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5000원 '포켓몬 카드깡'…일주일 뒤 손에 쥔 돈 1만24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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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5000원 '포켓몬 카드깡'…일주일 뒤 손에 쥔 돈 1만2420원

르데스크 2026-08-03 16:10:44 신고

3줄요약

포켓몬 카드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수익을 보기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데스크는 일반인이 포켓몬 카드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품을 정가로 확보한 뒤 직접 개봉하고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록하는 과정을 일주일 동안 진행했다. 제품 확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부터 카드 선별, 시세 산정, 판매 가능성까지 포켓몬 카드 재테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새벽 오픈런에 밤샘 대기…'하늘의 별 따기' 된 정가 구매

 

포켓몬 카드 재테크의 첫 관문은 원하는 제품을 정가에 구하는 일이다. 투자자와 재판매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박스 형태의 미개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포켓몬 카드 박스는 생산 공장에서 비닐인 '슈링크' 포장 상태로 출하된다. 이 포장이 그대로 유지돼야 희귀 카드가 든 팩을 사전에 골라내는 이른바 '서치'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치는 정밀 저울로 팩의 미세한 무게 차이를 측정하거나 금속탐지기와 고광도 조명 등을 이용해 박스 안에 들어 있는 팩 가운데 희귀 카드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제품만 선별하는 편법을 말한다. 서치를 거친 뒤 남은 팩은 사실상 고가 카드가 빠졌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공장 출하 당시 슈링크 포장이 훼손되지 않은 미개봉 박스는 서치 가능성이 낮은 '클린 제품'으로 인식돼 중고시장에서 웃돈이 붙는다.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채 장기간 보관했다가 시세가 오른 뒤 되파는 방식이 포켓몬 카드 재테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 서울 구로구의 한 포켓몬 카드 판매점. 정가의 2~3배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모습.ⓒ르데스크

  

정확한 수익성과 손익을 비교하기 위해 제품을 정가로 구매하려 했지만 직접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재판매자들이 공식 인증 카드샵을 선호하는 이유도 제조사가 책정한 정가로 슈링크 미개봉 박스를 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시내 공식 인증 카드샵 3곳을 방문한 결과 박스 상품은 이미 전량 품절된 상태였다. 카드샵 관계자는 "평일에도 언제 물량이 소진될지 몰라 새벽부터 줄을 서는 손님들이 있다"며 "특히 방학 기간에는 학생과 재판매자가 한꺼번에 몰려 제품이 입고되는 즉시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용산에 위치한 유명 포켓몬 카드샵에서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전날 오후 10시부터 대기하는 인원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평일 새벽 1시에도 대기 번호가 30번대에 달했고 주말에는 같은 시각 대기 인원이 50명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대기 장소도 야외 테라스로 지정돼 있어 무더위 속에서 수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직장에 다니는 일반 소비자가 정가로 인기 박스를 구매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구조였다.

 

공식 카드샵에서 제품을 구하지 못한 뒤 서울 시내 카드샵과 메가박스, 이마트 등에 설치된 공식 카드 자판기 8곳을 돌며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섰다. 공식 카드 자판기는 대형마트나 영화관 등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 설치돼 있고, 기계가 무작위로 팩을 배출해 사람의 손을 통한 서치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판기 역시 단점이 있었다. 공장 출하 상태의 박스 단위 구매가 불가능하고 낱개 팩으로만 제품이 배출돼 중고시장에서 가장 높은 프리미엄이 붙는 '미개봉 박스 재테크'에는 활용하기 어렵다. 1회 구매 수량도 제한돼 있고 재고 충전 시점을 알기 어렵다는 점도 불편 요소였다.

