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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낳은 아이의 피부색과 외모가 남편과 다르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한 달 된 핏덩이를 보육원 앞에 내다 버린 부모가 17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에 따르면, 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은 지난 2024년 지자체가 실시한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첫 유기 후 재회, 그리고 또다시 반복된 유기
비극의 시작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포천에서 동거 중이던 여성 A씨와 남성 B씨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아이 외모가 뚜렷한 외국인의 특징을 보이자, 남성 B씨는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두 사람은 출산 한 달 만에 아이를 보육원 앞에 버려둔 채 도망쳤고, 이 일로 결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8년 다시 만났다. 당시 A씨는 이미 다른 외국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으나, 이를 숨긴 채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출산했다.
이번에도 약 1년 동안 아이를 함께 키우던 중, 아이의 외모가 점점 외국인을 닮아가자 B씨의 의심이 시작됐다.
남편의 추궁이 두려워진 A씨는 친정집에 아이를 맡기고 가출해버렸다. 확신을 갖게 된 B씨는 2009년 3월, 혼자서 첫 번째 아이를 버렸던 보육원에 또다시 유기했다.
아이 버리고 도망친 부모, 공소시효는 어떻게 됐나
무려 20년 가까이 은폐됐던 이들의 범행은 경찰 수사를 통해 덜미가 잡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원칙대로라면 처벌이 어려울 수 있었으나,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처벌법의 특별 규정(피해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규정)이 소급 적용되면서 처벌이 가능해졌다.
다만, 2005년 첫 번째 유기 사건은 법 시행 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을 피했고 2009년 사건만이 재판에 넘겨졌다.
직접 보육원에 아이를 버린 것은 B씨였지만, 친모인 A씨에게 더 무거운 책임이 돌아갔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김연근 변호사는 "직접 아이를 유기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기가 일어날 것을 알면서 그 상황을 만들어낸 이상 공동 책임을 지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 역시 "A씨는 피해 아동을 남편의 친자라고 속여 함께 키우다가 무단 가출해 보호 의무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남편 B씨 또한 친자가 아님을 알았더라도 1년간 함께 양육하며 보호 의무가 발생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친생자 관계를 끊으려면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 살아있다"며 집행유예... 타당성 논란 남겨
아이를 버린 비정한 부모였지만, 이들이 실형을 피한 결정적 이유는 아이의 생존이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생존이 확인된 점, 그리고 피고인들이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아이가 무사히 자랐다는 건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이런 결과 중심의 양형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비밀을 덮기 위해 핏덩이를 버린 대가는 17년의 세월을 건너 결국 법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그러나 남겨진 아이들이 겪었을 상처의 무게에 비해 법의 잣대는 한없이 가벼웠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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