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를 앞세워 올여름 최고의 해외 여행지로 꼽히던 일본이 잇따른 강진 여파로 여행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항공권과 숙박을 미리 예약했던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안전이 우선"이라며 취소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는 취소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규슈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급대 강진 이후 국내 여행객들의 일정 변경과 환불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구마모토와 인근 지역에서는 건물 붕괴와 산사태, 교통시설 피해가 잇따랐고 여진도 계속 이어지면서 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항 운영과 철도 운행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하면서 여행객들의 우려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이와 함께 가는 일정이라 취소했다", "수십만 원을 포기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후쿠오카 여행을 앞두고 있는데 계속 지진 알림이 떠 불안하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권은 묶이고 환불은 어렵고… 여행객들 깊어진 고민
일부 이용자들은 실제 취소 내역과 위약금까지 공개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행객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상황은 일본 여행 수요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과 맞물려 업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안팎까지 하락하면서 일본은 물가 부담이 크게 줄어든 대표적인 해외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후쿠오카와 오사카, 삿포로, 오키나와 등 일본 노선을 확대하며 여름 성수기 수요 확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강진 발생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여행사와 항공사 고객센터에는 예약 취소와 일정 변경 문의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고 일부 상품은 신규 예약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다만 여행경보 상향이나 공항 전면 폐쇄 같은 공식적인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대부분 기존 운송 약관이 적용돼 취소 수수료를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규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관광지 대부분은 정상 운영되는 곳도 많지만, 여진이 계속되는 만큼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의 여행경보나 항공편 운항 여부에 따라 환불 기준도 달라질 수 있어 출국 전 반드시 최신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에 대한 국내 호감도는 최근 조사에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이번 강진이 여름 성수기 여행시장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업계는 안전 상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엔저 효과로 이어졌던 일본 여행 특수가 당분간 주춤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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