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직장인 2명 중 1명은 휴가 기간에도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락을 받은 직장인 절반 이상은 휴가지 등에서 바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회사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8%가 휴가 기간 중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 488명에게 대응 방식을 물은 결과 37.7%는 ‘휴가지, 집, 카페 등의 장소에서 즉시 업무를 처리했다’고 답했다. ‘업무 처리를 위해 회사로 출근하거나 현장에 복귀했다’는 응답도 15.8%였다. 두 응답을 합치면 53.5%가 휴가 중에도 직접 업무를 처리한 셈이다.
반면 ‘휴가 중임을 알리고 업무 처리를 미뤘다’는 응답은 15.6%에 그쳤다. ‘동료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처리를 부탁했다’는 응답은 30.5%였다.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은 직급과 직종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중간관리자급에서는 69.8%가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해 전체 평균보다 21%p 높았다. 상위 관리자급은 61%, 실무자급은 54.1%였다. 일반사원급은 3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직종별로는 사무직의 61.4%가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해 비사무직 36.2%보다 25.2%p 높았다. 고용형태별로는 상용직이 58.5%, 비상용직이 34.3%였다.
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휴가 중 업무 연락 경험도 대체로 많았다. 월 임금 150만원 미만에서는 26.7%였지만 15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44.1%,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은 58.1%, 500만원 이상은 61.2%로 조사됐다.
업무 연락을 받은 뒤 대응 방식에서도 집단별 차이가 나타났다. 회사로 직접 출근하거나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응답은 20대에서 24.6%, 비상용직에서 21.9%, 비사무직에서 19.3%였다. 월 임금 150만원 미만 응답자 가운데서는 27.1%가 회사나 현장으로 복귀했다고 답했다.
반면 휴가지나 집 등에서 즉시 업무를 처리했다는 응답은 사무직이 40.1%, 공공기관 종사자가 50%, 월 임금 500만원 이상이 42.6%였다. 상위 관리자급에서는 이 비율이 76%에 달했다.
앞선 조사에서도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가 최근 1년간 퇴근 이후나 쉬는 날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락을 받은 응답자의 30.5%는 회사 밖에서 실제 업무지시를 이행했으며 업무시간 이후 연락을 금지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0.5%였다.
직장갑질119에는 휴가 중에도 업무 문서를 올리거나 메신저로 답변하도록 요구받았다는 등의 상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회사나 동료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거나 휴가 전 상사의 허락을 요구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근무시간 외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 정보통신수단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024년 7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담은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을 올해 중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장갑질119 정희성 노무사는 “휴가나 퇴근 후와 같이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업무연락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갑질행위”라면서 “온라인으로 24시간 연결이 가능해진 사회에서 눈치 보지 않고 휴가와 휴식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일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비례 배분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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