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는 누가 견제하나"... 檢 보완수사권 폐지에 민심은 불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내용도 문제지만 그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더 큰 정치적 후폭풍을 낳고 있다. 국회는 7월 31일 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석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이었다.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를 막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하는 권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검사는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1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많은 논란과 이견들이 있지만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허용해야 하나,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나를 두고 갑론을박 중인데, 어떤 것이 절대 진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집권 세력의 국정 우선순위와 통치 방식 전체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바뀌고 있다.
한국갤럽이 7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경찰 견제와 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였고, "기소·수사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더 주목할 대목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 폐지 39%로 의견이 갈렸고, 중도층에서는 유지 64%, 폐지 23%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 조사 결과는 검찰에 대한 불신과 별개로, 국민 다수는 "경찰 수사를 누가 견제하느냐"는 질문 앞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개혁은 명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 다수가 절차와 결과를 함께 납득할 때만 정치적 정당성을 얻는다.
민심 이반 초래할 수 있는 개혁... 2006년 열린우리당 참패 재현 우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앞으로 민주당에 심각한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 위험은 경찰 수사 독점에 대한 견제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는 데 있다. 여당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재수사 요청권을 보완책으로 제시하지만,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검사는 요구만 할 수 있을 뿐, 경찰이 사실상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정당한 이유'를 들어 버티면 실질적 통제 수단이 빈약하다.
장윤기 사건이 보완수사권 논란을 폭발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윤기 사건이 검찰의 보완 수사가 없었다면 단순 살인사건으로 축소되거나, 증거와 정황이 묻혔을 수 있었다고 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자기 삶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부실 수사, 암장 수사, 책임 떠넘기기식 핑퐁 수사, 피해자 인권 침해가 현실이 된다면 검찰개혁의 정당성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만약 향후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 정치적 책임 추궁은 민주당으로 직행할 것이다.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경북지사 선거만 내주는 15대 1 압승이 예상됐지만, 공소 취소 특검법 추진으로 보수 야권 결집을 초래하면서 서울시장, 대구시장, 경남지사 선거와 일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공소 취소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선거 판세가 흔들렸던 만큼,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실제 피해 사례가 확인되고 민주당 책임론이 부상할 경우 그 정치적 후폭풍은 6·3 지방선거 이상으로 차기 총선과 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다.
두 번째 위험은 내용 못지않게 처리 과정에서 비롯된다. 여론의 반대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법조계 우려가 이어졌으며, 심지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집권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이는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층과 무당층에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친다. "설득보다 숫자를 믿는 권력", "숙의보다 진영을 우선하는 정치"라는 인상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지지층에는 개혁으로 받아들이지만, 국민 다수에게는 여권 방어용 입법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런 사안일수록 더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스스로 설정한 시한에 쫓겨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정치는 옳고 그름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권력은 오만해 보이는 순간 무너진다. 비슷한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 압승 뒤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등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붙였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전북 1곳만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영국 노동당 역시 강성 당원층을 등에 업은 코빈 지도부가 국유화 확대, 무상복지 강화 등 급진 노선을 전면화했다가 브렉시트 혼선과 리더십 논란 속에 2019년 총선에서 84년 만의 대참패를 겪었다.
물가·주거 불안 속 입법 독주... '오만과 독선' 낙인 찍히는 여권
세 번째이자 더 치명적인 대목은 국정의 우선순위다. 국민은 수사구조 개편보다 생활비, 주거비, 일자리를 절박하게 여긴다. 여당이 민생보다 검찰개혁에 더 큰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 모습은 물가·주거·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국정의 우선순위가 어긋나 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2030에게는 더 부정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2030은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은 민주당 비토 정서를 악화시킬 것이다. 2030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스윙보터층이다. 최근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표심이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은 민주당에 더 뼈아픈 악재가 될 우려가 크다.
물론 2028년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사이 경제가 반등할 수 있고,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제도가 예상보다 큰 혼란 없이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이 자멸하거나 새로운 정치 변수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한 가지 변수보다 여러 악재가 겹칠 때 민심이 빠르게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수사 공백 논란이 실제 사건을 통해 확인되며, 민주당이 여론을 무시한 채 법안을 밀어붙였다는 독선 이미지가 굳어진다면 이번 사안은 2028년 총선에서 민주당 심판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 시험대는 총선보다 먼저 서울에서 열릴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만약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현실화한다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과 물가·부동산·증시 등 민생 불안을 동시에 안고 그 선거를 맞는다면 민주당에는 가혹한 심판론의 장이 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반대 속에, 민생이 불안한 시기에, 충분한 숙의 없이 법안을 밀어붙였다는 평가는 민주당을 한동안 무겁게 짓누를 것이다. 2028년 총선의 승패를 지금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입법을 검찰개혁의 완수로 평가하겠지만, 적지 않은 유권자는 이를 오만과 독선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낙인이 2028년 총선 이후 2030년 대선까지 어떤 정치적 역풍으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폴리뉴스 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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