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아래 숨겨진 삼성의 큰 그림]
여러분 르데스크 4인용 책상 여름휴가 특집. 대망의 마지막 편은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Everland)'로 떠납니다. 버스 창문 바로 옆으로 호랑이와 사자가 지나가고 울창한 나무 사이로 거대한 놀이기구가 솟아 있는 곳이죠. 그런데 지금 놀이기구와 관광객으로 가득한 이곳은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삼성그룹이 돼지를 키우고 밤나무를 심던 황무지 농장이었습니다. 삼성은 대체 왜 용인의 야산을 사들여 이런 일을 시작한 걸까요? 그리고 그 농장은 또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테마파크가 됐을까요? 오늘은 에버랜드의 놀이기구보다 더 놀라운 50년의 변신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헐벗은 야산에 밤나무를 심다]
이야기의 시작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경기도 용인 일대의 넓은 야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요. 그 규모가 무려 450만 평 정도였습니다. 지금 여의도 면적의 약 5배나 되는 엄청 넓은 땅이죠. 삼성이 서울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곳에 땅을 막 사들이니까 주변에선 별별 말이 다 나왔죠. "삼성이 거대한 부동산 투기를 한다", "땅 장사까지 하려는 거냐"며 의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병철 창업주가 이곳에 세운 것은 아파트도 공장도 아니었어요. 이 넓은 산에다가 밤나무 호두나무, 살구나무 같은 나무를 잔뜩 심고요. 한쪽에는 돼지를 키우는 농장도 만들었습니다.
아니 삼성은 대체 왜 이 넓은 땅을 사서는 나무를 심고 돼지를 키웠을까요? 사실 70년대 당시에는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 된 때였잖아요. 그러다보니 나무가 다 타버려서 헐벗은 산도 많았고, 먹거리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병철 창업주는 여기다가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심고 돼지도 키워가지고 땅을 좀 활용해보고자 한 거죠. 한마디로 '국토 개발과 식량 자원 확보'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나무라는 게 오늘 심는다고 내일 바로 숲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적어도 수십 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꼭 인재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죠. 둘 다 몇십년 뒤를 내다보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용인의 황무지가 조금씩 푸른 숲으로 바뀌자 삼성은 이 일대에 '창조관' 같은 임직원 교육시설도 세우기 시작했는데요. 나무를 키우던 곳에서 이번에는 사람까지 키우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이곳은 삼성그룹 인재경영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사자와 코끼리가 살아? 그 시절의 문화 충격 '사파리월드']
나무를 심고 돼지를 키우던 용인의 농장은 1976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문을 엽니다. 자연식물원에 동물원과 놀이동산까지 갖춘 '용인자연농원'이 탄생한 것이죠. 아마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에게는 에버랜드보다 이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그런데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건요. 버스를 타고 사자 무리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아시아 최초의 방사식 '사파리'였습니다. 지금의 '사파리월드(Safari World)'죠. 그전까지 동물원이라 하면 철창 안에 있는 동물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막 사자가 어슬렁거리는 들판 한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게 되니까,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혁명'이었죠. 이 사파리를 한번 타보겠다고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가 몰려왔고요. 사파리 버스를 한번 타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많았냐면요. 막 "저 사자가 제일 센 놈이래" "이번에는 새끼가 태어났대" 하면서 동물들의 소식까지 챙겨보기도 했어요. 최근 푸바오랑 카피바라처럼 그때는 사자랑 호랑이들이 자연농원의 스타였던 거죠. 1989년에는 숫사자 '용식이'와 암호랑이 '호영이' 사이에서 국내 최초로 사자와 호랑이의 교잡종인 '라이거(Liger)'들이 태어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렇듯 사파리는 자연농원을 전국구 관광지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바다를 이긴 파도풀: '캐리비안 베이'와 혁신의 롤러코스터]
1996년, 개장 20주년을 맞은 자연농원은 이름을 바꾸는데요. 그 이름이 바로 에버랜드입니다. 영원을 뜻하는 Ever와 땅을 뜻하는 land를 합친거죠. 그런데 이름만 바꾼 게 아니었습니다. 그해 7월 바로 옆에 국내 최초의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Caribbean Bay)'까지 문을 열었는데요. 그 전까지 한국인들의 여름휴가는 무조건 '바다' 아니면 '계곡'이었는데, 이제는 용인 한복판에서도 거대한 파도를 맞고 워터슬라이드를 탈 수 있게 된 거죠. 캐리비안 베이의 등장은 대한민국 피서 문화를 완전 뒤집어 놓았습니다. 캐리비안 베이는 연간 1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아시아·태평양 최상위권 워터파크로 자리 잡았는데요. 요즘에도 사람 엄청 많이 가죠. 극성수기에는 가보면 파도풀이 진짜 '물 반 사람 반'입니다.
