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질경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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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질경이처럼

경기일보 2026-08-04 19:22: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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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4 질경이처럼

 

골목길에 핀 질경이꽃이 고향 친구처럼 반긴다. 질경이는 수레가 다니는 길 앞에서도 잘 자란다는 뜻의 차전초(車前草)라고도 불린다. 도시의 뒷골목같이 척박하게 자라나는 민초(民草)의 상징 같다.

 

도시는 빌딩과 아파트 숲만이 아니다. 작은 주택들이 맞대어 살아가는 골목길에서도 도시의 숨결이 피어난다. 골목길을 걸으면 바람에 일렁이는 밀밭처럼 잔잔한 틈이 사색의 결을 이룬다. 집 앞 화단에 저마다 예쁜 꽃을 다투어 가꿨다. 나는 채송화 봉숭아와 나팔꽃 같은 꽃과 꽃 이름이 좋다. 마치 순자 영식 광수와 같은 복고적 이름의 정감처럼.

 

호박 넝쿨이 전봇대를 휘감아 오르고 감나무는 담 밖으로 땡감을 떨어뜨린다. 옆집에서 부침개 냄새가 피어오르고, 손주 보는 할아버지의 미소도 베어 나온다. 아스팔트 위에 핀 꽃처럼 도시는 질기고 슬프고 따뜻한 삶의 애환이 묻어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어반스케치 전시회를 열었다. 행궁동은 ‘행궁카페’에서, 매교동은 ‘기억공간 잇-다’에서 동시에 열었다. 적멸의 시간처럼 그림에 몰입한 수강생들께 감사드린다. 오픈식에 참여해 주신 행궁동 주민자치회 회장님과 동장님도 프로그램 활동이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격려하셨다. 어반스케치로 수원의 곳곳을 소개하는 대가 없는 보람을 간직하자. 날개 잃은 추억은 무모하다. 미움을 쌓기보다 그리움을 쌓으며 봉숭아 꽃물 같은 추억을 물들이자. 짓밟혀도 일어나는 질경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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