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의외로 유명 관광지가 아닐 때가 많다. 좁은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노점의 냄새, 시장 한복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던 고기, 처음 보는 향신료의 낯선 향,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입에 넣었던 한입의 맛. 음식은 여행자의 기억 속에 그 나라를 가장 오래 남기는 문화적 장치다.
태국 방콕의 길거리에서 맛보는 팟타이, 멕시코시티의 타코, 일본의 초밥과 사시미, 프랑스의 치즈와 생햄, 인도의 향신료 가득한 커리까지. 세계의 음식은 각 나라의 기후와 역사, 종교와 생활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매혹적인 세계의 밥상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손님도 함께 올라온다. 바로 식중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염된 음식으로 인해 매년 약 8억 6600만 명이 질병을 겪고, 152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안전하지 않은 음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200가지가 넘는다. 식중독은 더 이상 ‘배탈이 조금 나는 일’ 정도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세계적인 보건 문제다.
방콕의 길거리 음식의 위험
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길거리 음식이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즉석으로 볶아내는 팟타이와 볶음밥, 숯불에 구운 꼬치, 잘 익은 망고와 코코넛을 이용한 디저트까지 노점마다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길거리 음식이 매력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라 현지인의 일상적인 식사를 바로 옆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현장감’이 식품 안전에서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더운 지역에서는 식재료가 실온에 오래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조리된 음식과 생식재료가 같은 도구나 공간에서 다뤄지면 교차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육류와 해산물, 달걀처럼 미생물 오염 가능성이 있는 식재료는 충분한 가열과 적절한 보관이 중요하다.
여행지의 노점에서 음식을 고를 때 단순히 ‘현지인에게 유명한 곳인가’를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음식이 계속 조리되고 있는가',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유지되고 있는가', '생식재료와 조리된 음식이 구분되어 있는가', '조리하는 사람의 손과 도구가 청결한가'.
맛집을 고르는 여행자의 눈에 식품 안전이라는 새로운 렌즈 하나를 더 장착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사시미의 안심 착각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본의 사시미와 초밥은 생선의 신선도와 숙련된 칼질, 섬세한 온도 관리가 중요한 음식 문화다. 생선 본연의 맛을 즐기는 음식인 만큼 재료의 상태와 위생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빠지는 착각이 하나 있다.
“신선한 생선이면 안전하다.”
그러나 신선함과 안전함은 같은 단어가 아니다.
날생선이나 덜 익힌 오징어 등을 섭취하면 아니사키스(Anisakis, 고래회충) 같은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니사키스증이 생선이나 오징어를 날것 또는 충분히 익히지 않은 상태로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처럼 날생선을 즐겨 먹는 지역에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생식 문화가 확산하면서 미국·유럽·남미 등에서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아니사키스증은 단순한 배탈과 다르다. 복통과 메스꺼움, 구토, 복부 팽만,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맛있는 사시미 한 접시가 몸속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선회를 무조건 위험한 음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생식으로 먹는 음식일수록 원료 관리와 위생, 적절한 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음식 문화는 존중해야 하지만, 음식 문화에 대한 낭만이 식품 안전에 대한 경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멕시코의 타코 속 생채소 주의
멕시코 음식은 강렬하다. 옥수수 토르티야 위에 고기와 양파, 고수, 살사 등을 올린 타코는 한입에 여러 가지 맛과 향을 터뜨린다. 특히 길거리 타코는 멕시코 음식 문화의 생생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타코를 먹을 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고기만이 아니다. 고기와 함께 올라가는 생채소와 소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식은 조리 과정에서만 오염되는 것이 아니다. 재배, 수확, 세척, 유통, 조리 과정 어느 단계에서도 오염될 수 있다. 특히 생으로 먹는 채소와 과일은 마지막에 충분히 가열할 과정이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물과 세척·취급 환경이 중요하다.
WHO가 제시하는 식품 안전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도 안전한 물과 원재료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깨끗하게 하기, 날것과 익힌 음식 분리하기, 충분히 익히기, 안전한 온도에서 보관하기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결국 해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 중요한 것은 ‘그 나라 음식이 위험한가’가 아니다. 그 음식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물과 식재료를 사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보관되고 조리되는가다.
프랑스의 치즈, 미국 생우유의 함정
유럽의 시장을 걷다 보면 다양한 치즈와 햄이 여행자의 미각을 유혹한다. 특히 전통적인 치즈 문화는 그 나라의 역사와 지역성을 한 조각에 담아낸다.
하지만 유제품에서는 ‘자연 그대로’라는 이미지가 식품 안전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비살균 우유, 즉 생우유다.
미국에서는 생우유를 둘러싼 식품 안전 논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CDC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캘리포니아와 다른 4개 주에서 판매된 생우유와 관련된 살모넬라균 감염 집단발생을 조사했다. CDC는 생우유가 살모넬라뿐 아니라 캄필로박터, 대장균, 리스테리아 등 여러 병원체의 위험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살균은 음식의 개성을 없애는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다. 우유를 일정 조건에서 가열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을 줄이는 것은 우리가 안전하게 유제품을 즐기기 위한 중요한 식품 안전 기술이다.
음식의 전통을 지키는 것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 음식이 가진 맛과 문화뿐 아니라 안전한 생산과 관리 체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식중독의 무서움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한 음식은 냄새가 날 것 같고, 위험한 음식은 맛이 이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음식이 멀쩡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오늘날 음식은 국경을 빠르게 넘는다. 한 나라에서 생산된 식재료가 다른 나라에서 가공되고, 또 다른 나라로 수출되어 소비될 수 있다. 세계화된 식품 공급망에서는 어느 한 지점의 문제가 국경을 넘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WHO 역시 식품의 국제적 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역적인 식품 안전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식중독 예방은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날것과 익힌 것을 분리하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고, 상하기 쉬운 음식은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하고, 안전한 물과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
WHO가 제시한 ‘식품 안전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 원칙’도 바로 이 다섯 가지다. 깨끗하게 하기, 분리하기, 충분히 익히기, 안전한 온도 유지하기, 안전한 물과 원재료 사용하기.
세계의 음식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 중 하나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다른 나라의 역사와 종교, 기후와 생활을 이해한다. 그러니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많이 맛보고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다만 여행지에서 숟가락을 들기 전, 한 번쯤 주변을 살펴보자.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질문에 하나를 더하는 것이다.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어졌을까?’ 맛있는 음식은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안전한 음식은 그 여행을 끝까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한다.
지구촌의 수많은 밥상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미식의 예절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음식에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되, 식품 안전에는 닫힌 틈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
결국 세계의 밥상에서 가장 맛있는 한입은 특별한 향신료가 들어간 한입도, 가장 비싼 음식도 아니다. 아프지 않고 끝까지 즐길 수 있는 한입이다.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foodnetworks@hanmail.net)
전지영 세계식문화 칼럼니스트
식품영양학 전공 후 청와대 비서실 영양사를 거쳐 외식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 겸임교수 및 농식품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닌 한 사회의 시간과 기억을 이어주는 언어로 바라보며 유엔식량기구(FAO)와 주요 언론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식탁 위 한 그릇의 음식에서 세계의 문화와 삶을 읽어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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