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세 번째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2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타선이 5경기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달라오는 롯데는 10-5, 5점 차 앞선 9회 말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투입했다. 넉넉한 점수 차였지만, 그가 이틀 동안 휴식했고 한 주 마지막 경기라는 점이 작용했다.
김원중은 첫 타자 김현준에게 2루타, 후속 이재현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1·3루 위기에 놓였다. 김지찬을 주무기 포크볼로 삼진 처리했지만, 이어 상대한 김성윤에게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맞고 2점 내줬다. 점수 차는 3으로 좁혀졌다.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중계 화면을 통해 답답한 심경의 표정이 포착됐다.
드문 장면이 나왔다. 김태형 감독은 김원중이 글러브로 자신의 입을 가린 채 얘기하자, 손을 들어 그 글러브를 홱 내려버린 것.
자칫 짜증 섞인 제스처로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김원중은 자신의 입모양이 중계 화면을 통해 보이는 걸 경계한 것 같다. 김태형 감독은 그의 말을 제대로 듣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원중은 롯데 투수진 리더다. 선배들도 있지만, 그가 젊은 투수들을 이끌고 있다. 그런 김원중을 모든 이목이 집중된 마운드 위에서 다그치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를 감안한 듯 보인다. 김원중은 지난해 12월 당한 교통사고로 정규시즌 초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후배 최준용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줬다. 최준용이 부침을 보인 7월 초, 그는 다시 '뒷문지기'를 맡았지만, 후반기 들어 피안타율 0.375를 기록할 만큼 흔들렸다. 결국 사령탑은 따끔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마운드에 올랐다.
김태형 감독이 행보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에이스, 투수조 조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김 감독 특유의 강성이 팀 분위기를 잘 다잡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박세웅은 그라운드 밖에서 자신에게 툭툭 응원 메시지를 주는 김 감독과의 일화를 전하며 "다 나에게 애정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롯데는 3일 경기 전까지 42승 2무 54패를 기록했다. 5위와 승차가 9경기까지 벌어졌다. 그동안 김태형 감독은 주장 전준우를 2군으로 보내고, 메인 배터리 코치를 교체하는 등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며 팀 쇄신을 유도한 바 있다.
이미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창단 최장 기록을 다시 쓴 롯데. 불명예 기록이 이어질 수 있는 올 시즌이다. 사령탑은 김원중을 향한 '글러브 드롭(Drop)'으로 재차 선수단을 깨우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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