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이연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증권업계가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인상 폭은 0.1~0.25%포인트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100만원 이하 소액 자금에만 집중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 수익은 증권사가 챙기면서 정작 투자자 배분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100만원 이하만 찔끔 인상…실질 혜택 ‘무색’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묶어둔 예탁금은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 등에 예치하거나 단기 자금으로 운용해 수익을 낸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탁금 이용료율도 함께 올라야 정상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9월부터 100만원 이하 예탁금 이용료율을 연 2.25%로 0.25%포인트 올린다. 그러나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기존 연 0.60%를 그대로 적용한다. KB증권 역시 3분기부터 100만원 이하 구간만 연 1.00%로 올렸을 뿐, 초과 금액은 연 0.60%로 동결했다.
이 같은 구간별 차등 적용 탓에 예탁금이 수백만원 이상인 다수 투자자가 체감하는 이자 증가 효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00만원 이하 소액 예탁금만 우대하는 조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특정 구간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투자자가 시장금리 상승 혜택을 골고루 누리는 공정한 금리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짚었다.
◇금리 상승분 흡수하고 투명성은 깜깜이
시장금리가 뛰면 증권사의 예탁금 운용 수익도 늘어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운용 비용과 증권금융 수익률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세부 산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이용료율을 조정했다”며 “자금 운용 여건을 종합 반영해 결정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금리 인상기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증권사들의 이번 이용료율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을 투자자와 공정하게 나누고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늑장 반영·생색내기 구조 개선해야
예탁금 이용료는 투자자가 맡긴 자금에 지급하는 당연한 대가다. 인상 여부 자체보다 시장금리 상승분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직하게 반영했는지가 핵심이다.
증권사가 시장 변동성을 핑계로 이자 지급을 미루는 관행 개선도 시급하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크다 보니 증권사들이 최소 수준만 올려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라며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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