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 나선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가 4일 나란히 호남을 찾아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김민석 후보는 전북 남원·정읍 전통시장을 시작으로 김제, 부안, 익산 등을 잇달아 돌았고 정청래 후보는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유세를 시작해 장애인단체, 소방공무원, 개인택시조합 등과 정책간담회를 이어갔다. 유일한 호남 출신인 송영길 후보는 전남 화순·나주에서 시민공감토크를 열며 지역 표심을 파고들었다.
전체 권리당원의 약 30% 가량이 몰려 있는 호남은 15~16일 순회경선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그래서 제주·인천과 강원·대구·경북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먼저 진행되지만 세 후보는 이날 일정을 모두 호남에 집중했다.
후보 간 신경전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정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국면을 우회적으로 겨냥하는 듯한 메시지를 올렸고 김 후보 측은 친청계 최고위원 후보를 겨냥해 허위사실 유포 중단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당 중앙선관위도 이날 비공개회의를 열어 양측이 제기한 당헌·당규 위반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호남 표심을 둘러싼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과 대상,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엇갈린다. 실제 공표된 조사들을 대상별, 시점별로 짚어봤다.
먼저 가장 최근 조사부터 보면 뉴시스가 지난 2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전남광주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한 무선전화 ARS 조사 결과 김민석 후보 42.3%, 정청래 후보 27.7%, 송영길 후보 13.8%로 김 후보가 14.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달 27~2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권리당원이 30% 이상 집중된 광주·전라 권역(95명, 가중값 적용)에서 정청래 36%, 김민석 28%, 송영길 5% 순으로 정청래 후보가 앞섰다. 다만 이 지역 표본이 95명에 불과해 표본오차가 매우 크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같은 시기(7월 27~28일) 진행된 조사기관 피앰아이(PMI)의 자체 웹조사에서는 호남권에서 정청래 27.0%, 김민석 26.8%, 송영길 11.4% 순으로 두 후보가 사실상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혀보면 양상이 또 달라진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에스티아이(STI)가 같은 기간(7월 27~28일) 전국의 민주당 지지층·무당층 11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조사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41.6%로 정청래 후보(37.7%)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뉴스토마토 의뢰 미디어토마토 조사(전국 1033명)에서도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는 정청래 후보가 36.9%로 김민석 후보(28.0%)를 앞섰지만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44.9%로 1위, 정 후보가 38.9%로 2위, 송 후보는 11.2%로 집계돼 순위가 뒤바뀌었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이한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사 대상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표본과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조사는 호남 거주자 전체를 봤고, 어떤 조사는 민주당 지지층만 봤고, 어떤 조사는 권리당원 추정층을 따로 봤기 때문에 결과가 같을 수가 없다.
표본 크기도 다르다. NBS의 광주·전라 표본은 95명이라 이 정도 표본으로는 1~2위가 바뀌는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질문 문항도 차이가 난다. 당대표 적합도, 1순위 선호도, 양자대결, 민주당 지지층 한정, 권리당원 추정층 등 문항이 달라지면 같은 후보도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조사기관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지만 민주당 지지층이나 권리당원에 가까운 표본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조사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공표된 이들 조사는 판세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일 뿐 실제 득표에 반영되는 공식 여론조사와는 별개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별도의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정한다. 지금까지 조사에서는 당원들 사이에서 김민석 후보가,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만큼 이 두 표심이 합산됐을 때 실제로 누가 앞설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일단 권리당원의 약 3분의 1이 걸린 지역인 만큼 15~16일 호남 순회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는 후보가 이후 경선 흐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 공표된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조사 대상(일반 국민이냐 당 지지층이냐)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고 있어 실제 순회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쪽도 호남 우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진보진영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민석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심 우위를 보이는 흐름이 실제 민심과 맞닿아 있다면 호남에서도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정청래 후보로서는 김 후보와의 격차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호남은 역대 민주당 경선에서 결정적인 분기점 역할을 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광주 경선 승리를 계기로 이인제 후보를 추격해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수도권 경선을 앞둔 호남 승부가 당권 향배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만약 호남이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도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