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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5일 오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왔습니다. 기대했던 정청래 특유의 화끈하고 직설적인 화법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억울함이었습니다. ‘명청대전’ 프레임을 둘러싼 해명, 그리고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헌신적으로 지켜왔는지에 대한 항변이 인터뷰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김어준씨도 정청래 후보의 말을 끊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정 후보는 감정에 북받치는 듯 물을 마시며 심란함을 추스르기도 했습니다. 앞서는 자의 여유라기보다 뒷선에 있는 언더독의 분노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에 자신이 수석최고위원으로서 보필하며 감옥을 가더라도 공천권을 행사하게 하겠다는 약속, 탄핵 정국에서의 헌법재판소 변론 활약상까지 꺼내 들며 ‘이재명 지키기 원조는 나’라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인터뷰를 관통해야 할 힘, 즉 우세를 굳히는 확신과 기세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언론과 유튜브 패널 등이 모조리 자신에게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중 눈에 띈 대목은 충청권 성적에 대한 자기 진단이었습니다. 사실 정 후보측은 충청에서 확실한 기선제압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미세한 차의 패배였습니다. 김어준씨가 첫 질문을 ‘충청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결과에 대한 원인은 뭔가’라고 질문하자 “애초에 7% 포인트 차이로 패한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민석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선방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후보는 충청권에서 자신을 미는 민주당 의원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민주당 조직’이 충청 경선에서 변수로 작용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 후보의 이번 선거 캐치 프레이즈는 ‘바람이 조직을 이긴다’입니다. 그런데 첫 경선 충청에서 조직에 밀렸다는 뉘앙스의 자기변명은 이율배반적입니다. 두 문장은 나란히 설 수 없는 말입니다. 조직의 힘을 인정한다면 왜 그 조직을 바람이 이긴다고 장담할까요. 반대로 바람이 조직을 이긴다고 확신한다면 애초에 ‘7% 포인트 차이 예상’이라는 방어선 자체가 왜 필요할까요.
정 후보 입장에서는 명쾌하게 충청에서 확실한 우세를 보여 선거를 산뜻하게 출발하고 싶었겠지만 다소 의외의 결과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역 의원 한 명도 도와주지 않는 충청 경선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답을 정리하지 못한 채 두 개의 서로 다른 서사를 동시에 붙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울경 결과도 다소 애매한 것이었습니다. 정 후보는 노사모와 전통적 친문 지지세가 강한 부산에서 나름 압승을 노렸지만 만족할 만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경남에서는 이겼지만 울산에서는 패했고 경선 최종 결과는 1승 1패에 차이는 0.99%였습니다. 정 후보 입장에서는 초반 유리한 지역에서 격차를 많이 벌여놓아야 호남에서 패배하더라도 그 충격이 크지 않을 텐데 일단 그들의 기대대로 판이 굴러가지는 않는 모양새입니다.
이 지점에서 정 후보의 선거 기조가 바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마 초기 그는 스스로를 조직정치·기득권정치에 맞서는 언더독으로 규정하며 피해자 이미지를 쌓아 왔습니다. 그러나 초반 압승 시나리오가 접전으로 흐르자 김민석 후보의 ‘신천지 의혹’ 제기를 정조준하며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습니다.
“근거를 밝히지 못할 거면 사과부터 하라”, “당선되면 윤리감찰을 지시하겠다”는 발언, 그리고 일부 지역구 의원들의 ‘전당원 100% 투표’ 현수막을 ‘조직선거’로 규정하며 선관위 조치를 요구하는 대목까지, 정 후보는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톤 조절이 아닙니다. 결선투표 없이 본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진 절박한 승부수로 보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부터 결선에 선호투표제가 도입되면서 3위가 유력한 송영길 후보 지지층의 2순위 표심이 김민석 후보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정 후보에게 결선은 곧 리스크입니다. “이번 주말 강원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면 끝난다”는 그의 말은 뒤집어 보면 강성 권리당원을 최대한 결집시켜 본경선에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이길 자신이 없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정청래 후보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민주당 당심, 그중에서도 전통적 지지층이 밀집한 호남에서 상당수가 ‘배신자 프레임’의 약점을 안고 있는 김민석 후보를 더 지지한다는 분석이 있고 대체로 정 후보 측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호남은 왜 김민석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할까요. 호남 당심과 함께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김민석 후보를 더 지지하는 이유는 정청래 개인에 대한 호오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과 총선 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재명과 김민석이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생존과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호남의 밑바닥 정서에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당심 향도(向導)’ 역할을 해왔습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당의 방향성도 호남이 그 풍향계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 호남 당심은 ‘정청래라는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는가’ ‘정청래 연임으로 이재명 정부의 개혁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물음에 회의적인 반응이 호남의 김민석 우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호남이 정청래에게 묻는 것은 ‘누가 더 오래 이재명을 지켰는가’가 아니라 ‘누가 앞으로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권리당원 다수는 현재의 인식—누가 민주당을 더 오래, 더 헌신적으로 지켰는가—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자가 접촉한 친문성향 권리당원들은 이번 전대에서 ‘민주당의 전통과 정체성을 누가 가장 잘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한표를 행사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반면 친명계와 호남 민심은 지금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국 인식이나 위기의식과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정청래가 이기는 순간 지금 이재명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는 지지율의 둑이 무너지고 총선과 대선을 연달아 내줄 위험이 커진다고 보는 시각도 상존합니다.
그리고 이런 민감한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정청래 후보 본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 정청래 연임 체제로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복안은 무엇인가.
사실 정청래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호불호는 상당 부분 감정의 영역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친문 주류인데 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나”라는 반발심, 그것이 강성 권리당원의 표심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감정적 결집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선거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과 평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유권자가 미래를 향해 무엇을 기대하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 한국 정치의 오래된 패턴입니다. 2002년 노무현이 이인제를 이긴 것은 과거의 조직력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국민의힘 쪽에서도 이준석이 부상했던 순간은 기성 조직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그려 보인 미래상에 대한 당원들의 과감한 베팅이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당원들은 ‘지금까지 누가 더 헌신했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이 앞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를 물어서 그 해답을 찾은 케이스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청래 후보가 앞세우는 ‘얼마나 오래 이재명을 지켰는가’ ‘얼마나 앞장서 싸웠는가’라는 ‘이재명과의 의리’ 서사는 너무 과거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은 그런 과거시제가 아니라 누가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와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가라는 미래형 질문에 있다고 봅니다. 신천지 공방과 조직선거 시비는 그 질문을 피해 가기 위한 우회로일 뿐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청래 후보는 ‘끝까지 이재명을 지킬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명청대전’은 김민석 후보측의 전형적인 갈라치기 네거티브라고 항변합니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정청래 후보가 어떻게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을 도와줄 것인지, 다음 총선을 기대하는 당원들에게 어떤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답도 남은 경선 기간 동안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로 가는 사람보다 미래를 선점하는 후보가 뽑혀야 국가를 위해서도 이익일 것입니다. 김민석과 정청래의 미래시제 연설을 다음 경선부터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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