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오세요. 생각보다 세상은 따뜻합니다.”
김선녀 시흥시 외국인주민 대표협의체 대표(46)가 새롭게 정착한 이주민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낯선 땅에서 외로움을 견뎌낸 시간, 그리고 누군가가 내민 작은 손길 덕분에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이 담긴 한마디다.
중국에서 태어난 재중 교포인 김 대표는 2012년 결혼을 계기로 시흥에 정착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한국말을 배우며 자라 온 그에게 한국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나라였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현실은 달랐다. 아이를 키우며 병원과 은행, 주민센터를 오가는 일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했지만, 행정 용어나 복잡한 제도는 또 다른 언어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는 막막함이 컸다.
그 시절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한국공학대학교에서 시흥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었다.
함께 교육받던 주민들은 그를 외국인이 아닌 이웃으로 대했다. 먼저 말을 걸고, 모르는 것은 기꺼이 알려주고, 식사를 함께하며 정을 나눴다. 당시를 회상한 김 대표는 “그 작은 관심이 집 안에만 머물던 나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외국인 안전보건 강사 교육을 수료한 뒤 건설 현장 통역과 안전교육에 참여했다. 중도 입국 청소년 적응 지원, 외국인 주민 초기 정착 프로그램,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 학교 학부모회까지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활동의 폭을 넓혀갔다.
현재 그는 시흥시 외국인주민 대표협의체 대표를 맡아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행정과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나 정보만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정착은 훨씬 수월해진다”며 “새로 시흥에 온 이주민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주민센터와 가족센터, 지역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사람과 연결되는 일이 정착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웃어 보였다.
지난해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로 활동하면서 만난 한 노부부는 그의 봉사를 ‘이주민을 돕는 일’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손을 내미는 일’로 바꿔 놓았다.
정왕동에 터를 잡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동네 약사는 아이들의 성장을 기억해 주고, 주민들은 길에서 만나면 먼저 안부를 묻는다.
김 대표는 “의용소방대 활동을 나가면 음료를 건네며 응원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이제는 나를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동네 주민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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