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홍콩의 맛과 기억을 품은 디저트 브랜드
-실패의 끝에서 다시 끓여낸 한 잔
-신뢰로 다시 세운 외식 경영의 원칙
좋은 브랜드는 화려한 성공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원칙에서 시작된다. 홍콩다방 백은주 대표는 화장품 무역사업의 실패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작은 카페 하나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냈다. 홍콩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기억은 밀크티와 에그와플이라는 익숙한 메뉴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한때 전국 50개 매장까지 성장했다가 다섯 곳만 남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브랜드의 기초부터 다시 세웠다. 오늘의 홍콩다방은 빠른 성장보다 오래가는 신뢰를 선택한 백은주 대표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실패 끝에서 다시 시작된 홍콩다방, 두 번째 인생을 끓여내다
백은주 대표의 첫 번째 무대는 외식업이 아니라 화장품 무역이었다. 그는 홍콩과 중국을 오가며 유통과 영업, 마케팅을 직접 경험했고 현지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익혔다. 거래처를 만나고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동안 홍콩은 어느새 일처럼 익숙한 삶의 공간이 됐다. 화려한 야경보다 골목마다 자리한 작은 식당과 출근길 밀크티를 손에 든 사람들의 풍경이 그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갓 구운 에그와플을 건네던 노점의 온기도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는 언젠가 홍콩에서 경험한 음식과 문화를 한국에도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직접 외식 브랜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의 경험은 하나둘 쌓여 훗날 홍콩다방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됐다. 준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간은 인생의 두 번째 출발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그의 외식 인생은 사실 홍콩의 골목에서 이미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홍콩다방의 시작은 거창한 창업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운영하던 회사에는 거래처 방문이 많았지만 편하게 대화를 나눌 공간이 부족했다. 미팅을 할 때마다 외부 카페를 이용하면서 한 달 커피값만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결국 그는 사무실 1층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2018년 문을 연 첫 매장은 하루 매출이 5만 원에서 9만 원 정도인 평범한 동네 카페였다.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없었고 큰 성공을 꿈꾼 것도 아니었다. 직원과 거래처가 잠시 쉬어갈 공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랫동안 키워온 회사를 정리한 뒤 백 대표에게 남은 것은 가족과 작은 카페 하나뿐이었다. 그 절박한 순간 홍콩에서 가져온 기억은 그의 두 번째 인생을 여는 홍콩다방이라는 브랜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래가는 브랜드는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홍콩다방의 성장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성산동 매장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졌고 코로나19 시기에는 홍콩에서 맛봤던 밀크티와 에그와플을 그리워하는 고객들이 하나둘 홍콩다방을 찾기 시작했다. 명절 연휴에도 하루 백 건이 넘는 주문이 이어졌고 백 대표와 가족들은 작은 전기차인 트위지에 음료와 와플을 싣고 직접 골목골목을 누볐다. 주문이 몰리는 날이면 제대로 식사할 시간조차 부족했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매출보다 가족과 함께 버텨낸 시간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말한다. 별도의 광고 없이 고객들의 입소문만으로 홍대와 건대까지 매장을 넓혀갔고 신세계백화점 팝업스토어 제안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최근에는 안성 스타필드와 천안 신세계백화점, 병원, 리조트, 휴게소 등 다양한 특수상권으로 무대를 넓히며 브랜드의 가능성을 다시 입증하고 있다. 특히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받는 과정이 됐고, 실제로 단기 입점이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의도의 작은 3평 매장이 한 시간 만에 1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경험 역시 홍콩다방의 경쟁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백 대표는 이제 더 이상 빠른 출점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한 곳의 매장이 오래 사랑받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성장이라는 사실을 그는 실패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보통은 50개까지 늘었던 매장이 다섯 곳만 남았을 때 포기를 먼저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 대표는 그 시간을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기회로 받아들였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하나씩 돌아보며 메뉴와 레시피를 처음부터 손봤고 제조 공정과 운영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재정비했다. 본사에서 반죽을 일정하게 생산하고 각 매장이 같은 기준으로 조리하도록 표준화하면서 어느 지점을 찾아도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계절 과일을 활용한 메뉴를 강화하는 대신 유행만 좇는 메뉴는 과감하게 덜어냈다. 그는 지금도 "메뉴보다 시스템이 먼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좋은 메뉴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변함없는 맛은 결국 시스템과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콩다방에서는 '가맹점주'보다 '파트너'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면 지금도 직접 현장에 머물며 교육과 운영을 함께하고, 고객들의 의견 역시 SNS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하며 브랜드를 다듬어간다. 백 대표가 꿈꾸는 목표는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홍콩 와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고객과 파트너 모두에게 오래 기억되는 브랜드,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도 백은주 대표가 홍콩다방을 지켜가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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