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문 열 수 없어" vs "이민자 냉대 부끄러워"
세우타서 버티는 이민자들 "절대 안 돌아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모로코 이주민 난입 사태를 계기로 북아프리카 스페인 땅 세우타에서 이 지역의 취약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세우타는 모로코인들이 되돌아간 이후 도시 질서를 되찾아가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이민자 물결이 가져온 충격과 동요는 여전히 지역 사회를 흔들고 있다.
도시에 퍼진 긴장은 주민들 간 갈등으로 분출됐다.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 지지자라고 밝힌 알바로는 이 모든 문제가 이민자 개방 정책을 펴 온 좌파 출신 페드로 산체스 총리 탓이라고 분개했다.
알바로는 "그들은 우리가 모두에게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걸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모로코 사람들이 모두 몰려오면 우리도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선 수십 명의 좌파 시위대가 모여 월경자들을 냉대한 지역 사회가 "부끄럽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우고 역시 이번 이민자 난입 사태가 걱정스럽다며 "우리는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세우타에 몰려든 약 6만명의 이민자 대부분이 모로코로 되돌아갔다.
아민 역시 마지막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 중 한 명이다.
2일 아침 그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고국 모로코를 향해 혼자 걸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유럽은 내 꿈이었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현실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세우타에서 유럽 본토 스페인으로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아민에 앞서 먼저 세우타를 떠난 16살 아담은 "너무 지쳤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고, 그의 형 아미르 역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서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고 했다.
두 형제는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경찰에게 쫓겨났다"고 말했다. 또 화가 난 주민들에게 구타당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들 중 누구도 왜 갑자기 국경을 넘어 세우타로 가려고 결심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두 형제는 그전까지 이런 식으로 유럽으로 몰려들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문이 열렸다"는 영상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후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고 헤엄쳐서 국경을 넘었다.
형제는 "모로코를 떠나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모로코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다음에 다시 (월경을) 시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모로코인은 경찰의 검문을 피해 세우타의 모로코계 주민 거주 지역에서 버티고 있다.
35세 자와드는 "그들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있다"며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 주민은 "지금은 이 지역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이 도심 순찰을 끝내면 이곳으로 와서 사람들을 체포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배고픔 문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며칠 동안 문을 닫았던 상점들이 다시 영업을 시작하긴 했으나 대형 상점들 앞은 장갑차와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다. 어떻게든 상점에 접근하려는 이민자들은 경찰들이 쫓아내고 있다.
도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후안은 "그다지 친절한 방법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일 현재 세우타에 남아 있는 이민자는 1천명 미만으로 추산된다.
지역 주민 모하메드는 "세우타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아파트에 숨어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성년자인 수피안과 모아심도 세우타 당국의 이민자 추방이 얼른 끝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부모가 없는 두 사람은 세우타행을 계획한 지 오래됐다. 두 사람은 과밀상태인 난민 수용 센터가 다시 문을 열면 자신들이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화한 현재 세우타에선 어떻게 이 엄청난 규모의 이민자 유입이 가능했는지 질문이 나오고 있다.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은 "문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페인 정부 역시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수도 마드리드 주변을 휩쓸던 산불 대응에 정신이 팔려있던 내무부가 이번 위기의 사전 징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세우타 현지 경찰관은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은 모로코가 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바로 그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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