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년 EU 금수조치 대비해 'LNG 그림자 선단'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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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년 EU 금수조치 대비해 'LNG 그림자 선단' 늘려

연합뉴스 2026-08-04 16:29: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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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2척 포함 최소 25척…최근 6개월 중고 8척 추가

특수 격납시설 필요해 석유 유조선보다 건조·운영 까다로워

러시아 LNG 운반선 알렉세이 코시긴호 러시아 LNG 운반선 알렉세이 코시긴호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내년에 시행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금수조치를 앞두고 최근 러시아가 LNG 운반 '그림자 선단'을 조용히 늘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림자 선단'이란 국제 경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소유 구조나 운항 경로를 불투명하게 해 제재 대상국의 원유나 가스 등을 수송하는 선박들을 가리킨다.

FT는 해운 데이터 업체 윈드워드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6개월간 최소 8척의 중고 LNG 운반선이 매각된 후 러시아 화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LNG 운반 그림자 선단 선박 수는 러시아 극동의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된 신규 선박 2척을 포함해 25척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측은 내년 EU의 금수조치 시행 후에도 가스 운송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석유 그림자 선단 규모는 1천여 척에 이르지만 가스 그림자 선단의 규모는 아직 그보다 훨씬 작다.

그림자 석유 운반선은 '녹슨 고물'로 불리는 노후 유조선을 사들이면 되지만 그림자 LNG 운반선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기업 정보 회사 S-RM의 셉티머스 녹스 이사는 설명했다.

LNG 운반선은 가스를 영하 162도의 액체 상태로 유지해 운송할 수 있는 특수 격납 시설이 필요하므로 건조하고 운영하기가 석유 운반선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게다가 러시아의 경우 LNG 생산시설들이 북극권에 집중돼 있으므로 연중 대부분의 기간에는 최소한 가장 가까운 부유식 저장시설까지 가기 위해 두꺼운 바다 얼음을 견딜 수 있는 내빙급(ice class·耐氷級) 선박이 필요하다.

그림자 LNG 운반선들은 주로 두바이,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러시아 연계 페이퍼컴퍼니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편의치적(제3국에 선박을 등록하는 제도)을 주로 이용한다.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쇄빙 LNG 운반선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쇄빙 LNG 운반선

(러시아 연해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9월 11일 러시아 연해주의 즈베즈다 조선소 항구에서 건조되고 있는 쇄빙 LNG 운반선 '표트르 스톨리핀'호의 모습. [스푸트니크 촬영 크렘린 풀 사진, 크레딧 원문 유지 필수] (EPA/PAVEL BEDNYAKOVSPUTNIK /SPUTNIK/KREMLIN / POOL MANDATORY CREDIT) 2026.8.4.

뉴에너지어드밴스먼트허브의 선임연구원 이리나 미로노바는 "석유 그림자 선단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선례가 있었다. 하지만 제재를 받을 당시 가스 생산에서 그 정도의 기술적 발전 수준에 도달한 나라는 없었다"며 "이는 (러시아에)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초저온 가스 운반선은 세계에서 가장 전문화된 선박 종류 중 하나로, 한 척의 건조 비용이 약 3억 달러(4천300억 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시베리아 야말 공장이 생산한 LNG는 거의 전량이 EU 국가들에게 팔렸으나, 내년부터는 러시아산 LNG의 EU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노바텍의 아르크틱 LNG2 프로젝트를 포함해 일부 러시아 LNG 시설은 이미 별도 조치에 따른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주에 EU는 러시아 시민에게 LNG 운반선을 판매할 경우 EU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리스의 강한 로비 이후, EU 운반선으로 LNG를 제3국에 운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았다.

FT가 분석한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최근 확보한 중고 LNG 운반선 중 4척은 서방 제재 대상 LNG를 취급하는 허브에서 물량을 실어날랐다.

'코스모스', '오리온', '메르쿠리', '루치'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운반선들의 선적은 현재 모두 러시아로 돼 있다.

중국에 입항한 러시아산 LNG 운반 유조선 중국에 입항한 러시아산 LNG 운반 유조선

(난퉁 [중국 장쑤성]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야말 LNG 프로젝트로 생산된 LNG를 실은 운반선이 2018년 7월 18일 중국 장쑤성 난퉁의 루동 LNG 터미널에 입항한 모습. [제3자 제공 사진을 로이터가 배포. 중국 내 사용 금지. 자료사진] (REUTERS/Stringer) 2026.8.4.

러시아가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한 첫 LNG 운반선 '알렉세이 코시긴'호는 작년 12월 국영 해운 대기업 소브콤플로트에 인도된 후 아르크틱 LNG2의 화물을 운송해왔으며, 두번째 LNG 운반선 '콘스탄틴 포시예트'호는 이달 들어 명명 행사를 했다.

민간 소유 기업인 노바텍은 시베리아의 야말 공장과 제재 대상인 아르크틱 LNG2 공장을 합해 러시아 LNG 생산량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국영 에너지 대기업 가스프롬의 극동 지역 프로젝트 '사할린-2'가 30%를 차지한다.

제재 대상인 아르크틱 LNG2의 생산 물량을 사들이는 나라는 현재 중국뿐이다.

FT가 케이플러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평균 선령 10년의 선박 11척이 아르크틱 LNG2 물량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 화물은 부유식 허브에서 일반 LNG 운반선으로 옮겨진 뒤 중국으로 향한다.

러시아는 즈베즈다에서 LNG 운반선 4척을 추가로 건조중이다.

내빙급 선박 6척은 제재 때문에 한국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인도가 막혀 있는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다만 고도로 전문화된 LNG 격납 시스템 생산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프랑스 기업 GTT가 2023년 1월 EU 제재의 결과로 러시아 관련 계약을 중단한 상태여서, 러시아가 LNG 운반선 건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설령 러시아가 자체 LNG 격납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선박 기술 표준 인정에 국제해사기구(IMO)와 선급협회들의 승인이 필요해 상당한 기간이 걸리며, 따라서 러시아가 당분간 중고 시장에서 LNG 운반선을 계속 조달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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