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기업 라인게임즈를 둘러싼 대주주 라인야후(LY Corporation)와 재무적 투자자(FI) 앵커에퀴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 간의 2200억원대 법적 분쟁이 항소심 재판을 앞둔 가운데 지난 6월 인수한 카카오게임즈와의 인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이번 소송은 비상장사 투자 계약의 실효성과 소수주주 권리 보호라는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가 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항소심 결과에 따라 국내 벤처·사모펀드 투자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 갈등의 시작, 경업금지 조항과 풋옵션
양사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앵커PE는 2018년 특수목적법인(SPC)인 룽고엔터테인먼트(이하 룽고)를 설립해 라인게임즈에 125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27.6%를 확보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라인야후 그룹 내에는 라인게임즈 외에도 라인플러스, 라인스튜디오, 라인플레이 등 다수의 게임 관련 계열사가 공존해 있었다.
투자자 측은 대주주가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라인게임즈를 배제하고 지배력이 높은 타 계열사로 우량 사업 기회를 분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주주 간 계약 체결 과정에서 라인야후 계열사의 동종 게임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경업금지’ 조항과 함께 계약 위반 시 투자원금에 연 15% 복리 수익률을 가산해 주식을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장치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향후 유상증자 시 소수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가액 하한선을 설정하는 조항도 명시했다.
그러나 라인게임즈가 2022년부터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가 신작 흥행 실패와 연이은 적자로 좌초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라인게임즈는 2021년에도 텐센트 등으로부터 1148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IPO 성사’를 조건으로 걸었으나 실적 악화로 이 역시 이행하기 어려워졌다.
룽고 측은 라인야후 계열사들이 신규 게임을 개발·유통하며 라인게임즈의 배타적 사업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2023년 9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라인야후 측이 주식 매수를 이행하지 않자 룽고는 2024년 1월 원금과 이자를 합친 2235억원 규모의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 1심 ‘원고 패소’ 판결…소송 중 유상증자, 2심 변수 될까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1심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룽고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라인야후 계열사의 신작 출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게임들이 라인게임즈의 주력 분야인 코어 게임과 실질적으로 경쟁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풋옵션 발동 조건을 민법상 계약 해제에 준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피고 측 논리도 받아들였다.
룽고 측은 이에 불복해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다음달 3일 서울고법 민사14-3부에서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번 항소심에서의 핵심 쟁점은 경영금지 위법 입증 여부와 풋옵션의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 직후인 올해 1월 대법원은 1심 심리 중 라인야후 측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한 행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최종 확정했다. 항소심에서 계열사 신작의 내부 기획서와 수익 구조 문서가 제출될 경우 코어 게임 해당 여부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풋옵션의 법적 성격도 다시 도마에 오른다. 원고 측은 풋옵션이 민법상 계약 해제권과 달리 약정 사유 발생 시 효력이 발생하는 독립적 구제수단이라고 주장하며 1심의 법리 오해를 피력하고 있다.
항소심을 앞두고 단행된 라인게임즈의 자본 거래는 분쟁의 양상을 더욱 격화시켰다. 라인게임즈는 올해 3월 보통주 2350만여 주를 액면가인 주당 500원에 발행하는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룽고 측은 주주 간 계약에 명시된 발행가액 하한선(주당 86만3594원)을 전면 위반한 조치라며 수차례 공문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유증에 불참했다. 그 결과 라인야후 측 지분율은 35.7%에서 83.8%로 급증한 반면 룽고의 지분율은 21.4%에서 0.5%로 주저앉았다.
룽고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인단은 “소송 국면에서 단행된 유상증자로 소수주주의 지분을 0.5%로 축소시킨 것은 주주 간 계약을 명시적으로 위반하고 권리를 침해한 극히 이례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라인게임즈 측은 “완전자본잠식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상 불가피한 자금 조달이었으며 전 주주에게 공평하게 배정 기회를 제공했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카카오게임즈 인수와 라인야후의 사업 재편 셈법
라인게임즈의 재무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35억원, 영업손실 149억, 당기순손실 314억원을 기록했으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14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 누적 결손금만 3334억원에 달해 단독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인야후는 올해 6월 투자목적법인 엘트리플에이(LAAA)인베스트먼트를 통해 3000억원(유상증자 2400억원+전환사채 600억원)을 투입해 카카오게임즈 지분 33.43%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라인게임즈 부사장 출신인 김태환 대표를 비롯해 라인게임즈 핵심 인력들이 카카오게임즈로 소속을 옮겼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라인야후가 부실 상태인 라인게임즈의 현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와 라인야후 측 모두 “라인게임즈와의 합병이나 주식 교환 등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부실 법인과의 합병이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데다 룽고와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단행할 경우 법적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항소심 결과는 승패에 따라 양사에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룽고 측이 승소할 경우 2235억원에 달하는 투자금과 지연손해금을 수령함과 동시에 대주주의 저가 유상증자에 경종을 울리게 된다. 반면 패소가 확정될 경우 지분율이 0.5%로 줄어든 룽고는 1250억원의 투자원금을 사실상 손실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비상장 IT·게임 기업 투자 시 작성되는 주주 간 계약 조항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대주주가 경영권과 자본거래를 활용해 소수주주의 계약상 풋옵션 권리를 무력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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