 

무엇보다 낱개 팩은 중고시장에서 서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불신 때문에 미개봉 박스보다 선호도와 환금성이 크게 떨어진다. 공식 자판기에서 구매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아 개봉하지 않은 낱개 팩을 되파는 방식으로는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5년 경력의 트레이딩 카드 업자는 "대량으로 구매할 때는 가급적 박스 단위로 사는 것이 유리하다"며 "박스 상품은 제품별로 일정 등급 이상의 카드가 포함되는 구조가 있지만 낱개 팩은 구매자가 해당 확률을 그대로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식 카드 자판기는 본사가 직접 운영해 서치 우려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며 "대량 구매라면 박스, 직접 개봉할 소량 구매라면 자판기를 이용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개봉 박스를 되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봉해 희귀 카드를 노리는 경우라면 자판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식 자판기에서 같은 제품의 팩을 연속으로 구매할 경우 서치 위험이 낮아 개봉 목적의 소비자에게는 카드샵 오픈런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르데스크는 며칠에 걸쳐 서울 시내 카드매장과 자판기 11곳을 돌아다닌 끝에 주요 제품을 정가로 확보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어비스 아이' 1박스 30팩과 커뮤니티에서 인기가 높은 '초전브레이커' 30팩, '테라스탈페스타' 10팩이었다. 확보한 제품의 정가와 시장 시세를 비교한 결과 제품별 프리미엄 격차는 뚜렷했다. 정가 4만5000원인 어비스 아이는 비교적 많은 물량이 풀려 있어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약 5만원, 비공식 카드샵에서는 약 6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 르데스크가 구매한 포켓몬 70팩 사진. ⓒ르데스크

  

반면 인기 제품에는 상당한 웃돈이 붙었다. 정가 5만원인 테라스탈페스타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약 8만원, 비공식 카드매장에서는 최대 10만5000원에 판매돼 정가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정가 3만원인 초전브레이커 역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약 4만원, 비공식 매장에서는 약 7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포켓몬 카드 재테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구매한 박스를 개봉하지 않고 보관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팔거나, 박스를 직접 개봉하는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희귀 카드를 뽑은 뒤 개별 판매하는 방식이다. 카드깡으로 고가 카드를 노릴 경우 카드 상태를 훼손하지 않고 개봉하는 것이 중요하다. 흠집이나 눌림, 인쇄 불량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비닐 슬리브와 플라스틱 탑로더 등을 이용한 보관도 필수다.

 

카드의 품질과 상태를 공식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전용 케이스에 밀봉하는 '그레이딩'도 가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해외 전문 감정 업체인 PSA 등이 대표적이며, 인기 카드가 최고 등급인 10점을 받으면 감정받지 않은 카드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포켓몬 카드 열풍은 9월 예정된 포켓몬스터 지식재산권(IP) 30주년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열풍이 식거나 제조사가 물량을 추가로 공급하면 시세가 하락해 장기간 재고가 묶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만5000원어치 '카드깡' 결과는…매물 넘치고 전문 매장도 수요 포화

 

본격적인 수익성 검증을 위해 정가로 확보한 1박스와 낱개 40팩 등 총 12만5000원어치의 제품을 직접 개봉했다. 포장을 뜯어 확보한 카드는 총 400장이었다. 이후 카드 등급과 중고 시세를 비교해 판매 가능성이 있는 카드를 선별했다. 선별 결과 최고 등급군에 속하는 SAR 3장과 SR 2장, AR 6장, RR 20장, 특수 홀로그램 카드 3장 등을 확보했다. 카드 표면의 작은 흠집에도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선별한 카드는 즉시 비닐 슬리브와 플라스틱 탑로더에 이중으로 넣어 보관했다.

 

이후 실제 현금화를 위해 카드별 시장가격을 산정했다. 판매자가 임의로 높게 책정한 호가는 제외하고 네이버 포켓몬 카드 전문 카페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완료된 가격을 비교해 기준가를 정했다. 이를 토대로 번개장터에 판매 매물을 등록했는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판매 가능한 희귀 카드의 등록 가격을 모두 합산해도 10만2500원에 불과했다. 모든 카드가 등록 가격 그대로 판매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초기 구매비용 12만5000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포장재와 수수료, 교통비까지 고려하면 손실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가 5만원인 국내판 테라스탈페스타에서 직접 확보한 희귀 카드 '리피아'의 중고 시세는 약 4만5000원이었다. 

