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3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대화를 "이란의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트럼프는 1일 걸프 동맹국들의 요청으로 대규모 이란 공습 계획을 취소하고 협상 의지를 표명했으나, 이란 측은 "미국과 어떤 회담도 진행 중이지 않다"고 즉각 반박하며 양측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5% 이상 급락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에어포스원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그리고 이란으로부터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는 대규모 공격이 될 뻔했으며, 이란이 요청한 것이 아주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에 현재 어떠한 회담도 존재하지 않으며, 최근 대표단을 주재하거나 파견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군부 고위 관계자도 마헤르 통신을 통해 "트럼프의 주장은 새로운 거짓말"이라며 "미국이 양해각서(MOU)를 계속 위반하는 한 이란은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이란 갈등의 가장 큰 불씨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다. 이란은 아만과 해협 내 임시 항로 설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아랍 매체들은 이란이 미국이 제안한 새로운 해협 관리 방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일일 선박 통행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비(非)이란 항로를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는 트럼프의 공습 취소 발표 이후 급락했다. 8월 3일 WTI 원유 선물 근월물은 5.11% 하락한 배럴당 80.34달러, 브렌트유는 4.73% 하락한 83.77달러에 마감했다. 개장 전 WTI는 한때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최근 3주 사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까지 '전쟁 프리미엄'이 유가를 밀어올렸다면, 이제는 '트럼프 한마디'가 그 프리미엄을 일거에 제거한 셈이다.
이스라엘의 입장도 주목된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우리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공습 취소 소식을 전 세계와 동시에 알게 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국방장관을 포함한 이스라엘 지도부가 수 시간 동안 의사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독자적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미-이스라엘 간 군사 공조 체계의 균열이 중동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25개 주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관세 조치에 대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외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