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청소년 SNS 금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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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륙’ 청소년 SNS 금지 딜레마

일요시사 2026-08-03 10:36: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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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기본권 침해 여부와 글로벌 플랫폼을 상대로 국내 규제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뿐 아니라 연령 확인 기술과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청소년의 SNS 중독 방지를 위해 만 14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SNS) 가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과몰입 유발 기능에 대해 부모의 허가를 조건으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91%’
영향권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SNS 과몰입 문제를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령 확인 의무화나 만 14세 전후 가입 시 부모 동의 제도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은 43.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5년 연속 감소한 22.7%로 집계됐으나 청소년 위험군은 두 배에 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91.0%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으며, 매일 숏폼을 시청한다고 밝힌 청소년은 49.1%에 달했다. 유튜브의 경우 청소년의 61.9%가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추천 영상이나 자동 재생을 통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한 스크롤을 통해 숏폼을 보는 비율은 고등학생의 72.1%를 기록했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61.9%는 스스로 검색하기보다 AI가 띄워주는 추천 영상이나 자동 재생을 통해 화면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혐오 표현과 조롱 콘텐츠에도 의도치 않게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SNS의 경우 인스타그램, 틱톡 등 대형 플랫폼들이 자체 규정을 두고 14세 미만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생년월일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만으로 가입할 수 있게 돼있어 충분히 나이를 속이고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운영하는 ‘메타’가 2018년 작성한 문건에는 “10대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려면, 그들이 9살∼12살일 때부터 데려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9살부터 데려와” 10대 공략에
부모들 “입시 전까지 규제 필요”

지난 3월 청소년 SNS 중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케일리 대 메타·구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원고 측 증거 자료였다. 피고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법정에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결국 청소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느슨한 가입 절차를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 소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 내에 “‘부모님이 허락하셨다’ 등의 이유로 스마트폰이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계정을 보유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SNS가 학생들의 언어 습관과 또래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유행하는 릴스를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의미를 모르는 콘텐츠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해당 교사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가정 내 지도가 적을 경우 중독 수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스크린 타임이 일 평균 7시간~8시간에 달할 정도”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학년의 경우 학교폭력이 대부분 SNS와 연관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교내에서도 SNS 활용 교육을 담임 교사와 강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SNS 규제에 대한 부모들의 의견은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라며 찬성이 압도적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자제하라고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데, SNS라는 선택지가 사라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 습득 방식에 대해 ‘아날로그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으로 만들고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하며, 정보를 찾기 위해서라면 학교든 가정에서든 공용 컴퓨터를 두고 찾아보는 정도로만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규제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회 접속
명의 도용

부모와 자녀 모두 규제가 필요한 연령대를 대학 입시 전후까지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입시 전,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까지는 아예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정에서 아이가 입시 전까지는 SNS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또래 친구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청소년 중에서도 한 17세 학생은 “공부할 때 방해된다고 생각했는데 (규제가 생기면) 집중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SNS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의견은 갈렸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는 일도 많고 사용한 지 오래됐는데, 갑자기 못 하게 막는 건 반대” “부모님이 제한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친구들이 쓴다고 하면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규제를 시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최근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프랑스의 경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15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할 수 없다. 개설된 계정을 폐쇄하기 위한 4개월의 유예기간 이후 내년부터는 아예 사용이 금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 플랫폼이나 중국 알고리즘에 아이들이 좌우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해 온 만큼, 강력한 제재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 연합은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의무를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고 있다. 또 13세 미만 아동의 SNS 접근을 제한하고 연령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을 허용하는 EU 공통 규제안을 논의 중이다. 이 외에도 그리스, 영국, 캐나다, 일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초로 규제를 시작한 호주는 지난 2025년 12월부터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제한했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계정 생성과 유지를 막는 연령 확인 등의 조치를 의무화했다. 호주의 규제에 대해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와 미국 기술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규제 기관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기도 했다.

규제 기관인 온라인안전(eSafety) 위원회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금지 조치 이전에 이미 계정을 갖고 있던 16세 미만 어린이 10명 중 7명이 여전히 ‘어느 정도 접근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모 등 다른 성인의 명의로 계정을 만들거나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거나 나이를 허위로 입력하는 경우도 많았다.

낯설지 않은
기본권 논란

위원회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유튜브의 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해당 플랫폼 기업들이 금지 조치 이전에 16세 미만임을 신고했던 아이들에게 16세 이상임을 증명할 기회를 줬으며, 연령 확인 방법을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또 16세 미만 청소년의 신규 계정 생성을 막기 위한 조치가 불충분하며 16세 미만 청소년이 SNS를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호주 당국은 지난 6월, 규제 준수 및 합리적 조처를 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의 최대 4950만호주달러에서 9900만호주달러(한화 약 1000억원)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18세 미만 청소년의 SNS 자동 재생‧무한 스크롤링 콘텐츠 시청을 제한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호주 SNS 규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지난 2011년 도입됐던 ‘셧다운제’ 또한 유사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다 지난 2021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며 심야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규제 법안이었다.

하지만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며 헌법소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리며 기본권은 물론 부모의 자녀 교육권과 게임업체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부모의 명의를 사용한 가입과 우회 접속, 규제 대상이 아닌 해외 게임으로 옮겨가는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의 확산으로 PC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한 규제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프랑스 전면 금지‧호주 1000억 벌금
한국형 규제도 공룡 기업에 통할까

결국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이 낮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부모의 교육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부모와 청소년이 게임 이용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게임시간 선택제’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이전의 논란과 같은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호주와 같은 전면 금지 차원의 규제가 아닌 부모 허가제로 논의 중이기 때문에 셧다운제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동의를 받는 경우 14세 미만 가입을 제한하며 연령 인증 의무 강화, 부모의 감독 기능 의무화와 19세 미만 이용자에게는 추천 알고리즘과 자동 재생 등 중독을 유발하는 핵심 기능에 대한 부모 허가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가 되는 국가 모델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가별로 법체계가 다르고 아직 소수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와 있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안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입법안들이 많이 있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있다. 플랫폼 기업에 연령 확인에 대해 회원가입 신청자의 연령을 확인한 뒤 14세 미만 아동의 가입을 거부하도록 하거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무한 스크롤 콘텐츠에 대해서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친권자 등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오히려
역차별

제재 수준도 법안마다 차이가 있다. 상당수 법안은 사업자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가장 강한 규제안은 추천 알고리즘 제공 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 같은 제재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되려 국내 기업을 차별하는 역효과가 발생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처벌 수위뿐 아니라 연령 확인 기술과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집행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국내 입법의 핵심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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