 

반면 동일 제품의 일본판 박스는 국내에서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었고 일본판 리피아 카드의 시세는 약 8만원 수준이었다. 동일한 확률로 카드를 획득했다고 가정하면 일본판의 초기 투자금 대비 회수율은 약 40%에 그쳤다. 카드 자체의 가격은 일본판이 더 높지만 비싼 박스 가격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 내 같은 매물이 수십장 올라가 있는 모습. [사진=번개장터 갈무리]

  

특히 환금성 부족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번 체험에서 확보한 카드 가운데 중고 시세가 가장 높았던 리피아조차 중고거래 플랫폼에 동일한 매물이 50건 넘게 올라와 있었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판매 가격을 낮추고 낱장 카드를 시리즈별로 묶어 판매하는 전략도 시도했다. 가격을 인하한 뒤 게시글 조회수와 관심 등록 수는 늘었지만 실제 구매 의사를 밝힌 연락은 한 건도 오지 않았다. 온라인에 표시된 시세와 실제 현금화 가능성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 것이다.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오프라인 전문 매입샵을 통한 즉시 처분도 시도했다. 그러나 인천과 수원 등 수도권 주요 카드샵에 문의한 결과 포켓몬 카드 재판매 물량이 급증하면서 매장 재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개인 카드 매입을 중단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카드샵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되기 전까지는 추가 매입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처럼 보여도 이를 즉시 매입해 줄 거래 주체가 부족하면 자산으로서의 환금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주일간의 체험이 끝난 3일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에 등록한 매물 가운데 실제 거래가 성사된 것은 단 한 건이었다. 판매된 제품은 SAR 등급 희귀 카드 1장으로 거래금액은 1만3000원이었다.

 

그렇다고 판매금액 전부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플랫폼 거래 수수료 780원, 판매금액의 6%가 차감됐다. 구매자가 낸 배송비 2000원 가운데 실제 편의점 택배비로 1800원을 지출하고 남은 200원을 더해도 최종 정산금액은 1만2420원에 그쳤다.

 

초기 구매비용 12만5000원과 비교하면 일주일 동안 실제 회수한 금액을 제외한 미회수액은 11만2580원이었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카드가 남아 있어 이를 전액 확정 손실로 볼 수는 없지만 체험 기간 안에 현금화한 비율은 투자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카드를 안전하게 포장하기 위해 구입한 부자재 비용도 추가로 발생했다. 슬리브는 100매에 3500원, 탑로더는 25개에 3600원으로 카드 한 장당 각각 35원과 144원이 들어갔다. 카드 한 장을 이중 포장하는 데만 총 179원이 소요된 셈이다.

 

여기에 서울 시내 매장 11곳을 방문하며 사용한 교통비와 제품 확보, 개봉, 시세 조사, 촬영, 등록, 포장에 투입한 수십 시간의 노동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익성은 더욱 낮아진다. 매물이 장기간 판매되지 않을 경우 가격 하락과 보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전문 수집가들도 온라인에서 부풀려진 일부 고가 거래 사례만 보고 투자 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극소수 희귀 카드의 최고 거래가격이 시장 전체의 평균 수익률처럼 인식되지만 대부분의 일반 카드는 구매자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포켓몬 카드 수집가는 "현재 포켓몬 카드를 재테크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최소 10년 동안 자금을 묶어둘 가능성까지 감수하는 것과 같다"며 "단기 차익만 기대하고 무작정 투자하면 오히려 자본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포켓몬 카드 리셀 시장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비자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판매 자체가 쉽지 않다"며 "기업이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에 웃돈을 주고 구매하려는 실수요가 유지되려면 단순한 유행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에 올라온 판매자 수나 높은 호가만 보고 수요가 충분하다고 착각한 채 투자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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