 기업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닛케이는 이런 구조 변화가 과거 반도체 산업과 닮았다고 짚었다. 위탁생산에 특화한 TSMC가 등장해 애플이나 엔비디아가 개발한 제품을 양산하면서, 발주하는 쪽은 공장 건설 부담을 덜고 개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수평분업형이 세계의 흐름이 됐고 수직통합형을 고집한 일본 기업들은 쇠퇴했다는 것이다. 한국콜마 담당자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기업 철학에서는 TSMC와 같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일본에서도 팹리스 기업이 늘고 있지만 한국 같은 거대 ODM 기업이 없어 상품화 속도에서 한국에 뒤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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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이 창구…중국 추격은 변수
상품을 세계에 퍼뜨리는 창구가 있는 것도 한국의 특징으로 꼽혔다. CJ올리브영은 국내에 약 1400개 점포를 두고 신규 브랜드의 시험 무대 역할을 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단골 쇼핑 명소가 됐다. 지난 5~6월에는 미국 서부에 2개 점포를 열었고 자사 사이트를 약 60개 국가·지역에 전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20년 전후부터 화장품을 반도체와 엔터테인먼트에 이은 유력 수출산업으로 삼아 융자와 수출 상담회를 늘린 점도 뒷받침이 됐다.
다만 위협도 다가오고 있다. 한국이 쌓아 올린 ODM 모델을 흉내 낸 중국 기업이 늘면서 이른바 ‘C뷰티’가 커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눈에 띄는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세계 젊은 세대의 관심이 쏠리는 추세다.
닛케이는 한국 기업들이 K팝 등과의 연계, 기능성 상품 확충을 통한 고가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브랜드 힘을 계속 키우는 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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