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세상을 바꾸는 정책]직접 재배작물 요리로 정서 회복, ‘청년 농사’ 잘 짓는 관악구
“청년 치유 힐링팜은 저의 정신건강을 지켜준 곳이에요. 수험 생활을 하며 스스로를 고립청년으로 생각할 만큼 힘들었는데, 흙과 작물을 만지고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안정됐어요.”
지난 7월 11일 서울 관악구 강감찬도시텃밭에서 진행된 청년 치유 힐링팜(이하 힐링팜)에 참여한 김보아씨(36)가 말했다. 힐링팜은 공동 경작과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 관악구의 청년 정책이다.
오전 10시 도시텃밭에 모인 청년들은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며 작업 준비를 했다. 모자를 고쳐쓰고, 장갑과 호미를 챙겼다. 며칠간 많이 내린 비로 작물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텃밭을 둘러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청년들이 모이자 텃밭 멘토는 “오늘은 잘 자란 고추와 가지를 수확하고, 식물이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울게요. 친환경 방제 농약도 뿌려봅시다”라며 작업 내용을 설명했다.
청년들은 조별 텃밭으로 향했다. 팔뚝만큼 자란 가지, 싱그러운 초록빛을 뽐내는 고추가 달려 있었다. 일주일 전 감자를 캔 뒤 심은 바질과 민트도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가지를 수확하던 한 청년은 “직접 돌보고 키운 작물이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며 “자식 같은 마음에 버릴 수가 없어 요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가지로 어떤 요리를 해 먹을지, 지난주 캐 간 감자를 어떻게 먹었는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김유림씨(29)는 “1인가구에겐 귀한 식재료”라며 “직접 딴 상추는 고기쌈을 해 먹었고, 오늘은 가지덮밥을 할 생각”이라며 수확을 이어갔다.
이어서 잡초 제거와 지지대 작업이 진행됐다.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작업을 하던 김모씨(39)는 끊임없이 관심을 주고 관리해야 하는 농사일이 좋다고 했다. 귀찮음보다는 ‘힐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랜 취업 준비로 심신이 지쳤었는데, 자주 텃밭에 들러 물을 주고 작물을 가꾸며 안정을 찾았다”며 “밭까지 걸어오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텃밭 작업이 끝난 후에는 ‘청년공간 이음’에서 요리 교실이 진행됐다. 텃밭에 심은 작물을 활용해 요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의 요리는 바질토마토냉파스타였다. 박주현 청년공간이음 대표는 “1인가구에게 어떤 요리법이 부담이 되지 않을지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명의 청년은 이날 먹을 양을 제외하고 준비해온 용기에 파스타를 담았다. 김지현씨(39)는 “요리를 배우고 남은 음식은 집에 가져가 저녁으로 먹는다”며 “요리도 배우고 식비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요리를 마친 청년들은 함께 모여 점심을 먹었다. 텃밭 운영을 주제로 시작된 대화는 지난 활동에서 있었던 일, 동네 정보, 이직 고민으로까지 이어졌다. 힐링팜 관계자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참여자들이 친밀해지는 모습”이라며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 형성도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사지으며 ‘힐링’…“일상에 활력 찾아”
힐링팜은 도시텃밭이라는 관악구의 자원을 매개로 청년의 정서 회복을 지원하는 차별화된 청년 정책이다. 구는 취업난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 늘어나는 흐름에 대응해 힐링팜을 고안했다. 운영 2년 차를 맞는 힐링팜에는 40명의 청년이 함께하고 있다.
힐링팜은 ‘치유농업’의 개념을 접목해 정서적 안정을 유도한다. 텃밭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경작자들을 위해 텃밭 멘토들이 현장에서 경작에 도움을 주고 있다. 힐링팜 참가자는 계절에 맞춰 작물을 심고, 가꾸고, 탐스러운 농작물을 얻는 과정에서 ‘마음의 휴식’을 얻는다. 김보아씨는 “시험공부를 하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텃밭에 와 흙을 만지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농사는 취미이자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노세진씨(36)는 “독립한 후 일상이 무기력했는데, 매주 텃밭을 가꾸며 활력이 생겼다”며 “취미로 회사 옥상에 방울토마토와 상추를 심고, 동료들과 나눠 먹곤 한다”고 했다. 힐링팜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노씨는 내년에 더 많은 청년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는 청년 교류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관계망 구축을 유도한다. 텃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을 활용한 ‘건강밥상 요리교실’을 월 4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로 함께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이 밖에도 관악산 트레킹, 숲 체험, 천연비누 만들기 등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정모씨(31)는 “농사를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치유하는 느낌을 얻었다”고 했다.
◇청년 인구 전국 1위…청년지원책 확대 및 세분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년 인구 비율(41.7%)을 자랑하는 관악구는 ‘청년 수도’를 지향한다. 청년 사업 수는 43개에 달한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대한민국 최초로 ‘청년친화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청년에게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지방정부의 막중한 책무라 생각해 청년 정책을 역점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임기 동안 체계적으로 청년 정책을 확대했다. 민선 7기에는 청년 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재선에 성공한 민선 8기에는 서울시 최초로 청년문화국을 만들어 청년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관악구 청년 지원 기본 조례’를 비롯해 7건의 청년 관련 조례를 제·개정했다. 청년 관련 예산도 크게 늘었다. 2018년 5400만원이던 청년 관련 예산은 올해 약 250억원으로 463배 증가했다.
구는 청년이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독립청사인 ‘관악 청년청’을 만들어 직접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민선 9기에는 ‘청년참여예산 쿼터제’ 등을 통해 청년이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정책을 만드는 주체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올해 구는 청년의 주거 안정과 취·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새롭게 운영한다. 먼저 전세 부족, 월세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관악형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구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년 50명을 대상으로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간 지원할 예정이다. 관악구 청년정책과 사업담당자는 “정부 사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신청자격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로 전입한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입주 청소, 에어컨 세척, 해충 퇴치 등 주거환경 개선 비용을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하는 ‘청년 주거환경개선비 지원’ 사업도 있다. 구는 ‘관악드림온 아카데미’를 통해 취·창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정보 제공, 진로 상담 및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는 1인가구 청년을 위한 통합 지원 커뮤니티 공간인 ‘관악 1인가구 청년식당, 아토’도 운영한다. 관악구 청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 대비 62.7%를 차지할 만큼 많다. 구는 아토에서 식사 지원과 더불어 일상 회복, 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식사를 매개로 아토에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심리 상담과 회복 체험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획했다. 다양한 강연과 체험도 진행해 모임과 활동까지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앞으로도 명실상부 제1의 청년 수도로서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연결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더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