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초대형 흥행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배우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스파이더맨은 이제 이야깃거리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캐릭터가 한 단계 성숙해지거나, 더 젊은 배우에게 바통을 넘겨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 영화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개봉 주말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9억2700만달러(약 1조3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억2500만달러(3219억원)로 추정되던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블록버스터 영화가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전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며 2021년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로 주연 배우인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제 연인인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들이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어떤 캐릭터보다도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게다가 영화 자체도 잘 만들어져 막강한 인기를 누리는 이 시리즈에 액션으로 가득 찬 새로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는 마블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의 열혈 팬들에게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다. 스파이더맨과 헐크(마크 러팔로 분)의 대결, 퍼니셔(존 번탈 분, 디즈니+ 시리즈에서보다 더 엉뚱하고 덜 위협적인 인물로 묘사됐다)와의 예상치 못한 협력은 물론, 여기서 밝히지 못할 온갖 설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팬들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보고 나오며 묘하게 불만을 느낄 수도 있다. 홀랜드가 연기하는 피터 파커와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처럼 풀어낼 이야깃거리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작이 개봉한 지 5년이 흐르는 동안, 작중 등장인물들의 시간도 흘렀다. 우선 스파이더맨은 수많은 범죄에 맞서 싸운 덕에 이제 뉴욕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스파이더맨을 그동안 의심해왔던 J 조나 제임슨은 이번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그의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 분)와 한때 사랑했던 여자친구 MJ(젠데이아 분)는 둘 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했다.
문제는 '노 웨이 홈'에서 벌어진 마법 사건들로 인해 네드와 MJ의 기억 속 피터의 존재가 지워졌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끝없는 반복에 빠지다
'노 웨이 홈'에서 피터는 네드와 MJ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설명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끝났지만, 이번 영화에서 우리는 그가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중한 이들의 안전을 위해 피터는 그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고, 이제는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음성 인식 컴퓨터 하나만을 곁에 두며 홀로 살아가고 있다.
이는 이 시리즈에서 피터와 MJ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사실상 그 관계를 폐기해 버렸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불운한 연인이 다시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된다면, 홀랜드는 말도 더듬거리며 사랑에 빠진 괴짜 피터의 모습을 다시 한번 연기할 수 있게 된다.
슈퍼히어로 만화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스파이더맨처럼 수십 년간 연재된 시리즈라면, 주기적인 리셋은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은 배우가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해지고 변화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관객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과 크리스 에반스의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캐릭터를 무척 아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터는 그렇지 못했다. 홀랜드는 여러 캡틴 아메리카 및 어벤져스 시리즈 출연을 제외하더라도 지금까지 4편의 스파이더맨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럼에도 그의 가장 가까운 관계들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이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다른 측면들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뉴 데이'의 주요 축을 이루는 줄거리는 바로 피터가 더 강력하고, 더 거미 같은 초인적 인간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이다. 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고전 공포 영화 '플라이'를 떠올릴 만큼 등골이 오싹해지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 설정이 영화에서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변이를 억제하는 '억제제'에 대한 끝없는 기술적 설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에도 캐릭터나 그가 속한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히지 않겠지만, 피터는 팔다리가 8개이고 눈이 8개 달린 괴물로 변하지는 않는다.
데스틴 다니엘 크레톤 감독과 각본가 크리스 맥케나·에릭 소머스는 스파이더맨을 어떻게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방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부제에 '뉴(New, '새로운')'가 들어간 영화치고는 아이러니한 일이다.
2시간 30분 동안 피터가 하는 일 중 크레딧 전 5분 분량의 시퀀스로 처리할 수 없었던 일은 하나도 없다.
조만간 다음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제작진이 용기를 내 캐릭터들을 성장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해주길 바란다. 어쩌면 직업도 있고, 가족도 있는, 좀 더 나이가 든 피터 파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배우 홀랜드는 30세에 접어들었다. 만약 그의 스파이더맨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스파이더맨 의상을 더 젊은 배우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7월 31일 전 세계 극장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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