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윤시현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 영암군의 무책임한 개발행위허가와 부실한 준공검사로 인해 인근 농지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에도, 행정당국이 피해 구제를 외면한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식물 농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민선 지방자치단체가 내건 ‘농업인이 잘사는 농생명 산업 일번지’라는 영암군의 슬로건마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제보와 <직썰> 취재를 종합하면, 영암군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삼호읍 삼포리 일대 농지 등 10필지(약 8000㎡)에 대해 ‘밭 조성’을 목적으로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성토 개발행위를 허가했다. 직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을 추출하고 남은 일명 ‘붉은 흙’, 즉 보크사이트 잔재물이 성토재로 무더기 매립되면서 시작됐다.
알루미나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크사이트 잔재물은 pH 10~13에 달하는 강알칼리성과 높은 염도를 띠는 물질이다. 이러한 잔재물이 빗물이나 지표수와 섞여 토양으로 유입될 경우, 토양 내 나트륨 이온 농도를 극단적으로 높여 토양 입자를 점질화·응집화시킨다. 그 결과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이 파괴돼 땅이 굳어지고, 산도(pH) 불균형으로 인해 식물 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 채 양분 결핍과 알칼리 장애로 말라 죽게 된다.
실제로 해당 성토 현장과 접해 있는 약 1000㎡의 논에서 벼농사를 지어오던 농민 강모 씨는 2018년 수확을 앞두고 성토지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침출수로 논바닥이 오염되고 벼가 생체 기능을 잃어 말라 죽는 피해를 입었다.
강 씨는 결국 지난 8년간 농사를 전면 포기해야 했다. 인근의 다른 논 역시 사정은 비슷해, 피해 구역을 제외하고 부분 경작을 이어가는 등 파행 운영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초 영암군은 개발행위허가를 내주며 “인근 농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피해 발생 시 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울러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허가취소, 공사중지, 준공검사 거부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영암군은 강알칼리성 성토재 반입으로 인한 심각한 민원이 지속 제기됐음에도 현장 모니터링이나 침출수 방지 조치 없이 행위 허가와 준공검사를 최종 승인했다. 행정청 스스로 내건 조건부 부관을 이행하지 않은 채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피해 농민 강 씨는 “시뻘건 흙이 무더기로 반입될 때부터 영암군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2018년 수확을 앞두고 벼가 말라 죽어 농사를 망쳤음에도 군은 이를 무시하고 성토행위를 강행하게 두더니 결국 준공까지 내줬다”며 “농작물 생육이 불가능한 토양 오염 피해가 불 보듯 뻔한 개발행위를 승인해 준 영암군이 직접 농지 피해 구제와 보상을 책임져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영암군 관계자는 “허가 당시 보크사이트 잔재물 매립이 환경에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가 제출됐고, 이후 인근 지역에서 실시한 수차례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 보상에 대해서도 “허가 조건대로 사업자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당시 민원 조사 담당자는 “2019년에 완료된 사안이라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웠다”면서 “답변을 받는 민원인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탁상행정과 무책임한 준공 승인 속에 농민의 삶터가 폐허로 변해가는 동안, ‘농생명 일번지’를 외치는 영암군의 행정은 현장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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