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아파도 거르면 안 되는 집안 행사로 오랫동안 통했다.
지키지 않으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었던 만큼, 물려받을지 말지를 두고 고민할 여지는 크지 않았다.
한국리서치가 2025년 1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기 인식조사에서, 차례나 제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43%에 그쳤다.
연령별로 보면 18-29세는 24%, 30대는 36%만 필요하다고 답해 다른 세대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부모 세대에게 물려받을 기제사를 앞두고, 2030세대는 세 가지 이유로 등을 돌리고 있다.
3위, 신혼과 독립 초기에 드는 제사 비용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2024년 추석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4인 기준 제수용품 구입 비용은 33만 4828원으로 3주 전 조사보다 1.8% 올랐다.
기일 제사에 명절 차례까지 더하면 한 해 지출은 금세 불어난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26년 발표한 '연애·결혼 인식 조사'에서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결혼 비용, 주거 마련 등 경제적 부담(48%)이었다.
신혼집 마련과 생활 기반을 다지는 시기에 제사 때마다 반복되는 지출까지 떠안기는 부담스럽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2위, 의례보다 개인의 시간을 우선하는 태도
같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18-29세 중 57%는 명절에 친구나 지인을 만날 계획이 있다고 답해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30대와 40대 중에서는 각각 24%가 명절 기간 국내나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이 역시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성묘나 벌초, 납골당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응답도 18-29세와 30대에서는 낮은 편이었다.
제사나 차례를 조상을 기리는 의례의 시간으로 여기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정하려는 태도가 자리잡은 셈이다.
1위, 가사노동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
한국리서치가 2024년 4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인식조사에서, 부부가 가사노동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18-29세 84%, 30대 77%로 나타났다.
같은 질문에 60대는 45%, 70세 이상은 41%만 동의해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가사노동을 둘러싼 이런 인식 차이는 제사를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며느리나 딸이라는 이유로 상 차리는 일을 떠맡는 구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2030세대에게, 형식을 갖춘 제사는 물려받고 싶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모 세대는 여전히 형식을 지키려 하고, 2030세대는 그 형식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 온도차 속에서 제사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집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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