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버와 반도체 확보를 넘어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전력 인프라 구축 여부가 AI 산업 경쟁력과 연결되고 있다.
전력 저장장치 확대에도 계통 연결 문제 남아
5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 건설이 가능하지만 전력망 연결에는 지역에 따라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송전망 확충과 계통 접속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확정된 이후에도 전력 공급 승인을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업 일정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전력 부족 대응 방안으로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BESS는 전력 수요가 낮을 때 에너지를 저장한 뒤 필요 시 공급하는 설비다.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변동을 줄이고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한 보완 설비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BESS만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장 설비를 갖추더라도 전력망 연결과 계통 접속 승인이 늦어지면 실제 활용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발전 설비 확보와 함께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송배전망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국내 기업 대응 확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는 국내 전력기기와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 설비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관련 기업들의 해외 사업 기회도 커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 설비 공급 경쟁이 강화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도 ESS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춘 배터리 공급망 구축 요구가 커지고 있어 현지 생산 기반과 소재 조달 역량이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용 배터리 공급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 환경에 맞춘 에너지 관리 시스템 역량 확보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AI 인프라 경쟁, 전력 넘어 데이터 처리 기술로 확장
AI 산업 경쟁은 전력 공급뿐 아니라 데이터 처리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고대역폭플래시(HBF) 표준 규격은 AI 환경에서 증가하는 데이터 처리 부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로 평가된다.
HBF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SD 사이의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빠른 데이터 처리와 대용량 저장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AI 경쟁력이 반도체 성능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 처리 인프라 확보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 추진되면서 전력 공급 계획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해서는 GPU와 서버 확보뿐 아니라 전력망 확충, 부지 확보,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집중될 경우 전력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지역별 인프라 분산과 안정적인 공급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구축 속도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력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전력망 투자 속도가 향후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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