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옛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을 연이어 만난데 이어 3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을 했다.
유 전 의원의 보폭 확대는 최근 보수 진영 재편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장동혁 당 대표를 향한 사퇴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 장동혁' 체제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 유 전 의원은 '보수 통합'과 '개혁'을 강조하면서 보완수사권 폐지, 부동산 세제 개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등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과 만찬 회동…"총선 승리에 보수 통합·개혁 필수"
유승민 전 의원은 3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보수 진영의 통합과 개혁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지원 유세에 나섰던 유 전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번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시간가량 배석자 없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인사들까지 포괄하는 통합론을 제시했고, 오 시장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탄핵 찬반으로 편을 갈라 싸우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분열보다 최대한 통합해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오 시장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당 악재에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이는 현실을 우려하며, 수도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혁신이 필수라는 데 뜻을 모았다. 유 전 의원은 "보수층 지지도 못 받고 중도층 지지가 바닥인 상태로는 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장동혁 대표의 거취나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은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유죄 판결에 위로를 전하며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 보수 재건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 대변인은 "지방선거 승리를 돌아보고 보수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국민의힘이 대안 정당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함께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지율 하락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재명 정부의 무능과 폭주를 견제하고 국민에게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날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기현·윤재옥 등 옛 친윤계와도 만찬 회동
"총선 이기려면 통합·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지역과 계파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힘 중진들과 접촉을 늘리며 정치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연평해전 기념식 이후 김기현·한기호·유의동·강선영·유용원 의원 등과 점심을 함께했고, 지난달에도 김기현·김태호·윤재옥·박성민 의원 등과 잇따라 만찬을 가졌다.
유 전 의원 측은 "이번 달에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약속이 꽤 잡혀 있으며, 특정 계파를 가리지 않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남 자리에서 유 전 의원은 "지금은 내부 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라 통합을 이루고 혁신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도 "이재명 정권 폭정을 막는 유일한 길은 2028년 4월 총선 과반 확보"라며 "탄핵 찬반을 두고 내부 싸움을 벌이는 것은 정부·여당이 가장 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철학이나 정책, 당의 노선을 둘러싸고 우리 사이에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오로지 탄핵에 찬성했거나 반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것처럼 싸우니 보수가 어떻게 원팀이 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최근 행보를 두고 "광폭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22년 경기지사 경선 패배 이후 사실상 잠행에 들어갔고 지난해 대선 경선에도 불출마했지만,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이수희 강동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평택 재선거에 출마한 측근 유의동 의원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
특히 과거 껄끄러웠던 친윤계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한 재선 의원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주류를 공략하려는 것 같다"고 했고, 당 관계자도 "과거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윤계에 실망했지만 지금은 미래를 보고 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개혁 보수를 내세워야 한다는 점은 친윤계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강력 비판 "경찰공화국이 노무현 정신이냐"
"초고가 주택 세금 폭탄,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되나"
유 전 의원은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3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보완수사 폐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중국 공안과 똑같은 경찰공화국으로 만드는 것이 노무현 정신인가"라며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노무현 정신' 계승으로 포장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도 그것은 노무현 정신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권력의 독점과 폭주를 경계하고 상호 견제를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장윤기 강간 살인 사건 피해자들은 무엇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할까.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노무현 정신인가"라며 반문했다.
또 그는 "저는 평생 보수 정치인이지만 노무현의 정치철학 중 존중할 부분은 존중해왔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무리를 보면서 무덤 속의 노무현 대통령이 준엄하게 꾸짖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도 걸핏하면 노무현 정신을 팔아왔다.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임 개헌이 과연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하는지, 오늘 귀국하는 이 대통령의 입을 온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4일 SNS에 글을 올려 "수도권의 '미친 집값'과 전월세 문제 해결이 핵심인데,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가 주택 보유세는 부유세 차원에서 올릴 수 있지만, 징벌적 보유세가 중산층과 서민이 원하는 집값 안정과 전월세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의원은 "보유세를 올리면 취득세와 양도세를 내려 거래가 활발해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취득세는 건드리지 않았고 양도세는 한시적 조치가 끝나면 오히려 더 무거워지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전월세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거주 세금이 무서워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면 세입자는 갈 곳이 없고,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에 전가되면 결국 세입자가 피해를 본다"며 "이미 심각한 수도권 전월세난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엄청난 숫자의 세입자 가족을 일터와 학교에서 더 먼 곳으로 떠나게 만드는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으며, 지난달 열린 부동산 국민토론회에서 제기된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규제 완화, 토지거래허가제의 풍선효과 문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 등이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번 부동산 세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기 전에 야당의 대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왜 대안인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대통령 겨냥 "주식 투기판 개미들 지옥인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논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달 19일 SNS에서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밀어붙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고 피해는 투자자들이 입었는데,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장에게 '많이 당하고 계신다'고 말하는 것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개미들이 지옥을 호소하는데 뒤늦게 금감원장이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유체이탈"이라며 "당시 막았어야 했던 대상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는 점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에 대해서도 "시장 평가가 싸늘하다"며 "이미 투자자 손실은 회복이 어렵고 거래 중인 상품은 상폐가 불가능해 결국 연착륙하며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 실패의 원인과 책임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고위험 상품을 도입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운용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 주식 비중 확대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 비공개는 리밸런싱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며 "연금기금이 인위적인 주가 부양과 환율 방어에 동원됐다는 의혹도 국정조사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50조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지만 국민연금은 원칙을 훼손한 채 외국인들에게 이용만 당했다"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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