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가 32억 원 이상의 초고가 1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되, 거주용 1주택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은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가진 주택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완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부동산 세액공제는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80%에 이르는 최대 공제율은 유지된다. 시민사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이 나왔다.
재정경제부는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관심을 모은 부동산 세제를 중심으로 살피면, 정부는 먼저 과세표준 6~12억 원(시가 32억 2000만~44억 5000만 원) 구간의 종부세율을 현행 1%에서 1.3%로 올리기로 했다.
과세표준 12억 원 이상 구간의 보유세율은 주택 수가 아닌 주택가액 기준으로 일원화한다. 1~2주택자의 세율을 3주택 이상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에 단계적으로 맞추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에 따라 현재 과세표준에 따라 1.3~2.7%인 1~2주택자의 종부세율이 2028년부터 2~5%로 오른다. 구체적으로는 △12~25억 원 2% △25~50억 원 3% △50~94억 원 4% △94억 원 초과 5%다. 각 구간 세율은 현행 3주택자의 종부세율과 같다.
이에 더해 거주용 1주택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은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오른다. 반면 비거주 1주택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아진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도 현행 9억 원에서 주택 가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더 낮춰 세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양도소득세와 관련 정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가진 주택에 대한 중과를 한시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20%P(포인트)인 2주택자의 중과세율이 2027년 5%P, 2028년 10%P로 완화된다. 30%P인 3주택 이상자 중과세율은 2027년 10%P, 2028년 15%P로 완화된다.
세액공제는 두 세제 모두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내년과 내후년 보유공제와 거주공제가 공존하는 기간을 거쳐, 2029년부터는 보유공제가 전면 폐지되고 거주공제만 남게 된다.
다만 정부는 현재 보유기간과 연령, 제도 개편 뒤에는 거주기간과 연령에 따라 최대 80%인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율, 양도세율 세액공제 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최대 30%인 다주택자의 세액공제 한도도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30억 이하 10년 이상 거주 1주택에 대한 양도 차익 기본공제액은 연 250만 원에서 연 2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해 참여연대는 3일 논평에서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부동산 토론회와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까지 개최하며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며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참여연대는 종부세에 대해 "주택수가 아닌 자산가액 중심의 누진과세 체계로 개편한 것은 고액 부동산 보유에 따른 담세력을 과세에 반영하려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개편은 종부세 실효세율이 낮은 현실에 대한 진단과 개선책이 전혀 없이 일부 고가 다주택자에 부담을 집중시키는 제한적 조정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1세대 1주택자 비과세 대상 주택 공시가격을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시가 약 20억 원 수준의 고가주택의 종부세 부담까지 없앤 것은 문제"라며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더 고가인 거주 1주택자가 비거주 1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보다 적은 종부세를 부담하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게다가 거주공제와 고령공제를 합산하여 최대 80%를 공제하다보니, 시가 40억 원 주택의 경우 세액공제 전 종부세 734만 원에서 최대 공제 시 실제 부담이 약 147만 원 수준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양도세에 대해 참여연대는 "'매물 유도'를 이유로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다시 2년간 유예했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반복하는 '양치기 소년식 정책'은 조세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 시장에는 '버티면 감세된다'는 학습효과와 잘못된 신호만 남는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특별공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의미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제율을 최대 80%까지 인정하고, 10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 대해 양도 차익 기본 공제를 연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10배 확대한 것(양도가액 30억 원 이하 주택까지 대상)은 실수요자 보호라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글로벌 경제안보와 녹색전환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을 국내 생산·판매량에 따라 지원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 신설 △친족이 아닌 제3자에게 사업을 승계해도 메도자와 매수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가업상속공제 특례 신설 및 공제한도 상향 등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국내생산세액공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조세특례를 도입하거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에 앞서 기존 세제지원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협력업체와의 성과공유 등 정책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는지부터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상속공제 개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기존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사실상 상속세 우회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공제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제도의 공익성과 효과부터 원점에서 검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랜 공론화에도 일부 자산과세만 제한적으로 조정했을 뿐, 예외와 특례를 확대해 개혁의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정부는 자산과세 정상화와 조세특례 개편을 같은 원칙 아래 추진하고, 조세부담률과 재정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분명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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