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31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그간 범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해 오던 보수야권과 언론,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국회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힘, 청와대 앞서 '보완수사권 폐지법' 거부권 촉구
국민의힘은 3일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재의요구권)를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며 "거부한다면 국민의 탄핵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78년간 유지해온 사법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며 "국민은 더 이상 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마지막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민주당은 공소기각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뒷거래했다"며 "사법 개악의 화룡점정"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미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과 사건 핑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여기에 보완수사권마저 폐지한다면 사법 개악의 화룡점정"이라고 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이 대통령"이라며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했을 때 과연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공소 취소, 공소 기각 등 모든 제도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지와 무죄를 향하고 있다"며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재판 지우기 일념으로 법안에 꼼수를 부렸다"며 "연임 개헌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의심이 확신이 된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국민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범죄 피해 구제가 막히는 것은 오직 이재명 피고인 한 사람 때문"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6·25 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에 선 것과 같다"며 "국가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이것은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 이것은 이재명 정신이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봉하마을에 갈 것이 아니라 이재명 정신을 실천했다고 자랑하러 이곳 청와대 앞으로 와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2일 자신의 SNS에 "엊그제 통과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서민에게 피눈물 나게 하는 법, 약자에게는 마지막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법"이라며 "당연히 대통령은 국민을 사랑한다면,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꿈꾼다면 거부권 행사를 하는 것이 헌법상 책무"라고 밝혔다.
이준석 "거부권이 마지막 보루" 천하람 "거부권 행사 않으면 대통령도 공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과의 악연은 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의 사사로운 일이지만, 형사사법 제도는 온 국민의 일"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지 않으면 이 법은 민주당이 만든 법에 더해 대통령이 막지 않은 법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53조의 거부권을 로마 호민관의 권한에 비유하며 "국회가 국민 뜻에 반해 법을 만들었을 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산군이 삼사를 없애며 제도를 무력화한 사례를 들며 "사적인 원한으로 공적 제도를 껍데기로 만들면 결국 권력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사례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을 바꾸려 했지만 자기를 겨눈 칼을 부러뜨리지는 않았다"며 "칼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견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싼 변호사를 살 수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 보완수사권은 정의를 찾아낼 절박한 수단"이라며 "경찰이 넘긴 사건의 절반 가까이를 검사가 다시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께서 억강부약을 말했지만, 보완수사권 폐지는 약자를 무장 해제시키고 강자는 죗값을 치르지 않게 만드는 자기부정"이라며 "거부권이 마지막 보루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도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통령도 폐지의 공범"이라며 "국민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고 본인의 징역을 피하는 데만 혈안이 된 대통령이 있다면 분명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우려를 표했음에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강경파와 대통령이 공소 기각 사유 확대 조항을 대가로 야합한 것"이라며 "정청래 후보, 김용민 의원, 김민석 후보와 대통령은 결국 다를 게 없는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김용민 의원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한 것은 보완수사가 되지 않았던 억울함과 답답함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을 향해 "제도가 잘못 설계되면 국회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개인 재산이나 민주당 자산으로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함부로 책임이라는 말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천 원내대표는 "김 의원은 필요하면 보완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실제 책임질 생각은 없다"며 "범죄 피해자들이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도 뻔뻔하게 헛소리로 선동하며 빠져나가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상언 반대·이소영 기권…이언주 유감 표명
여권 내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검수완박'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검찰 권력을 경계했지만 동시에 경찰 권력의 독주도 경계했다. 권력기관 간 견제를 중시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곽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지 말라"며 "죽음을 정치적 노리개로 쓰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주도한 김용민 의원은 "노무현 정신은 특정 시점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언주 의원도 개정안 통과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라는 데 동의하지만,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국민 특히 피해자의 기본권 보장 문제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 수사의 부실이나 내부 부패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라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운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강력범죄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영역에서는 최소한 한시적으로라도 견제 권력 공백이 없어야 했다"며 "법 시행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하다면 보완·수정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그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여오던 이소영 의원은 표결에 기권했다.
국민 59.6% "李대통령, 檢보완수사권 폐지 거부권 행사해야"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3일 나왔다.
개혁신당 싱크탱크 개혁연구원이 이날 하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59.6%였다. 거부권 없이 공포해야 한다는 응답은 34.0%였다.
연령별로는 18~29세(67.9%)와 30대(65.0%)에서 거부권 행사 요구가 높았다. 이어 60대(61.3%), 50대(57.8%), 70세 이상(54.7%), 40대(52.6%)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65.9%), 인천·경기(63.9%), 서울(61.7%), 대구·경북(61.4%) 등에서 거부권 행사 요구가 60%를 상회했다. 부산·울산·경남(51.9%), 강원·제주(51.3%), 광주·전라(47.4%)에서도 거부권 행사 요구 의견이 공포 찬성 의견보다 높았다.
보완수사권 폐지 등 수사 구조 개편이 범죄 수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64.0%였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0.0%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54%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퇴직 검사들 "보완수사권 폐지는 광기이자 폭거"
조갑제 "李, 거부권 행사하면 영웅 될 것"
역대 검찰 고위 간부 등이 참여하는 퇴직 검사들의 친목단체인 검찰동우회도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동우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부작용과 혼란, 피해자들의 절망과 원망은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대통령은 소신에 따라 이번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해당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역시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조 대표는 3일 오전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통령 본인이 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잖나, 그렇다면 본인이 행동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거부권 행사를 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영웅이 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72년 동안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온 제도다.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이 나오면 인기는 폭발할 것이고, 그게 자신의 정치력이 되는 거 아니냐"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법치파괴의 길을 간다면 이것은 전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조선 "거부권 행사 않으면 헌재가 판단할 것"
중앙 "대통령, 국민 기본권 지켜야"
보수 언론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선 '(보완 수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하더니 민주당 전당대회가 점점 다가오자 '국회에 맡긴다'고 물러섰다"며 "이 대통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 다수의 여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검수완박'이라는 정치적 목표만 살아남았다"며 "이는 다수 의석으로 민심을 거스른 입법 폭주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이 대통령이 민심과 상식에 어긋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李, 거부권 행사 안할 듯…정성호 "거부권 건의, 있을 수 없는 일"
김준일 "李, 거부권 행사 가능성 0.001%…거부시 국정동력 상실"
이처럼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국회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거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가 정부에서 합의된 안을 법안심사 과정에서 제시했고, 많이 반영됐는데 법무부가 권한쟁의심판 청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장관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적이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준일 평론가는 3일 CBS라디오에서 "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당론으로 협의를 해서 나온 건데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여당이랑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국정 동력이 상실되고 다음 당대표도 오히려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박원석 전 의원 역시 같은 방송에서 "160석 여당이 법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때부터 난장판"이라며 "사전에 조정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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