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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첫 순회경선이 충청권과 부울경을 끝으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충청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45.05%를 얻어 정청래 후보(44.61%)를 0.44%포인트 차로 앞섰고 부울경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46.65%로 김민석 후보(43.85%)를 제치며 곧바로 반격에 성공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1승씩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원점에서 제주·인천 온라인 투표와 호남, 수도권 승부를 맞게 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1승 1패의 성적이지만 정치권은 득표율보다 이번 1차 경선이 보여준 구조적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권리당원 중심의 ‘1인1표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 도입된 선호투표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는데 1차 경선 결과 그 변수의 윤곽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순회경선 1라운드가 남긴 의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1인1표제가 기존 조직정치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과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대의원 조직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민주당은 2023년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가치 격차를 기존 약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축소했습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하나의 당원 선거인단으로 묶어 동일한 기준으로 반영하는 ‘1인 1표제’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약 17대 1 수준이던 표 가치 차이는 사실상 없어진 셈입니다.
그렇다고 의원과 대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이른바 ‘줄 세우기’가 이뤄지고 지역 조직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특정 세력의 ‘오더’가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 ‘구조적 장치’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번 경선 때 충청에서는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황명선 의원이 지역 기반을 갖고 있었고 경남 역시 허성무 의원 등 친명계 조직력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조직력이 그대로 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권리당원들이 의원이나 지역 조직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투표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는 민주당이 도입한 1인1표제의 취지와도 사실 부합합니다. 권리당원 한 사람의 표 가치가 높아질수록 당 지도부나 현역 의원들의 전략적 선택보다 당원 개개인의 정치적 선호가 더욱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인1표제가 이렇게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나름대로의 한계와 부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개혁성과 선명성을 강조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권리당원들이 자신들의 1인 1표 효능감에 만족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정치적 성향도 당 차원의 전략이나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하는 후보”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원들끼리도 개혁성과 선명성을 마치 민주당 정체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청래 후보는 오로지 개혁 이미지와 선명한 메시지에 올인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봅니다. 전통적 지지층인 권리당원들이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기제가 바로 심플하고 선명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친명계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구조입니다. 이재명 정부와의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권리당원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혁성과 선명성을 앞세운 메시지가 권리당원들에게 더 잘 먹힐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앞으로 남은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당청 간 호흡을 강조하는 전략과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시민 작가 등의 친문계가 장외에서 계속 제기해온 ‘ABC론’과 ‘재건축론’으로 촉발된 통합과 정체성의 싸움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조직보다 ‘바람’이 더 중요하는지의 여부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민주당은 이번 1인1표제 채택을 통해 의원과 대의원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득표 기득권’ 구조에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변혁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이른바 장외 여론이 과거 지역 조직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과도 연결됩니다. 권리당원들이 지역 국회의원이나 대의원, 지역위원장보다 자신이 구독하는 정치 유튜브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후보를 평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선에서도 조직력만으로는 승부를 결정짓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는 조직보다 바람이 더 강한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대선후보 경선 등에서도 민심보다 당심이 더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두 번째 변수는 선호투표제입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1·2·3순위를 함께 적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1순위 득표율만으로 최종 승패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송영길 후보 지지층의 2순위가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일각에서는 송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당원 상당수가 2순위에서는 김민석 후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나타난다면 최종 집계 과정에서는 김 후보가 상당한 추가 득표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박빙의 승부일 때 송영길 후보의 표심이 결정적인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바람’과 ‘선호투표제’의 변수는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에게 모두 유리하다는 주장을 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정청래 후보측은 1인1표제 아래에서 권리당원의 자발적 표심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조직보다 민심이 우선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권리당원의 자발적 결집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반면 김민석 측은 선호투표제가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순위 표가 합산될 경우 충분히 역전하거나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정청래 후보가 기대하는 ‘바람’의 풍속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 후보측은 첫 경선이었던 충청에서 내심 최대 10%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막상 결과는 김민석 후보의 박빙 승리였습니다. 부울경의 경우도 부산에서 압승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근소한 차의 승리였습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일 유튜브에서 “충청과 부울경에서 합쳐서 한 7%(P)까지 밀리면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으로 1순위에서 이길 수 있다고 봤다”며 “저로서는 나쁘지 않은 정도의 결과”라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선거 전략상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당연한 반응이지만 이 말에는 ‘정청래의 바람이 생각보다는 불지 않는다’며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이번 민주당 순회경선 1라운드는 조직이 바람을 완전히 제압한 선거도, 바람이 조직을 압도한 선거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1인1표제 도입으로 권리당원 표심이 직접 반영되면서 정청래 후보에게는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확인됐습니다.
과거 대의원 중심 구조였다면 조직력이 강한 친명계가 훨씬 유리했겠지만 권리당원 중심의 선거에서는 개혁성과 선명성을 앞세운 후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반면 김민석 후보 역시 기존 조직력이 예전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러나 최종 승부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선호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만큼 송영길 후보 지지층의 2순위 표가 어느 후보에게 얼마나 이동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친명계 지지세가 비교적 탄탄한 호남과 아직 표심을 알 수 없는 수도권 경선도 남아 있습니다.
과연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의 바람이 김민석 후보의 조직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 권리당원 중심 정치가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2030년 대선 정국까지 가르는 절체절명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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