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보다 아내 짜증이 무서워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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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보다 아내 짜증이 무서워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위키트리 2026-08-04 13:29:00 신고

3줄요약

‘분명 서로 사랑했었는데.’ 한 직장인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짧은 문장 하나에 아이를 낳은 뒤 서서히 어긋나 버린 부부의 시간이 담겼다. 결혼을 결심할 만큼 아꼈던 사이가 아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연인 까닭에 육아기 부부라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이야기로 읽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최근 올린 글에서 글쓴이는 자신을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자 생후 200일 된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아이를 낳고 나서 아내의 짜증이 보기 싫어졌다"고 적었다. 그는 "원래도 짜증이 좀 있는 편이었는데 아이 앞에서 그러니 그냥 받아주기가 싫다"고 했다. 이어 "유부남들이 집에 가기 싫다는 것이 육아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내의 짜증 때문이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깨닫고 있다"고 썼다.

글쓴이는 자신이 육아와 집안일에 상당한 시간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과를 포기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해 요리하고 아이를 목욕시키고 젖병을 닦고 거실을 정리한다"며 "성과급이 많이 나오는 시기인데 그것도 포기했고 내년에는 육아휴직도 쓸 생각"이라고 했다. 주말마다 아내가 쉴 수 있게 함께 외출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내의 짜증은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 장난감을 매일 닦는데 하나라도 빼먹으면 화를 낸다", "분유 온도를 42도로 맞추지 않으면 화를 낸다", "아이가 졸린 것 같아 안고 있으면 왜 안고만 있느냐고 한다", "빨래를 자주 개는데 가끔 안 돼 있으면 화를 낸다"고 적었다.

그는 삶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지만 아이가 눈에 밟혀 마음을 다잡는다 했다. "말도 섞기 싫고 쳐다보기도 싫다", "아이가 불쌍해서 아직도 많이 참는 중"이라고 쓴 대목에서 아내와의 관계가 심각할 정도에 이르렀음이 드러난다.

댓글 창에서는 여러 갈래의 반응이 엇갈렸다.

먼저 글쓴이와 비슷한 처지라며 공감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한 이용자는 "나도 화가 없던 사람이었는데, 아이 때문이 아니라 배우자 때문에 내가 속 좁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예민한 배우자와 살면 안정적인 사람도 부처가 아닌 이상 똑같이 극단으로 내몰린다"고 적었다. 배우자가 남편이든 아내든 상관없이 한쪽의 예민함이 다른 한쪽을 지치게 만든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반대편에선 아내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두세 번 좋게 말해도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화가 난다"며 "집에 종일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일도 엄청난 비중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남편뿐이라 (남편) 말 한마디에 크게 흔들린다"며 "공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당신도 힘들다는 것을 차분히 이야기해 보라"고 조언했다.

출산 뒤 스스로 예민해졌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반성한다는 여성 이용자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연애 8년 동안 짜증 한 번 안 냈는데 아이를 낳고 짜증이 상상도 못 할 만큼 늘었다"며 "재작년에 정신을 차리고 남편에게 한없이 미안해 지금은 서로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 글을 보니 아이를 낳고 힘든 일이 생겨도 남편에게 짜증 내지 말아야겠다"며 "반성하고 간다"고 적었다.

이런 갈등이 아이에게 남기는 상처를 걱정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한 이용자는 자신이 이런 가정에서 자랐다며 긴 사연을 남겼다. 그는 "아버지는 일이 바빠 늦게 들어왔고 커리어를 접고 전업으로 육아를 맡은 어머니는 연고 없는 동네에서 고립됐다"며 "예민했던 어머니가 우울증을 얻은 뒤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그 감정이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동생은 의욕 없고 비관적인 성격으로 자랐고, 나는 가정을 이루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며 "부부 상담을 받든 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 붙들고 있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나쁠 수 있다"고 적었다.

전문적인 도움을 권하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아내도 병원에서 약을 먹으면 나아질 텐데 그게 어려우면 글쓴이라도 가보라"며 "둘 다 여유가 없을 때는 한쪽이라도 안정을 찾아야 집안도 굴러가고 아이도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부부 상담이나 심리 검사를 받아보라는 댓글도 여러 개 달렸다.

참기만 하지 말고 맞서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짜증을 내는 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하는 것"이라며 "너무 받아주기만 한 면도 있으니 단호하게 선을 그으라"고 했다.

글쓴이의 상태를 걱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면 번아웃이 온 것 같다"며 "병원에 가보고 일을 좀 내려놓으라"고 권했다.

글쓴이는 대부분의 댓글에 답을 달며 "아이 때문에 이혼 없이 나아지고 싶다", "상담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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