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전달·피난소 운영 등서 문제점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일주일 전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일본 재해 구호 시스템의 미비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들이 5일 지적했다.
일본 중앙과 지방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식료품·분유·소아 및 어른용 기저귀 등 생필품 8가지와 피해 지역 맞춤형 구호물자를 조달, 긴급 수송한다는 '푸시형 지원책'을 제도화했다.
지난 4일 구마모토 지역에 도착한 폭염 대응용 냉각제가 푸시형 지원책 중 하나다.
그러나 2016년 구마모토 강진에 이어 이번에도 구호물자를 나를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까지 덮치면서 지진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구호물자 수송을 신속히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구마모토현 등 전국 11곳에 물품 비축 거점을 마련했지만, 이번 강진 피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쓰시로시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구호 물품 제공에 필요한 인원과 차량 부족은 2016년 강진 이후로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각부 관계자도 "지방자치단체, 물류업체와 구호 물품 수송 협정을 맺었지만 작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문제점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내각부가 2020년 지자체와 민간 물류 업체들이 물품 수송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지난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이번 강진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내각부 한 관계자는 "지자체 직원의 온라인 시스템 사용 숙련도가 부족해 지진 직후 예전처럼 전화로 의견 교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물품 공급 외에도 강진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피난소 운영이 안정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앙과 가까워 큰 피해를 본 우키시의 경우 안전 확인 등으로 일부 피난소가 문을 열지 못하면서 다른 피난소가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을 수용하는 상황이다.
폭염이 덮친 상황에서 간이 화장실의 위생 문제나 감염병 확산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 일부 누리꾼들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구마모토 강진 피해 주민들이 체육관 등 바닥에서 가림막 없이 생활하는 모습과 한국·대만 등의 지진 대피소에 텐트 같은 사생활 보호 시설이 설치된 모습을 비교하며 정부 대응을 비난하기도 했다.
또 사생활 보호 문제, 반려동물 돌봄 등의 이유로 피난소가 아닌 차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최근 차에서 대피 생활을 하던 70대 여성이 열사병 의심 증상으로 숨진 사례도 있었다.
지난 3일 구마모토 강진 피해 지역을 찾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호텔 등 민간 숙박시설을 빌려 지진 피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구마모토 강진 피해 주민들의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 4일 기준 구마모토현에서 이번 강진으로 주택 1만3천채 이상이 피해를 봤고 전체 붕괴나 반파가 1천700채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키시와 히키와초에서 시작된 응급 가설주택 설치 작업은 70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강진으로 숨진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 '이온몰 구마모토' 폭발·붕괴로 아내를 잃은 30대 남성은 생전에 결혼식을 올려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장례식장에 웨딩드레스를 걸어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주택 붕괴로 가족을 잃은 20대 여성은 무너진 건물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가족이 생존해 있음을 알아차려 119에 십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구조의 손길이 늦어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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