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권 불분명하면 혐의 적용 고민해야"…아파트 택배절도 예시
절도 미검률 낮추려 했나…경기남부경찰철 청문관실 진상조사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김지원 기자 = 경기지역 한 경찰서가 직원 교육 과정에서 아파트 택배절도 사건의 적용 혐의에 대해 절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경찰서는 절도 신고가 들어왔더라도 점유권이 불분명한 경우에 한해서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의율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는데, 성과지표에 반영되는 '절도' 사건 미검률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을 상대로 한 분기별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소속의 경찰관 A씨가 성과 향상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하루 전날인 같은달 20일 접수된 사건 중 ▲ 아파트 택배 절도 ▲ 화단의 화초 절도 ▲ 가방 분실 ▲ 음식물·생필품 봉투 분실 ▲ ATM 기기서 인출한 돈 분실 ▲ 시멘트 포대 절도 등 사례를 예시로 들며 점유권이 불분명한 경우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점유 관계가 확실해 대부분 절도 사건으로 의율하고 있는 아파트 택배 절도 사례였다.
택배 절도의 경우 기사가 주문자(집주인)의 주소지인 집 앞에서 물품을 배송해 놓은 시점부터 해당 물품은 주문자의 점유 하에 들어간다고 보는 게 통상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배달이 끝난 택배 물품을 가져간 사람에 대해서는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택배 물품은 누군가의 소유나 점유 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죄로 봐야 한다"며 "점유이탈물횡령은 떨어져 있는 물건을 주워가는 경우로, 절도죄와는 불법성이나 비난 가능성이 현저히 다르다"고 했다.
이어 "실적에 대한 강박이나 입증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소유권이 명백히 침해된 사건을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해 소지가 있는 예시로 인해 당시 교육을 받았던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적잖은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이 절도 사건 미검률을 낮추기 위해 이 같은 교육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경찰 현장 대응 역량분야의 성과 지표 중에는 살인, 강도, 절도 등 11종의 중요범죄 현장대응도(중요범죄 검거건수/중요범죄 신고건수) 점수가 포함된다.
점유이탈물횡령 등의 비교적 경미한 범죄는 성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절도 사건을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으로 처리해 절도 발생 자체를 줄여 검거율은 높이고 반대로 미검률은 낮춤으로써 성과 관리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교육 이후 실제로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이 갑자기 늘자 서장의 지적이 있었고, A씨는 5월 28일 지역경찰 팀장급 단체 대화방에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무리한 조치는 하지 말아 달라"고 알렸다.
경찰은 교육 전후의 점유이탈물횡령 사건 처리 건수는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점유권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절도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면밀하게 법 적용을 해달라는 취지였다"며 "성과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사례를 들면서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하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성남수정서의 성과 향상 방안 설명 내용에 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을 하기 위한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며 "결과에 따라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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