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최인철 기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 HBF(High Bandwidth Flash)의 첫 표준안을 공개하며 AI 시대 메모리 병목 해소에 본격 나섰다.
회사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메모리·스토리지 전시회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행사는 현지시간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SK하이닉스는 키노트와 패널 토의를 통해 HBF를 AI 인프라의 핵심 해법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HBF는 기존 HBM과 SSD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새로운 메모리 개념이다. HBM 수준의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삼아 용량을 대폭 확장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I 추론 작업이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폭증하는 가운데, 속도와 용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술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표준은 지난해 8월 샌디스크와 손잡고 표준화 작업에 착수한 뒤, 올해 2월 컨소시엄이 정식 출범한 지 약 반년 만에 나온 첫 성과물이다. 낸드 다이를 8단 혹은 16단으로 쌓는 두 가지 방식을 기준으로 최대 용량을 512GB까지 정의했으며, 대역폭은 등급을 셋으로 나눠 최소 0.4TB/s에서 최대 3.0TB/s까지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프로세서와의 연결 방식이다. 업계 표준 인터페이스인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를 적용해 GPU나 CPU 등 서로 다른 종류의 프로세서에도 HBF를 자유롭게 붙여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전기적 특성을 포함한 연결 규격, 다이 스택 공정의 신뢰성과 패키징 지침, 데이터 입출력용 소프트웨어 사용법 등도 표준에 함께 담겼다.
이번 규격은 개방형 데이터센터 기술 협의체인 OCP(Open Compute Project)를 통해 발표돼, 한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이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발판 삼아 AI 스토리지 시장에서 HBF 보급을 넓히고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현재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텐스토렌트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개방형 협력 구조를 통해 참여 기업을 늘리는 동시에 기술 완성도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행사 첫날인 4일에는 김천성 부문장(Solution개발)과 강욱성 담당(차세대 상품기획)이 공동으로 키노트 무대에 오른다. 발표 주제는 에이전틱 AI 시대에 계층형 메모리를 활용해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방안이다.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량과 속도·효율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커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단일 메모리 제품만으로 대응이 어렵다는 게 두 발표자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의 메모리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최적화하는 계층형 메모리 아키텍처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틀 뒤인 6일에는 임의철 담당(Solution AT)이 구글 딥마인드의 샤오위 마 연구원, 샌디스크의 라지브 나가비라바 부사장과 함께 패널 토의 무대에 선다. 메모리·스토리지·AI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세 회사가 한자리에 모여 'HBF로 메모리 월을 넘다'를 주제로, AI 인프라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모리 구조 변화와 이를 돌파할 HBF의 역할을 논의한다.
전시 부스도 함께 운영된다. SK하이닉스는 파트너십 존과 차세대 메모리 기술 전시 공간, 기술 세션 등을 마련했으며, 특히 개발이 순항 중인 10세대(V10) 375단 4D 낸드의 웨이퍼와 제품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낸드는 이전 세대 대비 전력 대비 성능을 2.5배 끌어올린 것이 강점으로, 전력 효율과 고성능을 동시에 요구하는 데이터센터용 AI 인프라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회사는 내년 초 이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고용량 eSSD 양산을 시작해 AI용 낸드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이 외에 모바일·PC·자동차·로봇 등 다양한 응용처를 겨냥한 제품군도 함께 전시된다.
김천성 부문장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 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HBF를 통해 메모리와 스토리지 간 경계를 확장하고, 시스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아키텍처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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