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효성가 ‘형제의 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친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갈등은 퇴사와 비상장 계열사 지분, 민·형사소송과 언론전이 얽힌 장기 분쟁으로 이어졌다. 현재 조현문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관련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한스경제는 단독 입수한 재판 증언과 대응 문건, 취재 내용을 토대로 효성 형제분쟁의 전말을 6회에 걸쳐 추적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2013년 효성을 떠났지만 친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의 경제적 연결고리까지 끊지는 못했다. 자신의 ㈜효성 주식은 처분했지만 효성그룹 비상장 계열사 7곳의 지분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공개시장에서 곧바로 매각하기 어렵다. 효성 측에도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을 반드시 사들여야 할 의무는 없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 및 가족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려면 결국 효성 측과 지분 처분 방식을 협의해야 하는 구조였다.
이후 조현문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들에 회사 운영 내역과 회계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계열사를 상대로는 이사 변경 등기와 관련한 소송도 제기했다. 이후 조현준 회장과 효성 임직원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형사고발에도 나섰다.
당시 외부에서는 죄현문의 행보를 효성 내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지배구조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조현문이 비상장 지분을 유리한 조건으로 정리하기 위해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언론 대응을 효성 측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조현문 측은 검찰의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효성 내부의 위법행위에서 벗어나고 가족 및 계열사와의 특수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정당한 주주권과 방어권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재판의 쟁점은 조현문이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에만 있지 않다. 재판부는 소송과 고발을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일련의 법적 대응이 비상장 지분 정리와 연결돼 있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 상장주식은 처분했지만 7개 비상장 지분은 남았다
검찰이 공판에서 제시한 내용에 따르면 조현문이 보유했던 비상장 지분은 7개사에 걸쳐 있었다.
검찰은 조현문이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 10%, 신동진 10%, 동륭실업 80%를 보유했다고 제시했다. 노틸러스효성 14.13%, 더클래스효성 20%, 효성토요타 3.48%, 홍진데이타서비스 5.96%의 지분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비상장 지분의 전체 가치를 당시 약 1000억 원 규모로 제시했다. 조현문이 상장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한 뒤 비상장 지분도 효성 측에 넘겨 현금화하려 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당시 조현문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공승배 변호사도 조현문이 비상장 지분을 처분하려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지분 정리의 목적을 검찰이 주장하는 경제적 이익과 곧바로 연결하지는 않았다. 조현문이 효성 및 가족과의 특수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분관계를 정리하려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현문 측도 지분 가격보다 관계 단절이 우선이었다고 주장한다. 비상장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 효성 계열사의 주주이자 가족회사의 특수관계인으로 남는 만큼 완전한 독립을 위해 지분 정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검찰은 비상장 지분의 구조 자체가 압박의 동기가 됐다고 본다. 비상장주식은 외부 매수자를 구하기 어렵고 효성 측에도 매입 의무가 없었던 만큼, 조현문이 회사를 협상에 끌어내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는 시각이다.
▲ 문건 속 ‘유리한 위치’…이후 법적 대응으로
검찰은 비상장 지분 정리를 위한 압박 정황으로 2013년 3월 작성된 ‘HJ와의 Talk Point’를 제시했다. 문건에는 '조현준 회장을 제압하고, 향후 부동산 계열사와 노틸러스효성 등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공 변호사도 해당 문구가 문건에 기재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검찰이 이번 공판에서 주목한 대목은 문건의 표현 자체보다 이후 이어진 행동이다. 조현문 측은 문건을 작성한 뒤 비상장 계열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과 민사소송을 진행했고, 조현준 효성 회장과 효성 임직원들을 상대로 형사고발에 나섰다.
검찰은 문건에 적힌 ‘향후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라는 목표와 이후 이어진 법적 조치가 하나의 압박 전략으로 연결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현문 측은 각 절차가 비상장 계열사 주주로서 권리를 확인하고 효성 내부의 위법 의혹에 대응하기 위한 독립적인 법적 조치였다고 반박한다.
