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제주SK는 바이에른뮌헨 상대로 원하던 바를 조금씩 달성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승리했다면 더 큰 성공이었겠지만, 이날 내용으로도 서귀포에서 본 적 없는 축구적 경험을 만들어낸 건 사실이었다.
4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의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아우디 풋볼 써밋 2026'을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제주SK에 2-1 승리를 거뒀다.
제주도에서 만나기 어려운 메가 이벤트다. 한국에서 해외팀 프리시즌 경기가 열린 적은 많지만 대부분 서울, 가끔 대구와 부산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제주도에서 치른다는 건 상당히 모험적인 기획이었다. 제주는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스포츠든 음악이든 큰 규모 이벤트가 열리기 어려운 곳이다. 제주가 바이에른 구단의 글로벌 유망주 스카우트 및 육성 플랫폼인 레드 앤드 골드의 일원이라는 인연을 바탕으로 아시아 투어 경기를 유치했다.
주최측이 후반전 도중 밝힌 공식 관중은 22,519명이었다. 경기장을 지금 규모로 축소하고 K리그에 유료관중 집계 제도를 도입한 뒤로는 최다 관중이다. 지난해 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의 18,912명을 돌파했다. 26,598석을 매진시키지 못한 건 아쉽지만 전례를 찾기 힘든 축구적 경험을 제주도민들에게 선사한 건 분명했다. 서울에서, 나아가 해외에서 찾아 온 바이에른 팬들도 많았기 때문에 도내 관광 증대 효과도 발생했다. 대만 출신 바이에른 팬 서우 씨는 홍콩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1일부터 제주도에 머무르며 여행을 즐겼다.
세르지우 코스타 제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경기의 의의는 세계최강 바이에른을 상대로 전세계에 제주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느 정도는 그 목표에 근접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바이에른은 프리시즌 몸 상태와 월드컵 휴가 때문에, 제주는 K리그1 일정 때문에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 빠진 경기였다. 바이에른 주전이 대거 투입되기 전까지는 제주가 꽤 동등한 경기를 해냈다.
특히 전세계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화제가 될 만한 장면을 제주 측에서 만들었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제주 공격수 아이아스가 다른 기술도 아니고 사포를 성공시키며 수비를 뚫고 이창민의 골을 어시스트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아이아스 주변만큼은 김민재, 이토 히로키, 주앙 팔리냐 등 스타급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더 빛난 플레이였다.
아이아스가 자신감을 충전한 건 K리그1 후반기 제주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제주는 전반기 내내 스트라이커 부재로 고생했는데, 기존 공격수 김신진이 한층 자주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동시에 아이아스가 공식전 데뷔골과 바이에른전 도움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르지우 감독이 “스트라이커 풀이 만족스럽다”라고 말하는 날이 마침내 온 것이다.
경기 막판 바이에른 선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려 본 것도 제주 선수들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경험일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에른은 경기 막판 미드필더 요주아 키미히와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풀백 너새니얼 브라운 등 독일 대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경기 운영 능력의 차원이 확 달라졌다. 특히 키미히는 별다른 발재간을 부리지 않아도 플레이 선택과 완급조절만으로 바이에른이 절대 공을 빼앗기지 않게 만들었다. 경기 운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주의 어린 선수들은 몸소 상대해보면서 체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바이에른 윙어 루이스 디아스는 공 잡고 드리블만 시작하면 거의 무조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측면 공격수란 어때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 교보재가 됐다. 코스타 감독은 이 점에 있어서도 “아주 수준 높은 팀,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팀을 상대하면 우리도 성장하게 된다. 제주를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본인이 추구하는 축구의 완성본 같은 팀을 직접 상대한 경험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주최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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