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한국의 대미 경제협력 규모를 4500억달러(약 644조1750억원)로 집계했다. △현대차 △LS전선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오션의 투자도 별도로 올렸지만 상계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블랙매스와 폐영구자석의 해외 반출을 제한할 권한까지 마련했다. 한국의 자본과 회수 원료를 미국 안에 묶는 전략이다.
▲4500억달러의 재분류
3일 백악관 투자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경제협력 규모는 4500억달러(약 644조1750억원)로 집계됐다. 한미가 합의한 전략투자 3500억달러(약 501조250억원)에 미국산 에너지 구매 1000억달러(약 143조1500억원)를 더한 수치다. 투자와 구매를 하나의 성과로 묶었다.
한국 기업의 투자도 따로 기재됐다. 백악관은 △현대차 260억달러(약 37조2190억원) △LS전선 6억8900만달러(약 9863억원) △현대트랜스리드 4억5300만달러(약 6485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3억5300만달러(약 5053억원) △한화오션 7000만달러(약 1002억원)를 별도 항목으로 올렸다. 이들 투자가 3500억달러 이행분에 포함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투자 방식도 일반적인 해외투자와 다르다. 미국이 사업을 선정하면 한국이 자금을 내는 구조다. 납입이 늦어질 경우 이자 배분과 관세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사업 수익성보다 관세 유지가 우선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기존 투자가 이행분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한국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미국 공장을 짓고도 별도 투자 의무를 다시 질 수 있어서다. 핵심은 4500억달러라는 숫자가 아니라 어디까지 이행분으로 인정받느냐다.
▲미국에 갇히는 회수광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에게 회수 가능한 핵심광물의 수출을 제한할 권한을 부여했다. 대상은 블랙매스와 폐영구자석, 금속 부산물, 광물 스크랩 등이다. 세부 품목과 절차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밖 반출을 막을 법적 기반은 마련됐다.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들어간다. 미국 공장에서 발생한 불량 셀과 폐배터리를 블랙매스로 만든 뒤 한국이나 제3국으로 보내는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고려아연도 공급망을 다시 짜야 한다. 미국산 재활용 원료의 해외 이동이 막히면 국내 제련·소재 공장으로 가져오는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 공장이 생산기지에서 ‘광물 비축기지’로 바뀌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단독 규제가 아니다.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추적과 동맹국 공급처 인증을 추진한 데 이어 회수 원료의 해외 반출 제한까지 꺼냈다. 수입과 생산, 회수 전 과정을 미국 안에서 통제하는 폐쇄형 공급망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급망 종속의 경계
한국 기업에는 기회와 부담이 함께 생긴다. 미국 내 제련·재활용 시설을 확보하면 원료와 정책 지원을 선점할 수 있다. 반면 회수 원료를 국내로 가져와 공장을 돌리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배터리기업은 수출 제한이 발생할 경우 가격과 물량을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에 넣어야 한다. 블랙매스를 미국 안에서 배터리급 소재로 전환할 설비도 필요하다.
정부는 기존 투자가 3500억달러(약 501조250억원) 이행분에 포함되는지 상계 기준부터 확정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한국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도 추가 투자 부담을 질 수 있다. 공장과 자금은 미국에 남고 핵심광물만 되가져오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백악관은 “미국의 공급망과 국가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며 “핵심 산업을 미국 안에 구축하는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팻 해리건(Pat Harrigan) 미 연방하원 공화당 의원은 “중국산 전력 인버터가 미국 전력망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됐다”며 “FCC는 숨겨진 백도어를 확인한 뒤 새로운 수입을 금지했다”고 했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 미 연방하원 중국특위 민주당 간사는 “중국의 사이버 활동은 미국 핵심 인프라에 장기간 침투할 기반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전력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의 취약점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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