▲ 장부열람·민사소송에서 형사고발로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법적 조치 가운데 일부는 실제 절차로 이어졌다. 검찰 신문에 따르면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6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을 상대로 이사 변경 등기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 더클래스효성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했다.
2014년 5월에는 노틸러스효성과 신동진,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조현준 회장과 효성 계열사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분쟁은 형사사건으로 확대됐다.
검찰은 일련의 절차가 우연히 이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장부열람과 내용증명, 민사소송, 형사고발, 언론 대응을 함께 가동해 효성 경영진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공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조현문 측은 당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수단을 미리 검토했다. 내용증명 발송과 회계장부 열람 청구 등을 선택지로 정리한 뒤, 각 조치를 실제로 어디까지 실행할지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3년 3월 당시 모든 소송과 고발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효성 측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폭넓게 검토했지만 각 조치의 실행 시기와 순서, 범위까지 미리 정해둔 상태는 아니었다는 게 공 변호사의 설명이다.
조현문 측은 이런 법적 절차가 비상장 지분을 처분하기 위한 압박 수단이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계열사 주주로서 회사의 재무상태와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위법 의혹을 정당하게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효성 관련 수사에서 내부 문제의 책임이 자신에게 전가되거나 음해를 받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목적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법적 대응은 지분 매각을 위한 위협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 검찰 “사익 추구”…조현문 측 “법률 대응 주도”
검찰은 조현문과 박수환 사이의 보수 약정을 비상장 지분 정리와 압박 전략이 맞물렸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검찰 측 자료에 따르면 조현문 측은 비상장 계열사 지분 정리 성과에 따라 박수환에게 별도의 보수를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부동산 계열사 3곳의 교차 지분 정리가 성사되면 10억원, 노틸러스효성 지분 정리가 이뤄지면 30억원, 기업 분리까지 성사되면 100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협상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박수환이 매달 2200만원을 받기로 약정했고, 실제로 조현문으로부터 41차례에 걸쳐 총 11억3652만원을 송금받았다는 내용도 검찰 측 자료에 담겼다.
검찰은 이 같은 보수 구조를 박수환의 역할이 단순한 언론 자문을 넘어섰다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박수환이 비상장 지분 정리 과정에 관여하고 효성 측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는 대가로 별도의 보수를 받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는 검찰의 공소 논리로 아직 법원의 판단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쟁점은 박수환의 역할과 보수의 성격이다. 검찰은 성과보수 약정을 지분 정리를 위한 압박 전략의 대가로 보고 있다. 조현문 측은 박수환이 언론 대응을 중심으로 자문했을 뿐 법률 대응 자체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직접 주도했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보수가 통상적인 자문 대가였는지, 효성 측을 압박해 지분 매각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대가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 13년간 이어진 형제분쟁, 법원은 판단은?
조현문이 시작한 고발전은 2017년 조현준 회장 측의 맞고소로 흐름이 뒤바뀌었다. 조현준 회장 측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비상장 지분을 효성에 처분하는 과정에서 형사고발과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회사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현문과 박수환을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기관은 보도자료 배포와 사과 요구, 가족과 효성 관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과정까지 들여다봤다. 검찰은 두 사람이 효성 측에 법적 의무가 없는 일을 요구했다고 보고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조현문과 박수환 측은 수사와 기소 과정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박수환의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이메일과 전자정보가 영장 범위를 벗어나 수집됐으며, 이를 토대로 시작된 후속 수사도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공갈미수 혐의에 친족상도례와 고소기간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이 강요미수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했으며,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맞서고 있다.
효성 내부의 위법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한 고발은 10여년 뒤 조현문 전 부사장 자신을 피고인석에 세웠다. 조현준 회장과 효성을 겨냥했던 문건과 소송, 고발은 이제 정당한 문제 제기였는지, 비상장 지분 정리를 위한 압박이었는지를 가르는 법정의 증거가 됐다.
검찰은 조현문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형(조현준)과 회사(효성)를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주주권 행사와 자기방어를 위한 대응이었다고 맞선다. 13년간 이어진 효성가 형제 분쟁은 이제 서로의 주장이 아닌 법원의 판단으로 규정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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