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방이 있다. 배우 음문석이 ‘호프’에서 나홍진 감독의 히든카드로 톡톡히 활용됐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비무장지대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전체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믿기 힘든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개봉 19일째인 지난 2일 누적관객수 400만을 돌파했다.
음문석은 극중 동네 목수 양배 역을 맡았다. 양배는 아기 외계인 칼리를 죽이면서 마을에 닥친 모든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핵심 인물이다. 사람들과 떨어진 외딴 집에서 괴기한 분위기를 풍기는 각종 소품들이 나돌아다니는 집에서 살고 있는 인물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집 내부에 커다란 냉동창고가 있고 자신이 죽인 칼리를 꽁꽁 싸매서 보관하고 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지만 “그냥 확 죽이세유~”라고 외치면서 아무렇지 않게 ‘급발진’하는 모습은 양배라는 인물을 더욱 기묘하게 만들기도 한다.
‘호프’에서 황정민이 전반부 외계인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 속에서 서스펜스를 쌓고, 후반부에는 조인성이 승마와 총격 액션으로 화려하게 휘몰아치고 마무리를 한다면, 음문석은 그 사이에서 분위기를 뒤집는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양배가 죽인 외계인 칼리가 외계인들에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면서 그들이 난동을 피우는 이유와 발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영화 서사의 결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음문석은 영화 개봉 전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주요 역할이자, ‘호프’의 중요한 히든카드 중 하나다.
나홍진 감독은 음문석을 오디션을 통해 발탁했다. 양배 역할을 두고 진행된 오디션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결국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가 보여준 신스틸러적 면모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쌓아온 필모그래피 덕분이다.
음문석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의 장룡 역으로는 어깨에 닿는 단발머리로 등장, 충청도 사투리로 코믹한 매력을 한스푼 더했고, 천만 영화 ‘범죄도시2’에서는 행동대장 빌런 장기철 역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올해 초 종영한 SBS ‘모범택시3’에서는 사이코패스 천광진 역할을 맡아 광기 어린 모습을 연기하며 에피소드를 휘어잡는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코미디와 악역 등 장르 상관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양배라는 기묘한 인물을 더욱 몰임감 있게 완성할 수 있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은 ‘호프’를 관람한 후 “음문석은 대체 어떻게 캐스팅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좋은 의미에서 놀랍다”며 “외계인보다 더 외계인같다. 연기적인 표현일 텐데 구강과 하관의 움직임 자체가 너무 기묘하고 놀라웠다”고 밝혔다. 이어 “얼굴이 움직이는 리듬감은 훈련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디렉팅의 영역도 아닌데 너무 잘 쓴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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