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유지하기 위해 네타냐후 정부 '선거 훼손'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10월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와 야권이 정부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막기 위해 '워룸'을 설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론조사에서 뒤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정한 선거를 훼손하는 온갖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총선 워룸은 활동가들이 전국적인 팀을 동원해 투표소를 감시하고 불법·부정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시민사회는 1년 이상 수십개의 비영리 단체를 조직화해 선거운동을 감시하는 전국적 인프라를 구축했고 투표소의 불법 행위를 신속히 저지하기 위해 법·언론·운영 전략을 마련했다. 선거일에 참관인 10만명을 모집하는 것도 목표로 잡았다.
워룸 측은 선거를 앞두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뉴스, 정권의 안보 불안 조성, 집권 연정의 선거 불복 등을 우려하고 있다. 텔아비브 북부 등 자유주의 강세 지역에서 선거 당일 우익 세력이 소란을 피워 공포와 위기를 조장해 투표소 방문을 막거나 아랍계 지역 내 유대인 극단주의자의 폭력도 포함된다.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의 선거 개입도 이들이 감시하는 지점이다.
워룸의 공동대표 에얄 나베는 "온라인 가짜뉴스가 '주요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이제 온라인은 네타냐후의 전유물이 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퇴직한 경찰 고위 간부들을 영입했다. 극우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통제하는 경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야권에선 선거를 앞두고 경고 신호가 수개월간 요란하게 울렸다고 주장한다.
여당 리쿠드당이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좌파 성향이 강한 편인 재외국민의 귀국 투표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정치적 압박 속에 올해 초 사임했고 그 후임자 역시 여권의 표적이 되고 있다.
리쿠드당은 선거에 대해 최종 판결할 수 있는 대법원을 수년간 공격하더니 지난달엔 처음으로 판결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정부는 법원 없이 선거를 치르고 싶어 한다"고 비판했다. FT는 "네타냐후가 선거 결과나 정당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거부함으로써 헌정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실질적 공포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비정당 단체인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의 가이 루리에는 "리쿠드당의 중앙선관위 공격은 선거 과정 전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정선거 주장을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쿠드당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지만 FT는 "이스라엘 국민 상당수는 극우 성향의 네타냐후 정부가 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 갈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지난달 이례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선거의 정당성이 내외부에서 다양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중앙선관위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번 총선 승리는 절실하다. 패배로 실권할 경우 당장 부패 혐의로 재판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 정치인이자 전 재무장관 아비그도르 리베르만은 최근 방송에 나와 "선거운동 방해나 미국의 1·6 의사당 침입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공산이 충분하다"며 "패배할 것임을 잘 아는 네타냐후가 표가 위조됐다거나 반역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등 패배 원인에 대한 구실을 이미 만들어 뒀다"고 주장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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