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세제개편 시행 전 2027년 막판 매물 출회 집중 가능성"
"보유세 부담 증가에 조세저항·세입자 주거불안 우려도"
(서울·세종=연합뉴스) 임기창 오진송 기자 = 정부가 3일 실거주 1주택을 보호하고 비거주와 초고가 주택에 부담을 가중하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와 일부 고가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물 출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확대와 장기 거주자의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한시적 완화 등으로 퇴로를 열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초고가 주택의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 설정 등 압박을 병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전환하고 다주택자 등 실거주가 아닌 이들의 매물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거주 전환으로 전월세 매물이 줄고 세금 인상분이 임대료에 전가돼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다주택자에도 양도세 퇴로…내년에 막판 매물 출회 집중 가능성"
이번 세제개편안은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을 함께 반영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인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해 실거주 여부의 중요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완화해 한시적으로 출구를 열어뒀다.
기존에 금액 한도가 없었던 양도차익 공제 상한을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양도차익이 큰 강남권 등의 초고가 주택은 종전보다 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등 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어서 공제 상한 적용 이전인 2027년까지 매도를 서두르는 이들도 나올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이달과 보유세 과세기준일 직전인 내년 5월 말,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직전인 내년 말까지 절세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소득이 없는 고령자와 다주택자,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의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본격적인 세제 개편 시행 전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기가 2027년이어서 막판 매물 출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주택자에게 퇴로가 열리는 만큼 매물이 부족했던 서울 중하위권과 수도권 비규제지역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양도세 부담 증가가 고가 주택 실거주자들의 주거 다운사이징을 어느 정도까지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전반적으로는 매물이 잠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기 수요라면 개편된 장특공 시행 전 매도로 시세차익을 노리겠지만 본래 그런 주택에 살아온 실거주자들은 집을 당장 팔아야 할 유인이 적다"며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종부세 개편, 임대시장에 큰 영향…전월세 상승 우려"
종부세 개편도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하고 초고가 주택 보유에 부담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여 부담을 줄인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춰 부담을 높였다. 종부세액 산출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경우 현행 60%에서 향후 80%까지 단계적으로 높인다.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자 종부세율을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일부 구간 세율을 조정하는 한편 보유세 부담 상한비율도 직전 연도의 150%에서 200%로 높인다.
종부세 개편에 따른 주택 보유 부담은 고정 수입이 없는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물 출회를 일부 유도할 수 있으나 매물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종부세 부담이 작은 가격대에 대한 선호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금 흐름이 없는 강남권 고령층을 중심으로 종부세 부담에 따른 매물이 내년 5월 말까지 일부 나올 수 있다"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어 비거주한 경우 집을 팔지 않고 직접 들어가 살 수 있어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확연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지속해서 강조한 '집은 사는(living) 곳이지 사는(buying)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며 "절세를 목적으로 한 거주 요건 강화로 중저가 '똘똘한 한 채'에 오래 실거주하려는 수요가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부담 가중이 임대차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거주 1주택도 그냥 비워두는 집이 아니라 세입자가 사는 집이어서 사용 가치를 보면 거주 1주택과 같다"며 "비거주 1주택자들이 대부분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를 선택할 텐데 세입자 주거가 더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일부 임대 시장에서는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월세나 반전세 형태로 일부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종부세 개편은 거래량보다 보유 방식과 임대 시장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합수 교수도 "비거주 1주택자 역시 집 한 채를 보유했을 뿐인데 투기 세력처럼 대한다는 데 대한 반발과 조세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전월세를 올려 종부세 인상분을 커버하거나 종부세 부담을 집값에 반영하는 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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