그런데 에버랜드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뿐 아니라 짜릿한 놀이기구를 찾는 젊은 층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는데요. 그 결정판이 2008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목재 롤러코스터 'T 익스프레스'였습니다. 최근에는 '모니모RUSH'로 이름이 바뀌었죠. 무려 77도 경사를 그대로 내리꽂는 놀이기구인데요.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타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반년도 안 돼 탑승객 100만 명을 찍었습니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이기도 해요.
[차가운 삼성을 따뜻하게 녹인 '소프트 파워']
에버랜드는 삼성의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스마트폰 이런게 유명하니까 첨단 기술 기업 특유의 '차갑고 딱딱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에버랜드는 삼성에 가족과 즐거움 그리고 따뜻한 추억이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더해줬죠. 에버랜드는 전성기 시절 한 해 방문객 수 800만 명을 넘기며 세계 테마파크 순위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는데요. 최근에는 수십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에버랜드를 찾고 있습니다. 최근 푸바오 열풍에서 보듯 에버랜드는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에버랜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더해주면서 최고의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오고 있는 셈입니다.
[당신은 50년 뒤의 숲을 보고 있나요?]
헐벗은 야산에 밤나무를 심고 그 숲을 대한민국 대표 테마파크로 키워낸 에버랜드. 그 시작에는 눈앞의 이익보다 50년 뒤를 내다본 삼성의 경영 철학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사실 오늘 내일을 살아내느라 먼 미래는 잊고 살 때가 많잖아요.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몇십년 뒤에 남을 자신만의 '숲'을 가꿔보면 어떨까요? 올여름 에버랜드를 찾는다면 그 너머에 담긴 50년의 이야기도 한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여름철 에버랜드 제대로 즐기기]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 에버랜드를 더욱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실전 꿀팁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첫째 '스마트 줄서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햇빛 아래서 2~3시간씩 줄 서는 대신 에버랜드 앱에서 스마트 줄서기를 예약할 수 있어요. 가격도 무료니까 기다리는 동안 카페나 시원한 실내 어트랙션에서 시간을 보내시다가 알림이 울리면 바로 탑승하러 가시면 됩니다.
둘째, 여름 에버랜드의 꽃 '슈팅워터펀(Water Fun)'입니다. 여름철 에버랜드 광장이 거대한 워터파크로 변신합니다. 신나는 EDM 음악에 맞춰 물폭탄 맞고 물총 싸움을 벌이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싹 가십니다. 우비와 물총, 젖어도 되는 신발 같은 거 꼭 챙겨가세요!
셋째, 실내 코스 공략과 낭만의 야간 개장을 노리세요.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제일 덥잖아요? 이때는 막 돌아다니기보단 사파리월드나 로스트밸리 같은걸 이용하면 좋겠죠. 해가 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화려한 '문라이트 퍼레이드'와 불꽃쇼도 놓치지 마세요. 낮과는 또 다른 에버랜드의 여름밤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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