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물질 저장해도 '지정수량 미만' 위험물은 신고대상 제외
창고 주변 빌라 들어서 주택 밀집지 조성…점검·안전거리 미적용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3일 울산 남구에서 발생해 1명 사망, 4명 부상의 인명피해를 낸 페인트 업체 자재 창고 화재 현장은 주택가와 바짝 붙어 있던 데다, 지자체와 소방 당국의 안전 관리망에서 벗어난 '안전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불이 난 페인트 업체는 남구 삼산동 주택 밀집 지역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빌라 건물 3개와 자동차 수리점이 지상 2층, 연면적 280.5㎡ 규모의 페인트 창고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특히 불이 난 창고와 왼쪽 빌라 건물은 중간에 사람 한 명 들어가기도 힘겨울 정도로 바짝 붙어 있었고, 사망자가 발생한 반대편 빌라와의 이격거리 역시 2m가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이 때문에 창고에서 불이 나자 내부 인화성 물질이 뿜어낸 거센 불길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인접한 건물로 옮겨붙었다.
이 불로 창고 오른쪽 빌라에 거주하던 60대 여성 1명이 숨졌고, 창고 관계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다른 주민 3명도 다쳐 치료받은 뒤 귀가했다.
이 창고는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해 인화물질을 저장하던 시설이지만, 정작 관할 지자체와 소방 당국의 안전 관리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더라도, 일정 수량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지자체와 소방 당국에서 이를 관리할 근거가 부재한 실정이다.
울산 남구청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은 당초 위험물 저장시설이 아닌 단순 창고 시설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다른 건물보다 먼저 들어섰다.
이후 해당 창고 주변으로 빌라 건물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주택 밀집 지역이 조성됐다.
문제는 해당 창고에서 2013∼2015년 사이 페인트 도매 업체가 들어온 뒤 인화성 물질을 보관·취급하기 시작했음에도, 관할 지자체나 소방 당국의 관리망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지정수량 미만의 위험물은 소방서 신고나 허가 대상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구청 입장에서는 단순 창고 시설로 관리하기 때문에 내부 보관물이 위험물인지 사전에 파악하거나 이격거리를 별도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 역시 해당 시설이 위험물 저장·처리 허가 대상이 아닌 데다가, 소방 관리 등급상으로도 제외 대상이어서 평소 점검이나 관리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위험물 허가·신고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전문적 안전관리가 필요한 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대상'이라 소방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도 없고 소방 점검 기록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정식 허가·신고 대상 시설이었다면 주거시설과의 엄격한 안전거리 기준 등이 적용돼 이처럼 주택가와 가깝게 위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정보 파악조차 안 되는 일반 대상이라 소방에서 평소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 업소가 실제로 지정수량 미만의 도료만 보관해 왔는지, 기준 이상 도료를 불법 저장하진 않았는지 여부 등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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